세월호 참사 2주기, 안타까움과 분노와 송구스러움이 겹치는 이유
한국사회의 민낯 그리고 정치권의 탐욕, 지도자의 무능과 혼용을 적나라하게 “수십년 묵은 총체적 부패구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수장사건이 오늘로 꼭 2년이 된다. 잊고 산 듯 해도 머리에는 선채가 곤두박고 있던 그 충격적인 잔영(殘影)이 선연하다. 귓가에는 지금도 움직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만 듣고 차가운 배안에 갖혀 소리치다 숨이 막혀 죽어가는 아이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 하다. 가슴에는 아직도 언제든 재점화 될 수 있는 분노가 남아 있다.
그런 국가적 수준의 중대사를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천재지변만 국가가 나서는 것은 아니다. 대형사고도 국가가 나서서 수습해야 하는 게 국가와 최고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수학여행 가다가 당한 단순한 여행이라고 호도하면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관련자 처벌, 합법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파렴치한 사람들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집권세력은 국민으로서 정당한 요구를 하는 유족들을 빨갱이라고 매도하고 언론 플레이한다. 과연 자기 자식이나 형제들이 죽어도 가만있겠는가? 이들은 사건발생의 구조와 지도자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또 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받아 들인지 근 1세기가 다 되어가는 데도 아직도 왕조체제인줄 알고 지도자와 국민과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면서 그런 호도와 선전에 무조건(집권여당 지지자들이라서) 동조하는 무지몽매한 자들이 어쩌면 저리도 같을 수가 있을까 싶다.
국가와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정권보호, 기득권 유지차원에서 접근해 본인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조금 운이 좋지 않은 불행한” 교통사고로 처리하려는 후안무치를 보면, 이러한 인식과 체제로는 미래가 없음을 본다.
대통령은 황금시간대인 7시간 동안 어디가 있다가 뒤늦게 현장에 나타나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반드시 하겠다고 눈물까지 흘려놓고도 유족들을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는다. 국가지도자이기 전에 인간이라면 응당 발하게 될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는 비정함과 사악함에는 전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삿된 무리와 그에 부화뇌동하는 이들의 균형감상실, 불합리성, 비이성, 비상식(결국 그건 자신도 기득권의 일원으로서 나타나는 탐욕이겠죠)을 보면 질식할 거 같은 답답함을 느킨다.
하기야 고장난명(孤掌難鳴)이니 그 무리에 그 지도자이겠다. 이성과 합리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오도된 신념이 이성을 패대기치면서 집단적 광기를 드러내는 그들을 볼 때 아직도 우리는 갈 길이 참 멀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저런 思念에 마음이 정갈하지 못해지는 오늘은 짬을 내어 직접 현장에라도 가보고 싶지만 긴박한 사정상 갈래야 갈 수가 없다. 해오던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이에 관한 별도의 글도 한 편 쓸 형편마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번 입춘 때 쓴 글로 다시 피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꽃들을 追念하고 의분을 다스려 본다.
2016. 4. 16 오전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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