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春來不似春 : 祝立春大吉 建陽多慶

雲靜, 仰天 2016. 4. 13. 14:50

春來不似春 : 祝立春大吉 建陽多慶

 

오늘이 벌써 입춘이라네요?!

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해지는 걸 마다할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만, 봄이 왔다지만 봄이 봄 같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추진하는 일련의 "입법안들"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지도자의 변함 없는 "혼용무도" 덕에 곳곳에 고용불안,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 장시간 노동에다 최저한도의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지 않거나 오작동되고 있습니다. 
 
OECD국가가 된지 어제오늘이 아님에도 1년 내내 매일 하루 평균 40여 명이 자살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봄이 온다고 마냥 즐겁기만 하겠습니까?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기존의 '악덕' 재벌이나 '악덕' 부자들만 더 잘 살게 되고 근로자와 서민들은 더 살기 힘들어지고 그나마 다니는 일자리도 파리 목숨처럼 짤릴 내용을 담고 있어서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 좌표와 처방이 잘못 됐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잘못된 인식 혹은 방향을 두고 노동법 개악에 의한 '일자리 이동'이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재도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이 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정부고관들이야 윗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면 언제든 옷을 벗어야 하기 때문에 지시가 없어도 "알아서 기듯이" 잘못 설정한 방향임에도 대통령이 사심을 버리고 오로지 구국의 일념으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한다고 자화자찬과 용비어천가를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가히 현대 한국판 '指鹿爲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머리는 나쁜데 부지런하기만 한 리더 밑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알지만, 번지수를 말못 짚은 부지런함은 그 부지런함이 되려 엄청난 스트레스가 됩니다. 거의 죄악이 될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여권과 정부 내에서는 누구 한 사람 이것이 잘못된 길이라고 바른 소리 하는 사람이 없고 대권과 총선에만 관심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여든 야든 정치권에서는 당쟁만 일삼지 자살문제와 연동돼 무너져가는 사회공동체에 대해선 모두 입을 다물고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하루에 40여명이 목숨을 끊는 자살자 속출은 근래에만 발생하는 한 두해의 특이한 일이 아니라 1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비극입니다.    

 

지금이라도 구국과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로 수첩을 불사르고 여야를 떠나 정의로운 인재를 과감히 기용하고 사법, 언론, 재벌, 관료사회 등을 혁신해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고 부의 편중을 재조정하는 시책을 펴는 방향으로 이끌어 국가의 기틀을 새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능력과 경험을 갖춘 고만고만한 정치인과 관료들 보다는 無邪無慾의 정직하고 정의로운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 총체적 난국의 비상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지도자는 그렇게 혁명적 전환을 결행할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입니다. 이유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뭐가 뭔지 모르는 무지, 혹은 잘못된 신념, 그것도 아니면 주위 기득권 세력의 두텁디 두터운 장막을 뚫고 나가지 못하는 용기부족 등등 여러가지 일 수 있겠습니다. 용기부족은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라는 아직도 아버지가 만든 나라로 굳게 생각하고 지도자가 한 마디 하면 "아래 것"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런 사회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이상, 자신도 모르게 그 시대의 풍광에 익숙한 결과 시대와 세상이 한참 변했는데도 과거 일장춘몽의 꿈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잘못된 신념의 포로가 돼 있다는 게 가장 맞는 정답으로 보입니다.   

 

정신 차리라고요? 그래요, 맞습니다. 이게 다 꿈이란 걸 자~알 압니다. 사법, 언론, 관료사회, 악덕 재벌기업 등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방식의, 금강석 보다 더 굳게 카르텔이 맺어진 상층부가 썩어 문드러져 있는데도 그것을 도려낼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과 기득권 유지에 이용하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들이 다수인 이러한 체제 아래에서는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애오라지 제명대로 살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꽃피고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봄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으로 암울하고 답답한 일이죠. 하도 답답해 본인이 대통령이 되는 망상까지 하겠습니까? 아침 출근 길에 답답한 마음을 읊은 졸시 한 편 보내드립니다. 그래도 마지막엔 결코 놓아선 안 될 희망을 담고 싶습니다.

 

 
아무리 혹독한 추위라도, 꽝꽝 얼어 붙은 통토에도 새싹은 움트고야 만다. 그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거역할 수 있는 자연의 섭리이자 역사의 정언률이다.

春來不似春 : 祝願立春大吉 建陽多慶

立春謂過冬而暖
春來而吾心不歡
大地在昏庸無道
吉事才使得心暖

建陽多慶人常情
陽下職不被革長
多不自盡享天壽
慶事者竟不謂此

봄이 와도 봄이 온 거 같지가 않구나 : 立春大吉 建陽多慶하소서

立춘이란 겨울이 지나 따뜻해지는 걸 말하는 것이련만
春삼월이 와도 내마음은 즐겁지 않네
大지가 혼용무도 속에 놓여 있는데
吉한 일이 있어야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겠는가?

建양이라 봄을 맞이해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
陽광 아래 살아 있으매 일자리 잘리지 않고 오랫동안 일하고
多들 자살 없이 명대로 살면 좋겠구려
慶사스런 일이란 그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2016. 2. 4. 08:43
출근길 전철안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