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남구 해도동민에게 드리는 호소문
친애하는 포항시 남구 해도동민 여러분!
힘차게 솟아 오른 태양과 함께 여명이 걷힌 정유년 새해아침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만물이 약동하는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화사한 봄볕 아래 꽃들이 눈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이즈음 가내 두루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친애하는 해도동민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각종 난제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의식, 사회시스템, 각종 제도를 새로이 일신시켜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한국에서 작동돼온 민주주의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해 기존 정치권이 독점해온 정치작동방식을 수정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작지 않은 폐해를 만들어냄으로써 국제정세가 민족의 장래를 위협하는 엄혹한 시기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상태에서 정쟁만 일삼게 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고 행복을 증진시키고자 하는데는 기존의 정치제도와 의식으로는 불충분한 것임이 여러 가지 사회 현상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그야말로 주권이 국민에게 나오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지만, 그것은 교과서에서나 배울 때 뿐이지,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대리해 국민의 노복이 돼 제대로 된 주권을 행사해주라고 선거로 뽑아놓은 정치인들이 오히려 갑질하는 상전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과 이익은 뒷전에 두고 자신들과 공생 협조관계에 있는 일부 삿된 고위 관료, 법조계, 언론계 등의 세력들과 한 통속이 된 이른바 엘리트 카르텔제체를 지키고 영속시키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여 오고 있습니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가하는 국가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이 결코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 또한 자신이 모든 권력과 권익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고, 그것을 견지하고 지켜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해방 후 민주주의이념과 제도를 받아들인 이상 엄연한 민주공화국입니다. 이 체제는 북한의 남침에도 무너지지 않고 70년 가까이 의연히 지켜온 정체입니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원론적으로는 포항시 남구 해도동의 주인은 바로 해도동민 자신인 여러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까지 해도동민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인으로서의 권리 행사가 제한되거나 미흡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눈을 돌려 해도동을 보면 우리 앞에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 재정비해야 할 일, 새로이 만들어나가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음이 보일 것입니다.
환경오염문제를 둘러싼 포스코와의 관계재정립, 주민복지회관건립, 주민들 간의 소통 활성화, 각종 교육 및 문화시설유치 및 마련, 운하의 수변지구 잔여정리미흡, 주민들의 재유입에 따른 주민인구증가, 경제 활성화, 떨어지거나 저평가된 지가 상승 등등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관이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려선 백년하청입니다. 해도동민 스스로가 해결하고 개척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현재 해도동이 안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로서, 우리의 생활환경을 저하시킨 일차적인 요인인 심각한 환경오염문제를 예로 들어 봅시다. 사실 이 문제가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거나 알아도 관심을 두지 않는 주민들이 대부분입니다. 즉 지금까지 10여년 이상 우리 자신들의 권익과 행복추구권을 가로챈 삿된 자들의 농간이 우리 해도동을 뒤덮고 있는 매연과 공해만큼이나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일부 해도동 주민 몇몇이 획책해 나이 드신 해도동민들을 모아 약 500여회의 시위를 벌여 포스코로부터 시위중단을 조건으로 피해주민을 위한 보상금의 일환으로 회사를 설립해 포스코에 ‘표면경화제’를 납품하도록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표면경화제’ 납품으로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매달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해도동주민들에게는 한 푼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가로챈 금액은 최소한 물경 40억 이상이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해도동민 여러분!
이 보상금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포스코가 해도동주민들의 환경피해에 대한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해도동주민 전체에게 합리적인 기준에 의거해 공정하게 배분되든가 아니면 해도동주민 전체를 위한 복지회관 건립 등에 쓰여야 하는 게 아닌가요? 이러한 사기행각을 알고도 묵과하시겠습니까? 파렴치한 이런 범죄행위를 알고도 남의 일처럼 팔짱을 끼고 구경만하고 계시겠습니까? 피해주민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포스코가 애초부터 보상 대상을 잘못 정했고, 지금까지 잘못 집행해오고 있는데도 입을 닫고 있으시겠습니까? 해도동의 주인인 주민을 속여 이익을 가로채고 있는 이 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해놔야 합니까?
친애하는 해도동민 여러분!
정의의 구현, 사필귀정, 권선징악의 차원에서 이러한 부정부패와 농간을 척결하고 해도동 전체 주민들의 정당한 권익을 되찾음과 동시에 주민의 기본권이라는 공공의 선을 실현하는데 힘을 보태어 주십시오. 이 문제는 바로 우리 해도동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 보장임은 물론,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동에 대한 평가와 주민들의 자존감이 걸려 있습니다.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소해 맑고 깨끗한 지역사회, 교육과 문화가 풍성하게 꽃피는 동네를 만들어 우리가 주인이 되고자 하는 2만 명에 가까운 해도동 전체 주민들의 염원과 희망을 담는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자신의 권익을 찾는 데에 주인이 되어 주시길 호소합니다.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이 목표가 정유년 새해의 꿈처럼 이뤄지도록 앞장서는 데 주저하지 맙시다.
백성이 근본이라는 위민(爲民), 애민(愛民)정신에서 백성을 긍휼히 여기고 공직자의 바른 도리를 제시한 다산 정약용 선생은 “염자목지본무(廉者牧之本務)요, 만선지원(萬善之源)이요, 제덕지근(諸德之根)”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청렴함은 백성을 이끄는 자의 본질적 임무요, 모든 선행의 원천이요, 모든 덕행의 근본”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백성에게 해로운 일에 동조하지 말고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공직자는 청렴함으로 위엄을 갖추고 공정하게 구성원을 통솔하라는 가르침이 새삼 마음에 다가옵니다. 모두 다산 12훈(茶山十二訓)에 나오는 얘기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법조계, 언론 등등 어느 한 곳이 썩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혼탁합니다. 이것이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청년들의 꿈을 망치는 주된 원흉입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이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실천은 거창하게 국가 단위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단위에서 시작합시다.
친애하는 해도동민 여러분!
앞으로 국가가 해주지 못하는 일을 우리 스스로 성취할 것입니다. 우리 해도동을 이 나라 최고의 깨끗한 청렴지역으로 만들어 전국민이 부러워하고 귀감이 되는 지역공동체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 '해도동 환경오염피해 주민권익되찾기 대책상임집행위원회'(가칭)는 목민관의 사표였던 다산 정약용의 애민정신을 모토로 삼아 향후 눈에 보이는 주거환경뿐만 아니라 주민과 주민, 주민과 관의 관계 등 눈에 띄지 않는 의식과 생활태도 면에서도 가장 청렴하고 쾌적한 해도동을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여기에 해도동민 여러분이 주인이 돼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7. 3. 26
포항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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