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어린이가 보내온 감사 편지
에티오피아 어린이를 수년 간 작으나마 학비를 보내오고 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그 나라에서는 부모를 포함한 일가족이 살 수 있는 한달 생활비가 된다고 한다. 도움을 받는 어린이는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찌욘 아둑나라는 소녀였다. 그 아둑나와 인사를 튼지 엊그제 같았는데, 그가 벌써 고학년으로 올라 가게 됐다.
해마다 연말이면 그에게서 감사의 편지를 받는다. 지난 번엔 편지를 보냈더니 답장도 보냈다. 에티오피아 글은 모르지만 번역문이 첨부돼 있고, "정말 감사해요"라는 말을 보니 어린이 나이에 어울리는 표현으로서 고마워하는 소녀의 예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흐뭇하다. 장래 의과대학에 가서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는 찌욘 아둑나! 그곳에선 이 글을 볼 수도 없고 한글도 읽을 수 없겠지만, 늘 밝고 맑은 마음을 잃지 않고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나는 에티오피아라는 나라를 좋아한다. 60여년 전, 한국전쟁에도 전투병을 보내 준 아프리카 유일의 나라다. 기회가 되면 아프리카 최고의 역사고국을 방문해보고 싶기도 하다.
88올림픽 때 5000m 육상경기에서 우승한 에티오피아 선수가 시상대에서 자국의 국가를 따라 부르며 소리 없이 흐느끼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국가의 장엄한 가락은 더욱 더 잊을 수 없다. 지금껏 들어본 적지 않은 여러 나라들의 국가들 가운데 그 어떤 국가 보다 장중했다. 국가를 듣고 난 뒤 바로 서울에 있는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찾아가 에티오피아 국가가 녹음된 테이프가 있으면 구할 수 없느냐고 문의를 했을 정도였다.
그 뒤 한국KDI의 초청으로 한국에 연수를 온 개발도상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독도 현지에서 행한 독도 강연을 하면서 몇몇 에티오피아인들과 스리랑카, 파키스탄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까지 초청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격려해준 것도 그런 시절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찌욘 아둑나 역시 그런 개인적인 시절 인연이 있어 맺어진 아이다. 밝고 맑게 잘 자라서 조국 에티오피아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가 되면 좋겠다.
2012. 9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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