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미래가치실현(동) 창립에 부쳐
문명의 이기가 미증유로 발달한 21세기, 5천년 가난을 딛고 오직 잘 살아보자는 일념과 근대화라는 명분하에 반세기 이상 앞만 보고 달려온 이 지점은 어떤 곳인가? 전국민이 거국적으로 매진한 결과 물질은 비균등적으로 일부 계층에겐 풍족해진 만큼, 상대적으로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아직도 법적, 민족적 정의는 바로 서지 못했다.
비정한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고 무한경쟁의 장으로 내몰려 개인의 일상은 비척대고, 전통적 삶의 공동체는 흔들린지 오래다. 사람과 정신이 주인이 아니라 자본과 물질이 주인이 된 물신화된 금권 만능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해 도덕과 윤리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근대에 들어와 사회계약론이 국가 정치사상의 기둥으로 정초된 서구에서는 정치 주체가 국가에서 시민으로 이동한지 수세기가 지났지만,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정치의 주요 축이 시민사회로 전이되지 않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민사회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국가와 사회는 나아가야 할 좌표를 잃은 채 발전을 추동해온 동력 또한 급격히 사그라지고 있다.
그나마 싹을 틔우던 이성과 합리성도 확장되기는커녕 더 이상 작동되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점인 상식이 실종된 자리에 똬리를 튼 무지와 탐심과 진영논리가 사회 도처에서 용출되는 분열과 파열음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 간의 연대 없는 신산한 외침은 사회적 격차, 상실감과 절망감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발전을 추동해온 꿈과 열정과 이상은 빛이 바래지고, 우리는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의 골이 깊이 파인 격차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국사회를 외면하고 침묵할 것인가? 우리 자신과 사회를 새로운 미래로 견인하기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세대들이 미래를 향한 꿈과 이상을 품을 수 없게 만든 책임이 없지 않는 기성세대로서 그들에게 유산처럼 막막한 이 현실을 이대로 물려줄 순 없다.
더 늦기 전에 사회를 근저에서부터 개조할 시대정신으로서의 미래가치를 새로이 주조해내야 한다. 이미 존재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제대로 실천이 따르지 않았거나 등한시 해온 가치나 덕목들을 지금의 시대상황에 맞게 헌걸차게 실천하자는 것이다. 오늘, 새봄을 맞아 경향 각지의 뜻있는 동국인들이 모여 ‘사단법인 미래가치실현(동)’을 발족시키는 취지와 동기가 여기에 있다.
향후 ‘미래가치실현(동)’은 상식회복과 합리성 제고를 법인체의 일차적인 존재의의로 삼고자 한다. 이것을 작동원리로 연동시켜 생명중시, 생태계 복원 및 유지 그리고 사람 중심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과 공정한 경쟁체제의 확립에도 힘을 보탤 것이다. 또한 확대된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장되지 못한 평등(사회적 평등, 교육적 균등, 기회의 균등)의 확대를 통한 빈부격차 완화, 전인교육을 보장할 교육의 전면적 개혁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전인교육이 담보될 전면적 교육개혁은 범국가 차원의 과제지만, 먼저 올해로 112년을 맞은 유구한 전통에 빛나는 모교 동국대학교의 변화를 통해서도 일부 실현이 가능하다. 불교의 지혜와 자비정신으로 서로 믿고 공경하는 이상세계의 구현을 건학이념으로 창립된 동국대학교는 일제시대엔 걸출한 민족지도자를 배출했는가 하면, 1960년대 암울한 시대엔 독재정권 타도와 불의에 항거한 4.19의거의 주역이었다. 사회 제분야에서 국가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30만 동문들은 우리의 자긍심이자 자산이다.
그러나 현재 동국대학교는 종립대학으로서의 교세가 더 이상 확장되지 않고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다. 동국대학교는 가치관이 전도된 현대사회를 정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목전에 성큼 다가와 있는 4차 산업시대가 가속시킬 탈인간적 소외상황을 치유할 불교적 융섭과 상생개념에 토대를 둔 교육의 산실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모교발전을 위해 성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대학운영의 허와 실을 주시하고자 하는 이유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전인교육과 공정한 경쟁체제의 확립에 부합됨과 동시에 상식회복과 합리성 제고를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또한 후학들을 창의롭고 국제감각을 갖춘 새로운 리더십의 21세기형 인재로 키우는 데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헌신을 통해 우리가 다다르고자 하는 이상태는 사랑에 충만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이타형 인간, 지역과 정파, 계층과 종파를 초월한 화합과 상생을 추구하는 화쟁(和諍)형 인간, 시민성이 구비된 개인, 자기성찰적 사회참여형 시민, 공사구분이 분명하고 공명정대한 정신과 역사의식이 투철함과 동시에 창발성이 뛰어난 21세기형 신인류가 다수를 점하는 국가와 사회다.
우리 앞엔 지난 발자취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미래가치를 실천하고 에너지를 응축시켜야 할 시대사적 소명이 기다리고 있다. 동국인들이여 오랜 침묵에서 깨어나 서로 화합하고 단결해 시대사적 소명 앞에 다 함께 일어서자!
2018년 3월 7일
사단법인 미래가치실현 동(東同動) 창립발기준비회
준비위원 草士 雲靜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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