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장미가 포항시화라고? ③대안 제시 :
시민이 제안하는 복수 꽃들에 대한 재심의 제안
서상문(고려대학교 한국전쟁아카이브 연구교수)
어제 본고 제2편에서 포항시가 장미를 시화로 선정한 이유로 장미가 포항시민들이 가장 많이 제안한 꽃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 과연 다수 시민이 제안했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화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감상으로는 자칫 여론몰이가 될 수 있어 최적의 시화를 선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민주적이라고 찬양되는 다수결원칙의 함정이다.
2005년에만 국내 시중에 판매된 장미의 85%가 외국산 품종이어서 약 70억 원의 로열티를 외국에 지불했는데, 이 보다 10년 전인 1995년에도 로열티를 물지 않았을 리가 없었을 터인데, 당시 시화 선정심의를 맡은 포항시 상징물선정위원회에서 이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게다가 장미는 색조에 따라 ‘불타는 사랑’, ‘아름다움’이라는 꽃말 외에도 ‘결백’, ‘질투’, ‘불가능’(파란 장미)이라는 꽃말도 있는데 과연 이 꽃말들이 포항시민의 정서에 적합한 것일까? 또 포항시를 상징하는 게 철강도시와 열정뿐이라고 규정한다는 것은 포항시민의 이미지와 달란트를 너무 옹색하게 보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의 논거로 최소한 장미는 포항시화로 적합한 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면 장미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은 뭔가? 나는 나팔꽃, 해국(海菊), 해당화, 참나리꽃을 추천하고 싶다. 지면관계상 네 후보를 다 설명할 순 없고, 이 중 나팔꽃과 해국을 천거한 이유는 이렇다.
인도가 원산지인 한해살이 넝쿨식물인 나팔꽃은 7∼8월에 흰색, 붉은색, 푸른 자주색, 붉은 자주색 등 다채롭게 피는데다 야생에서 쉬이 접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수려하게 꽃을 피운다고 해서 영어권에서는 ‘아침의 영광’(morning glory)이라고 부른다. 꽃말 중에 ‘결속’은 무방하지만 ‘허무한 사랑’이 흠이다. 나팔꽃은 포항시의 이미지 중 공업도시와 군사도시의 이미지와 겹치는 붉은 색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섬약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토종꽃인 해국은 한국의 중부 이남 해변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로 색깔은 연한 자주색이며, 겨울에도 상단부의 잎이 시들지 않고 반상록 상태로 있어 여름 한 철에 폈다 지는 장미와 나팔꽃 보다 낫다. 해국의 꽃말 ‘기다림’도 포항시의 미래 발전을 염원하는 희망과 포개져서 좋다.
이 꽃은 포항시 관내의 산야에나 관상으로나 시민들이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꽃의 확보에 필요한 경제성 문제도 없다. 다만, 나팔꽃과 해국은 고결미와 고졸미도 뛰어나고, 로열티 논란도 비켜갈 수 있지만 용광로의 이미지에서 오는 열정, 패기가 상징하는 역동성이 약한 게 흠이다.
나팔꽃과 해국이 공히 열정과 패기를 느끼게 하는 힘찬 역동성이 약하다는 점에서는 해당화가 강점을 지닌 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포항시의 미래는 토건 산업 시대에 총아였던 제철산업에서 벗어나 21세기의 지식혁명에 걸 맞는 굴뚝 없는 4차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붉은 꽃만 선호할 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색조가 부드럽고, 섬세하며 고아한 자태를 지닌 꽃들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도합 3회에 걸친 짧지 않은 논증적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이제 마지막 결론을 내려야 할 대미에 이르렀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한 마디로 나팔꽃이든, 해국이든 혹은 나머지 두 꽃이든 꼭 심의 없이 포항시화로 정하자는 게 아니다. 포항시민이라면 누구든지 본고에서 장미 대안으로 제시된 꽃들 이외에도 어떤 꽃이든 제안할 수 있다. 그러한 권리가 보장되고 자발성이 높아질 때 비로소 포항시가 시민의 참여 속에 민주적이고 역동성 있는 시정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예전 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해 복수의 꽃들이 제안될 수 있어야 하고, 폭 넓게 제안된 복수의 다양한 꽃들에 대해 사계의 전문가들에게 재심의를 맡겨보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본고 제1편에서 필자가 시화 선정의 기준으로 제시한 5개 항의 기준 혹은 여타 합리적 선정기준에 준거해 포항시민이 제안한 복수의 꽃들을 차분하게 감고(監考)해볼 것을 포항시에 정중하게 제안한다.
雲靜
위 글은 2017년 7월 10일, 11일, 12일에 걸쳐 대경일보에 3일 연속으로 게재된 칼럼의 마지막 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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