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장미가 포항시화라고? ②문제제기 :
선정의 합리성을 결한 상징물 재검토 이유
서상문(고려대학교 한국전쟁아카이브 연구교수)
지금까지 포항시는 시의 상징물로 갈매기(gull), 해송(海松, black coral), 장미(rose)를 각기 포항시의 시조, 시목, 시화로 사용해오고 있다. 그런데 갈매기, 해송, 장미가 상호 내적 연관성에서의 앙상블이 맞는 것이라고 보는가? 갈매기와 해송은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성은 없지만 그 밖의 조건들은 구비돼 있다. 주로 해안, 조수가 밀려드는 강 하구, 내륙의 호수 등지에 서식하는 갈매기는 포항항뿐만 아니라 어느 항구에서든 흔히 볼 수 있어 유일성이 약하다.
다만 포항에서 나고 자랐거나 생활하는 시민이라면 대부분 추억의 한 장면으로서 갈매기의 영상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어 갈매기가 항구도시 특유의 서정성과 서사성의 상징이라는 점이 이 결함을 상쇄할 수 있겠다. 흑송(黑松) 또는 곰솔이라고도 불리는 해송은 해변 산지 550m이하 지역에 서식하는 상록 침엽수인데 중부 이남의 동해안 지역 및 일본에 분포하는 종으로 포항에도 군락지가 있다.
문제는 포항시에서 수많은 품종 중에 어떤 색깔인지 특정하지 않은 장미다. 붉은 장미뿐만 아니라 모든 장미가 포항시화인가? 또한 장미가 포항시화로서 적절한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으며, 포항시의 이미지에 부합하는가 하는 점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포항시 이미지와의 일치성, 서사성과 서정성, 선정기준의 합리성과 경제성 및 미래의 발전방향이라는 비전을 기준으로 따져 보면, 우선 장미는 세계 도처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유일성, 고유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예들 들어 장미를 국화로 혹은 시화로 삼고 있는 곳은 부지기수다. 영국 외에도 룩셈부르크, 불가리아, 이라크가 있고, 루마니아는 백장미를 국화로 삼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포항시 외에 울산광역시와 일산이 있어 장미는 고유성에서 다른 도시들과 겹친다. 이뿐만 아니라 붉은 색을 주조로 하는 장미꽃은 붉음이 표상하는 열정, 젊음, 패기를 나타내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포항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특징들, 예컨대 검푸른 영일만, 푸른 바다의 항구도시, 초록과 파랑의 산과 바다 등의 특징들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서사성과 서정성 면에서도 장미는 포항지역과 다소 이질적이다. 장미는 2012년 기준으로 재배시 한 포기당 30원의 로열티를 물었고, 2013년 한 해만 33톤의 종자를 수입해 외국에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화훼라 경제성에서도 문제가 있다. 단지 부분적으로 포항시와 시민의 상징인 용광로와 열정의 이미지에만 들어맞을 뿐 나머지는 계합되는 게 없다. 장미는 갈매기, 해송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왜 포항시는 장미를 시화로 결정했을까? 포항시에 따르면, 장미는 과거 1995년 영일군과 포항시가 통합되면서 시민의견 수렴, 상징물선정위원회의 심의, 의회의결 과정을 거쳐 시화로 선정됐다고 한다. 당시 선정과정에서 장미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제안한 꽃이었고, 주된 색이 붉은 색인데다 ‘불타는 사랑’, ‘아름다움’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어 세계화로 도약하는 철강도시의 끓어오르는 용광로처럼 포항시민의 열정을 상징함에 적합하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현 포항시의 홈페이지에서도 장미가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사랑을 뜻하며, 베풀 줄 아는 시민이 되길 바라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과연 이 선정 이유가 타당한 것일까? 장미는 붉은 색 뿐인가? 붉은 장미 이외의 다른 색깔의 장미꽃은 포항시화가 아닌가? 시화 선정 심사 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필자처럼 누구든지 제기할 수 있는 평범한 의문을 비켜갈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적지 않다.
공무원이나 혹은 선정위원으로 선정된 심사위원들에게 세심한 사고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번 글에서는 이에 대한 재검토가 축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어서 그 기반 위에 장미를 대신할 새로운 시화의 대안이 제안 이유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다.
雲靜
위 글은 2017년 7월 10일, 11일, 12일에 걸쳐 대경일보에 3일 연속으로 게재된 칼럼의 제2회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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