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장미가 포항시화라고? ①시화 선정기준 검토 :
지방자치단체의 상징물 선정기준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제언
서상문(고려대학교 한국전쟁아카이브 연구교수)
대상과 행위를 상징화 하는 행위(symbolization of object and act)는 인간의 이성적 특장 중 하나다. 현대는 상징과 기호의 시대다. 인간은 상징을 통해 자아의 내면을 표현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한다. 상징은 어떤 대상의 특징이나 복잡한 것을 간명하게 하거나,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핵심적으로 표상한다. 상징은 사람이 마주하면서도 근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해독이 불가능한 사물과 행위를 질서 지우는 기능이 있다.
성경이나 불경 같은 경전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구체적인 설명이 아니라 갖가지 상징과 비유로 서술돼 있기 때문에 신도만이 아니라 비신도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믿음의 아우라를 느끼게 만든다. 이렇듯이 불가사의한 것에 대해선 과학적, 논리적 설명보다 상징과 비유로 표현될 때 생명이 불어 넣어져 더 깊이 믿는 경향이 있다.
국가가 그렇듯이 도시도 상징으로 표상된다. 도시는 도시민들의 정서와 성격, 꿈과 이상, 희망과 염원, 의지와 행위를 나타내고 표현하는 공동체다. 각 도시가 자기 도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상징물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시민에게 상징물의 정신을 닮으려고 하게 하거나 자랑스럽게 여겨 내면화 시키도록 하려는 의도에서다.
그런데 만에 하나 잘못된 상징이 있다면, 그것은 실제 도시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시민들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상징과 인식의 불일치가 일으키는 위해다. 상징이 억압 받으면 상상력의 고갈로 이어진다. 잘못된 상징물은 대체로 잘못된 선정 기준이라는 비합리성에서 비롯된 게 많다.
도시계획(city planning)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마을, 학교, 관공서 등은 거개가 자연물을 상징물로 삼아왔다. 도시를 상징하는 것으로는 통상 꽃, 나무, 새, 여타 동물, 건축물, 사람 등등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을 취하든 다수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대상물을 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첫째, 모든 도시는 세계에서 하나 뿐인 유일한 것이므로 상징물도 유일한 것이 좋다. 유일성은 고유성을 가지지만, 고유하다고 해서 반드시 유일한 것은 아니다. 둘째, 해당지역의 특성에 부합하는 이미지와 실제 상징물과의 정합성이 높은 것이 좋다. 셋째, 상징물의 서사성과 서정성이다. 즉 대상물은 그만이 지닌 고유한 감성과 얘깃거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넷째, 선정기준의 합리성과 경제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라든가 그것을 구비하는데 과도한 비용이 드는 대상물은 시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다섯째, 여기에다 향후 포항시가 나아가야 할 미래 발전방향과의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포항시화를 선정하는 데는 먼저 포항시의 이미지와 포항시민의 성정 혹은 기질과 정체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규정하는 게 상징물 선정의 논리적 순서다. 내가 보기에 포항시는 네 가지 선 굵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첫째가 자연으로서 검푸른 영일만이요, 둘째가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연해도시임과 동시에 바다를 면한 항구도시다. 셋째가 인위적인 요소로서 철강산업도시라는 것이요, 넷째가 해병대가 주둔하는 군사도시라는 것이다.
이 특성들에서 포항시와 시민의 성격 및 이미지가 추상되고 생성된다. 전체적으로 영일만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와 성격은 푸르고, 시원스럽고, 씩씩하고, 헌걸차고, 진취적이라는 느낌이다.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연해도시의 이미지는 초록과 파랑이 교직되는 푸릇푸릇한 신선함이다. 동해바다에 면한 항구도시의 이미지는 갈매기, 물새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항구의 정겹고 평화로운 풍광이다. 철강산업도시의 이미지는 용광로가 상징하듯이 뜨거움과 열정이다. 군사도시는 해병대의 충성심, 젊음, 패기, 도전의식을 연상시킨다.
연해와 항구도시의 특징들은 영원한 것이지만, 철강과 해병대는 해당 공장과 군부대의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미래 비전과 관련해서는 미래의 발전 동력으로 포항시민이 의지할 곳으로는 해양자원에 대한 인간과 자연의 상생적, 창조적 활용과 시민들의 창의성만한 게 있을까?
위에서 제시한 포항시화의 선정기준에서 과도한 주관성과 자의성이 한 뼘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을 솎아내는 작업이 더 나은 선정기준의 완결성을 담보할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선정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 완전무결한 꽃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선정기준들에 대해 중요도순으로 순서를 정하고, 중요한 항목에는 가중치를 두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雲靜
위 글은 2017년 7월 10일, 11일, 12일에 걸쳐 대경일보에 3일 연속으로 게재된 칼럼의 첫 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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