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삶의 순간들

'오빠 생각'을 생각하다

雲靜, 仰天 2017. 6. 26. 12:43

오빠 생각을 생각하다

 

울산 큰 애기가 있는 울산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주위에서 보내준 글에 내용을 조금 보태서 보내 드립니다. 내용은 雲靜이 평소 자주 부르는 동요 오빠 생각이 지어진 일화와 그에 대한 생각입니다.

 

소싯적 오빠를 많이 따랐고, 환갑이 다 돼 가는 지금도 오빠를 생각하는 동생에게 늘 마음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오빠이기도 하고, 또 이 달이 가정의 달, 어버이날이 있는 달이기도 해서 이 노래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불거지네요.

 

오늘 울산행이 주례를 보기 위해 가는 길인데, 어느덧 주례 설 정도로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많지도 않은 혈육인 동생에게 잘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다 3남매를 길러주신 작고한 부모님 생각, ‘고향의 봄저자 이원수의 고향이기도 하고 雲靜의 처가인 마산 빙부, 빙모의 얼굴이 떠오르니 마음까지 촉촉해지네요. 이만 각설하고......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한국인들 중에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거의 국민가요라 할 수 있는 이 노래를 노래한 가수만 해도 여럿이죠. 그런데 이 노래의 가사가 된 시를 쓴 저자가 12살 소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192511, 12세 소녀 최순애(1914~1998)오빠생각으로 당시 방정환(1899~1931)이 내던 잡지 어린이의 동시란에 입선자가 됐다고 합니다. 그 이듬해 4, 16세 소년 이원수(1911~1981) 역시 고향의 봄으로 이 난의 주인공이 됩니다. 위 시를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열두 살의 소녀 최순애는 이원수에게 편지를 띄우기 시작한 게 계기가 돼 마산 소년 이원수와 수원 소녀 최순애는 펜팔친구가 됐고,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 결혼약속까지 했답니다.

 

그런데 펜팔한지 7년 후 두 사람은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7년 후에 이원수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이원수는 "함안독서회"에 참여해서 불온한 항일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경에 체포 구속돼 1년간 감옥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중 일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원수는 그 후 친일행적의 기록을 남긴 삶을 살았다는 설이 있습니다.

 

최순애의 집에서는 이런 예비 사위가 못마땅해 다른 혼처를 알아보고 단념하도록 권해 보았건만, 최순애는 완강히 거부했답니다. 그러다 1년 후에 풀려난 이원수가 최순애의 집으로 달려왔고, 결국 19366월 결혼식을 치르고 슬하에 33녀를 두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요즘 세대에는 믿기지 않을 순애보입니다. ‘오빠 생각고향의 봄의 만남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이 시에 곡을 붙여 동요로 만든 사람은 박태준(1900~1986)이라는 작곡가입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로 시작되는 이은상의 시(동무생각)에 곡조를 붙인 작사가로도 알려져 있는 인물이죠.

 

박태준은 최순애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그녀가 훗날 이원수의 아내가 되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최순애 선생이 살아생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작 동기를 밝혔는데, 애틋하기도 하고 소녀의 감성이 그대로 배어 있네요. 아래는 그가 말한 사연입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오빠 한 분이 계셨다. 딸만 다섯에 아들 하나뿐인 우리 집에서 오빠는 참으로 귀한 존재였다. 오빠는 동경으로 유학 갔다가 관동대지진 직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 사태를 피해 가까스로 돌아 왔다. 그날 이후 일본 순사들이 늘 요시찰 인물로 보고 따라 다녔다. 오빠는 고향인 수원에서 소년 운동을 하다가 서울로 옮겨 방정환 선생 밑에서 소년운동과 독립운동에 열심이었다.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오질 않았을 정도로...

   오빠가 집에 올 때면 늘 선물을 사 왔는데 한 번은 다음에 올 땐 우리 순애 고운 댕기 사줄께라고 말하고 서울로 떠났다. 오빠는 뜸북새, 뻐국새 등 여름새가 울 때 떠나서 기러기와 귀뚜라미가 우는 가을이 와도 돌아오지 않았다. 서울 간 오빠는 소식조차 없었다. 과수원 집 딸인 그녀는 오빠를 과수원 밭둑에서 서울 하늘을 보며 그리며 울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쓴 노래가 바로 오빠 생각입니다.”

 

오늘이 어버이날이자 가정의 달이고 하니 아내 생각, 남편 생각, 자식 생각, 부모 생각, 가족 생각, 오빠 생각하면서 오빠 생각감상하시면 어떨까요?

 

2017. 5. 8

울산행 KTX열차 안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