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삶의 순간들

새벽에 문득 떠올리는 오늘의 역사

雲靜, 仰天 2017. 7. 10. 18:36

새벽에 문득 떠올려 본 오늘의 역사

 

새벽녘에 눈이 뜨자 문득 뜬금없이 오늘은 역사상 어떤 오늘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가끔 얼토당토않다고까지는 할 순 없지만, 엉뚱한 짓은 좀 하고 살아서 그런지 괜히 과거를 뒤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과거 수많은 오늘들에 일어난 일들을 어찌 다 기억을 할까만, 그 중에 오늘 일어난 일들 중엔 의미를 새겨도 될 만한 일들이 없지 않네요.

 

1865년 4월 9일 오늘은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날이더라고요. 미국이 노예제도의 인정여부를 두고 남북으로 갈려 서로 총질을 해 60여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미국은 전쟁 후 상처가 많이 아물고 치유가 되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남북전쟁은 노예제를 둘러싸고 남북 지역 간에 찬반 대립이 주요 원인이 됐다. 노예제 찬반대립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원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위 사진은 미국 반노예제협회의 강령(1833년)이다.

 

이 사실이 우리민족을 돌아보게 합니다. 한국전쟁에서 김일성의 남침으로 죽어간 남북의 군인과 민간인만 120만 명이 됩니다. 미국 남북전쟁의 사망자 보다 꼭 두 배입니다. 유엔군, 중공군과 소련군을 포함하면 사망자만 150만 명 정도가 됩니다. 부상자와 행불자는 이 보다 더 많죠. 이런 혹독한 민족적 희생을 치르고, 형언불가의 시련과 고초를 겪고도 통일은커녕 갈등과 증오만 증폭시켰습니다. 지금 남북한의 모든 정치, 군사, 외교적 문제의 원인은 한국전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문학사적으로 눈에 띄는 일은 1821년 오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가 태어난 것이군요. 그가 외친 말들이 내 처지와 부분적으로 겹쳐지길래 조금 인용하겠습니다.

 

“이제 난 자유롭고 외톨이구나! 오늘 밤 난 죽도록 취하리라. 그리고 두려움도 회한도 없이 땅바닥 위에 벌렁 누우리라. 그리고 개처럼 잠들리라. 돌, 진흙 등을 실은 육중한 달구지 바퀴나 미칠 듯 질주하는 화물차가 죄 많은 내 머릴 짓이기든가 한 허리를 동강내도 상관없다. 신이나 악마처럼 그 정도 일에는 개의치 않으리.”―‘살인자의 술’에서.

 

보들레르의 정신 혹은 문학세계에 대해 프루스트는 보들레르의 대표작인 악의 꽃을 평가하면서 상징주의를 상징했다. 즉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은 “숭고하면서도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책으로, 이 속에서는 연민이 냉소를 하고, 타락이 십자가를 긋고, 가장 깊은 신학을, 사탄을 가르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징파 시의 시작을 알리면서 기괴한 상상력으로 시대를 앞질러간 보들레르

 

오늘은 또 1626년 이날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이 사망한 날이네요. 햄과 소시지와 곁들어 먹는 베이컨의 그 베이컨이 아니고요. 데카르트와 함께 서양 근세에서 경험론을 연 개창자로 인정받음으로써 서양철학사상 굵은 획을 그은 인물 말입니다. 그가 제시한 4가지 우상(종족, 동굴, 시장, 극장의 우상)설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죠. 그가 주장한 수많은 철학적 언설들 가운데는 인간의 교육과 관련된 말도 있는데, 오늘날 한국의 교육계가 받아들여야 할 지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써먹지 못하는 많은 교육보다 적게 적용되는 교육이 차라리 낫다.”―프란시스 베이컨(1626년 ‘수상록’)이라는 말입니다.

 

 

영국이 낳은 걸출한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 그는 근대 경험론을 처음으로 개창한 철학자로 평가된다. 그가 주창한, 인간의 편견을 타파하는 데에 공헌한 4가지 우상(종족, 동굴, 시장, 극장의 우상)설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눈을 우리의 현대사로 돌려보니 1975년 오늘 인혁당사건 관련자 8명이 전원 사형확정판결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날이군요. 확정판결 다음날에 바로 행하는 사형집행은 극히 드문 일인데다 사형선고통지서가 사형집행 이후에 도착한 것도 지금까지 의문을 남기고 있죠. 또 관련 기관은 고문흔적을 없애려고 시신을 불법으로 화장한 뒤에 유골만 유족들에게 인도했는데, 국제법학자협회에서 대표적 인권침해사건으로 보고 오늘을 ‘사법암흑의 날’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뜬금없이 찾아 본 오늘의 역사였습니다. 역사라는 말은 원래 기원전 5~6세기 이오니아 말로 질문, 조사라는 뜻을 지닌 ‘Historia’라는 단어에서 시작돼 ‘탐구해서 알아내다’는 개념을 가진 학문입니다. 그래서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만 파헤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의미를 탐구하고 읽어내어 현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예시하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과 균형감각을 필요로 하는 지적 작업입니다. 오늘도 오늘의 과거사를 보니 현재가 보이고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반면교사가 눈에 들어오네요.

 

휴일 잘 지내세요~

 

2017. 4. 9. 07:46

고향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