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삶의 순간들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의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직 사퇴 선언문

雲靜, 仰天 2018. 10. 27. 11:59

여기 해병대를 편제상 해군으로부터 독립시키려는 충정으로 정치에 몸 담으려다 중도에 뜻을 접은 노병이 있다. 힘이 돼주지 못해 송구스런 마음이다. 각국에서 해병대의 독립은 해병대의 오랜 숙원이고,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에선 군사적 효율성 보다는 군대 내 힘의 역학관계라는 정치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정말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의 애끊는 심정을 들어보자.--편집자 주

 

 

'늘푸른한국당' 창당발기식에서 이재오 대표(중간)와 함께 공동대표로 추대된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오른쪽)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의 늘푸른한국당공동대표직 사퇴 선언문

 

살 만큼 살았는데, 무슨 야욕이나 욕심이 있겠습니까? 잘못 되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고, 모군 해병대를 최강의군대로 세워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제 죽어도 무슨 일인들 못 할까 하고, 늘푸른한국당 창당에 뛰어들었지만, 전국을 순회하며 지구당 창당을 준비하는 동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목표인지, 분명치 않은 먼 길을 함께 가기엔 서로의 DNA 차이가 너무 커서 오래 더 가는 것보다 이쯤에서 물러서는 게 바른 선택임을 절감했습니다.

 

게다가 지금 나라 안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늘푸른한국당 창당공동대표로 나선 것도 개헌을 끌어내는 게 첫 번째 목표였는데, 개헌을 해야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제 입장에서 왜 개헌이 그토록 필요한가요? 제 가슴속에 담고 있던 숙제는 박정희 대통령 때 없어졌던 해병대가 오늘날까지도 제자리에 바로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헌법 제89조 제16, 대통령의 임명 권한 가운데 각 군 참모총장만 되어 있는데, 여기에 각 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 사령관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 국군 조직법 제1장 총칙국군은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두고라는 이 조항을 해군에 해병대를 두고를 삭제하고 국군은 육군, 해군, 공군 및 해병대로 조직하며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해병대는 육군, 해군, 공군과 동등하게 직제령에 의한 군대인데, 해병대가 해군의 예하 부대인 것처럼 되어 해병대 사령관의 임명 권한이 해군 참모총장이 갖고 있는 한, 군의 상명하복 특성상 목을 걸지 않고는, 해병대 사령관은 해군 참모총장의 수하로서 총장의 눈치와 명령에 절대적 복종과 충성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이 문제는 헌법에 보장된 국군 통수권자인 다음 대통령의 몫입니다.

 

해병대의 일원이 되어 보았던 모든 사람이 영원한 해병대의 일원으로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어느 조직보다도, 어느 조직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하나로 뭉쳐있다고 여깁니다.

 

어찌되었건, 해병대와의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이라도 가장 먼저 가장 엄정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세계의 최강군을 지탱해온 미국 해병대 역시 땀과 피를 함께 경험하며 목숨까지 함께 나누었던 예비역들의 단결된 힘이었습니다.

 

저 역시 어느 한 정파에 뿌리를 내리고 주장하는 것 보다는, 늘푸른한국당을 떠나 자유지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도리인 것으로 여깁니다. 예를 갖추지 못하고 사퇴의 말씀을 드렸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도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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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잘 하셨습니다. 지난 번 전화통화에서도 언뜻 비친 바 있듯이 저는 애초부터 가실 곳이 아니었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당은 누가 봐도 이명박의 실정에 대해 그 일당들을 보호하려는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결성하는 것이라는 점이 명명백백합니다. 쉬시면서 초연하게 추이를 지켜보시면 제 말이 맞다는 걸 아시게 될 것입니다. 무엇 보다 마음을 가다듬으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雲靜 拜上

2018.10. 27. 08:27

북한산 寓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