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짧은 글, 긴 생각

서상문의 행복에 관한 단상

雲靜, 仰天 2014. 10. 5. 12:34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말하곤 하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는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는 않는 듯합니다. 고향을 찾는 일은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 가운데 한 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향에서 연휴를 보내니 행복이 뭔지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행복은 한 마디로 삶에서 괴롭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현되는 상황과 방식은 다양합니다. 일요일 아침에 문득 떠오르는 행복 관련 글귀들을 순서 없이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봤습니다. 대부분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몸으로 겪은 경험의 산물입니다.

 

 

 

고통과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바로 행복이다.-서상문

 

행복이란 몸에서 고통이 없고, 마음에서 괴로움이 없는 상태다.-서상문

 

행복이란 꽃이 사람들에게 꺾이지 않고 제 수명을 살면서 향기를 뿜고, 벌과 나비들이 꽃을 찾아 날아들고, 잠자리와 제비들이 푸른 하늘을 맘껏 나는 거다. -서상문

 

 

 

행복은 손에 쥐여져 있는 아기의 젖병이다. -서상문 

 

행복이란 꽃을 보고 흐뭇해하고, 내리는 눈을 보고 가슴이 뛰는 마음의 상태다. -서상문

 

행복의 심적 상태는 만나는 상대, 특히 만나는 이성에 마음이 끌릴 때 나타나는 마음의 입자들, 즉 도파민 물질의 다소와 비례한다. -서상문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을 철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이 반 이상은 갖춰져 있는 사람이다. -서상문

 

가보지 못한 낯선 곳을 여행할 때, 몰랐던 지식을 알게 되고 깨치게 될 때 접하는 모든 것들과 상황들은 자신을 부지불식 간에 긴장과 설레임, 흡족감과 기분 좋은 흥분 상태로 이끈다. 지나고 나니 그게 곧 행복이었다. -서상문

 

행복은 생각이 만들어낸 사유의 구조물일뿐, 실체가 잡히지 않는 안개나 구름 같은 거다. -서상문

 

행복은 비 맞고 으스스해서 벽난로에 몸을 쬘 때 육체가 卽應하는 반응을 느끼는 한 순간이다. -서상문 

 

행복은 외국에서 돈이 떨어져 잠 잘 곳이 없어 어느 식당의 한 쪽 구석진 카펫 위에 하루 종일 곤했던 몸을 눕혀 세상 모르고 잤을 때의 찰나다. -서상문 

 

행복은 삶의 형식이 아니라 대체불가능한 삶의 목적이다. -서상문

 

배우자와 자신이 인간으로서의 온전한 유대감을 갖고 사는 게 행복을 가장 빈번하게 느낄 수 있는 첩경이다. -서상문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인 부탄의 여성들이 명절을 보내는 모습

 

언제, 어디서든 知音들과 어울려 술을 마실 때 행복지수는 최대치로 오른다. -서상문

 

매번 지나고 나서 드는 생각이지만 좋은 벗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눌 때 달이 있건 없건, 경치가 좋은 곳이건 그렇지 않건, 바람이 일렁이건 일렁이지 않건, 그들과 온전히 일심이 될 정도로 같이 열중했을 때가 행복이었던 거 같다. -서상문

 

행복이란 현재의 순간을 감미롭게 만드는 지나간 아름다운 옛일을 떠올리는 순간이더라. -서상문

 

행복은 먹고 싶을 때 먹는 오뎅 한 꼬치고, 보고 싶을 때 보는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이다. -서상문

 

 

 

행복은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조건이더라. -서상문

 

행복이란 잠이 폭포처럼 쏟아질 때 자는 단잠이다. -서상문

 

죽음을 눈앞에 둔 자에게 행복이란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서상문 

 

원하는 방식대로 죽을 수 있는 것도 행복의 한 형태다. -서상문  

 

행복이란 남이 뭐라고 해도 자신의 자족감이 절대 기준이 돼야 하는 제 눈의 안경 같은 무엇이다. -서상문

 

흔히 행복을 인생의 최종 목적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건 서산 너머의 해를 찾아가는 거와 다를 바 없다.

-서상문

   

행복해져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해라. 행복은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자연 상태로 순간순간 존재하는 연속, 비연속의 무엇이기 때문이다. -서상문

 

행복해야 한다는 의식을 버려라. 그 생각에 끄달리면 집착이다.-서상문

 

현재 하는 일에 몰입해서 物事와 온전히 일체가 될 때가 행복한 상태다.-서상문

 

인도문명권의 사람들은 남녀합일의 성적 일체감을 최고의 행복으로 꼽음과 동시에 극상의 깨달음 세계라고 하듯이 음양의 조화로운 상태가 만물의 행복상태를 유지시키는 균형이다. -서상문

 

모친의 죽음을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을 춘 장자의 정신세계가 현대인의 정신질환들을 치유할 행복의 한 가르침이다. -서상문

 

행복과 깨달음의 세계를 가시화 한 만다라도 행복이 자신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 이에겐 그냥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서상문 

 

행복은 떨어져 있는 연인을 애틋하게 그리워 할 때 생겨나는 마음의 입자들이 응집된 상태다. -서상문

 

정당한 부와 명예는 행복과 상수관계에 있지만 부정한 부와 명예는 행복과 반비례한다. -서상문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그 순간이 행복한 거고,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 그 순간이 불행한 거다. -서상문

 

행복은 안개 속을 걸으면서도 그 안개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거와 같은 것이다. -서상문

 

절대적 행복과 절대적 불행은 실체가 없는 생각 바꾸기다. -서상문

 

상대적 행복과 상대적 불행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결코 마음먹기에 따라 그것들의 위치가 전도되는 게 아니다. -서상문

 

거리에 노숙자가 득실거리는 상황에서 1년 365일을 매일 같이 호의호식하는 정치지도자나 재벌들이 누리는 호사는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뙤약볕에서 죽도록 일하는 노예들을 보면서 누리는 호의호식과 안락함을 행복이라고 여겼던 고대의 귀족과 같은 것이다. -서상문

 

 

일용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최소한의 먹거리가 있다는 걸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서 먹을 정도가 되면 그것은 이미 사치로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지주가 매일 아침 마다 일어나 농노들에게 간밤의 안녕을 묻고, 비가 새는 지붕을 고쳐주거나 먹을 것을 신경 쓰는 등의 호의는 농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베푸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그들을 농노신분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서상문

 

더불어 살아야 할 세상에서 혼자만 부귀하고 영화롭게 사는 건 행복이 아니다. 그것은 행복인 것처럼 착각하게 스스로 세뇌시키는 불행일 뿐이다. -서상문

 

 

 

공적 영역에서 존재하는 모든 검증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정치 지도자가 편가름 없이 상식을 지키는 국가와 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공공적 행복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서상문

 

행복이란 근심걱정이 사라진 상태에서 따스하고 안온하게 봄볕을 쬐고 있을 때 느끼는 심리상태다. -서상문

 

나무통 속에서 자신의 몸에 내리쬐던 햇볕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한 디오게네스의 말은 행복의 상태가 방해 받지 않고자 한 행복한 요구였다. -서상문

 

감각적 욕망의 충족을 행복의 조건이라고 설한 에피쿠로스 계열의 쾌락주의자들도, 욕망을 절제하고 이성과 기독교적 믿음을 충족시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가르친 금욕주의적 철학도 모두 100% 옳은 것은 아니다. 행복은 극단을 떠나 이 둘의 조화상태에서 올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서상문

 

맹자는 세 가지 불행(三不幸)으로 재산 모으는데 전념하고, 자기 처자식만 사랑하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이 말을 뒤집는 방식으로 사는 게 행복한 삶이라는 말씀인데, 재물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돈 버는데 목매지 않고, 처자식 이외에 알지 못하는 뭇사람들까지도 사랑하는 보편적 인류애와 부모에 대한 효도를 말뿐이 아니라 몸으로 실행하며 사는 게 행복이라는 소리다. -서상문

 

현세에서의 행복을 상대화 한 기독교의 가르침도, 행복을 조건의 만남과 흩어짐으로 설명한 불교의 가르침도 언어의 경계 안에 있기 때문에 언어를 넘은 본마음의 자리로 돌아가야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서상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창한 공리주의 철학자 벤덤이 놓친 실수가 있다. 행복의 빛과 그림자가 지극히 상대적이며, 사회적, 정치적 조건이라는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영역으로도 길게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서상문

 

 

 

남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자의 노력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행위다. -서상문 

 

IMF파동으로 거리로 나 앉은 노숙자들에게는 하찮은 직장일지라도 직장 복귀가 최대의 행복이었다. -서상문

 

한 때 노숙자들과 같이 깡소주를 마시면서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 일시적인 위안이 될 뿐, 그들을 조금이라고 행복하게 하고자 한다면 불합리한 정치와 법과 제도를 바꾸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서상문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 행복하다고 생각된다면 그대는 행복한 겁니다. 다만 행복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상대적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날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는 게 아닌 이상, 행복하다는 그 느낌의 상태가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롭고 정당한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서상문

 

2014. 10. 5. 12:30

고향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