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짧은 글, 긴 생각

왜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듯 느껴질까요?

雲靜, 仰天 2014. 10. 9. 22:59

왜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듯 느껴질까요?

 

 

시나브로 가을이 짙어갑니다. 이 가을이 가면 겨울도 어김없이 찾아들테지요. 그리고 겨울도 이내 지고, 이 한 해도 저물겠지요. 새해가 떠오르고 연초의 덕담을 건네면서 부산을 떨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왔군요. 소싯적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가서 참 지루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지만 요사이는 光陰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감은 연령대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 10대 때는 그렇게 더디게 느껴질 수 없었지만 30대부터는 그 이전의 비포장도로를 가는 것과 달리 포장포로를 가는 자동차처럼 느껴지다가 40대부터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그러다가 50대의 10년은 비행기를 탄 느낌으로 쏜살 같이 지나갔다. 60대는 우조선을 타고 가고 있는 기분이다.

 

왜 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가죠? 해가 갈수록 인간은 과거를 이상화 하는 경향이 있는 회상적이며 복고적이 되는데, 그렇게 된다는 건 그만큼 앞으로의 살날에 새로울 게 없다는 걸 직감한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운 것들이 그렇게 많았던 과거가 더 없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시간도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나이 드는 이들에게 시간 가는 게 화살처럼 느껴지는 건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이미 다 경험해본 것들이기 때문에, 즉 새로운 게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가 처음 가는 길은 멀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듯 느껴지지만 돌아올 때는 같은 길이지만 갈 때 보다 가깝고, 빨리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새로운 걸 보고 접하게 되는 여행이 좋고 간접 경험이긴 하나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걸 무한대로 접할 수 있는 독서가 그래서 시간을 더디게 가게 하는데 유용한 이유입니다. 지나간 것은 익숙한 것이기에 편합니다. 마치 비누거품 속에 잠긴 몸이 받는 안온한 느낌처럼 말입니다. 같이 공유한 기억들이 많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해묵은 친구가 좋은 이유죠.

 

그렇지만 과거 없이 현재 없고, 현재 없이 미래 없듯이 과거, 현재, 미래는 단순한 물리적인 시간의 직선적인 흐름만은 아닙니다. 지금이 지나간 기억들의 집적이듯이 현재의 디딤돌인 과거는 현재를 잉태시키는 산파요, 현재는 미래의 기억태를 결정하는 씨앗입니다. 그래서 이 짧은 가을날을 길게, 오래도록 늦게 가도록 하기 위해선 여행이나 독서를 가까이 하는 게 좋겠지요. 과거를 함께 한 묵은 친구와 동행하는 것도 좋을 겁니다.

 

2014. 10. 9. 10:05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