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의 '적막한 삶'을 살 것인가? 만고의 '처량한 삶'을 살 것인가?
혹한이 몰아닥친 어제, 오늘, 내일까지 계속 전방 출장입니다. 북녘땅이 지척에 보이는 서부전선 모처에서 눈 덮인 천지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인적이 끊기고, 엄동설한이라 동물들도 자취를 감추어 시간이 멎은 듯한 "적막 강산"에 서니 새삼 무슨 의기 비슷한 것이 솟구쳐 옵니다. 그런 심사를 대변하는 선현의 글귀가 있어 올립니다.
棲守道德者寂寞一時,
依阿權勢者凄凉萬古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
寧受一時之寂寞,
毋取萬古之凄凉
菜根譚(중국 명말 洪自誠이 쓴 수필집)에서
사람의 도리를 지키고 사는 자는 한 때 적막하지만
권세에 빌붙어 아부하는 자는 처량함이 만고를 간다.
인생의 참 뜻을 아는 자는 함부로 눈 앞의 利를 취하지 않고
불멸의 진리와 훗날의 명예를 생각하며 산다.
그러니 한 때 적막하게 외로이 살지언정
지울 수 없는 만고의 처량함은 취하지 말라.
棲守는 ~지키며 살다. 依阿는 아부(阿)에 의탁하는 즉, 아부하는. 觀物外之物은 직역하면 사물 밖의 사물을 보다는 뜻인데, 의역하면 눈에 보이는 사물 바깥의 사물, 즉 이치, 도리, 참뜻, 진리 등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寧~은 뒤에 毋 또는 勿, 不 등의 부정어구와 함께 짝을 이루어 ~할지라도, 혹은 할지언정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글의 의미는 명료해졌고, 어떤 맛인지는 각자가 초목의 잎과 뿌리를 잘근잘근 씹듯이 글을 곱씹어 인생의 참 의미를 찾을 것을 권하는 '채근담'처럼 씹기 나름입니다. 모두에게 그윽한 밤이 되시길...
2014. 12. 17. 17:45
파주 임진강변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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