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주요 언론 게재 글 내용

우리 땅 독도, ‘찾기’인가? ‘지키기’인가?

雲靜, 仰天 2012. 3. 30. 21:45

 

우리 땅 독도, ‘찾기’인가? ‘지키기’인가?

 

서상문(사단법인 독도찾기운동본부 홍보국장)

 

1999년 1월 발효된 이른바 ‘신한일어업협정’(이하 신협정)은 우리의 독도영유권에 관한 기존의 위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이 협정이 독도에 대한 고유한 주권을 훼손했는지 그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 및 정부 주장에 동조하는 일단의 학자들과 이에 대립되는 학자 및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제법상 대외행위의 주체인 정부가 이 신협정이 효력 만기인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도 신 협정에 하자가 있을 수는 없다는, 정부 정책의 무오류성만 강조하는 오만만 드러낼 뿐, 새로운 협정을 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만약 김대중 대통령 자신이 말했던 바대로 지난 “어업협정에 대해서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지금쯤은 국민을 상대로 그 협정 조항의 법리해석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이고 취사선택적인 주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그 대척점에 서 있는 해석과 견해를 포함한 여론도 수렵하여 새로운 협상 준비 작업을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어야 한다. 정부의 주장대로 신 협정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대통령은 왜 반성한다고 했는가?

  

문제의 협정을 언제까지 존속시킬 참인가? 김 대통령은 과연 결자해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정치적 부담을 지고 싶지 않은 이유로 문제해결을 회피하여 그 책임을 다음 정권에 떠넘기는 부덕한 정치치도자로 기록되길 원하는가? 또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는 노무현 전 장관이 “세계화 시대에 실리를 생각할 때(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처럼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복지부동자세만 취할 것인가? 과연 노무현 전 장관이 독도가 지니는 가치와 그가 말하는 ‘실리’를 냉엄하게 비교형량하고 그랬던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그러면 정말 정부의 주장대로 독도의 주권은 훼손당한 것이 없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단 말인가? 신 협정에서 독도영유권의 위상 변화를 명시한 조항만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신 협정은 독도를 ‘한일 잠정수역’ 내로 들어가게 규정함으로써 체결 전 한국만이 누려온 독도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일본어선도 조업할 수 있는 어업권을 인정하였다(동 협정 제9조 제1항 ; 부속서Ⅰ제2항 본문).

 

둘째, 일본에게 독도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해양생물자원 보전 및 관리 권고권’ 그리고 그 ‘관리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동권리를 인정해 줌으로써 한국은 이제 지금까지 ‘단독’으로 행사해 오던 독도수역에 대한 해양생물자원 및 관리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제12조 제2항, 제4항 ; 부속서Ⅰ제2항 나호).

 

셋째, 한일 양국은 배타적 경제수역의 범위를 각각 35해리로 정하고, 한국은 울릉도를 기점으로 삼았으며, 일본은 오끼섬을 기점으로 삼았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한국정부가 대일협상에서 만약 독도기점안을 관철시켰더라면 이른바 ‘한일 잠정수역’을 설정할 필요도 없었을 뿐더러 독도의 한국 귀속을 자동적으로 보장받았을 터인데, 그것을 포기한 셈이다. 그 결과 독도가 ‘잠정수역’ 안으로 이입됨으로써 독도가 지리적 개념으로 울릉도에 딸린 섬이기 때문에 자연히 모도인 울릉도에 따라 한국에 귀속된다는 소위 ‘속도이론’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엷게 만들어 놓았다.

  

위에 제시된 내용들은 문제의 신 협정 가운데 국제법적 해석상의 논란소지가 있다 싶은 부분은 배제한 나머지 관련 ‘협정’조항을 쉽게 풀어본 것이다.

 

독도가 처해있는 실상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신한일어업협정으로 독도가 비록 ‘중간수역’(한국 정부는 공동관리 ‘잠정수역’을 이렇게 자의적으로 부른다) 안에 들어가긴 했지만 신협정이 어업문제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어업문제 이외의 영토문제인 독도의 영유권은 독도와 그 영해 12해리를 우리가 실효적으로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 여전히 한국 정부가 ‘완전하게’ 소유하고 있다고 홍보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필자가 독도의 주권이 반쯤은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위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독도가 중간수역=잠정수역 안에 들어감으로써 우리정부가 독도에 대한 주권행사를 온전히 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말한다. 한일 신어업협정으로 일본은 이 수역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수역 안에서는 해양생물조사, 지질탐사 등을 하려면 일본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이 협정 체결 전에는 그런 장애가 없이 우리 정부가 마음대로 뭣이든 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 : KBS)

 

대다수 국민들이 독도를 ‘찾자’라는 말에 독도를 잃어버렸냐고 반문하면서 무관심과 무지를 드러내는 이유가 바로 정부의 이 ‘일방적’ 홍보에 감염되어 분별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본이 왜 하필이면 한국 대통령의 방일 혹은 3․1절, 8․15와 같은 날에 맞춰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지 그 저의를 헤아리지 못한 채 그저 일시적 분개로 끝나고 마는 감정적 반응만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또 혹자는 독도 ‘찾기’라고 하면 일본이 우리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주장의 한 근거로 제시하지 않겠느냐며 ‘지키기’라고 해야 마땅하다고 호된 질타를 가한다. 유감천만이지만 우리 정부와 국민들만 독도가 온전한 한국 영유라고 짝사랑하고 있는 사이에 독도는 국제사회에서 군사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계 5대 분쟁지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종전 후 미 국무성이 독도영유권 귀속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맥아더와 그의 일본정치담당보좌관인 시볼드가 일본 측의 주장만 믿고 독도에 대한 “일본의 주장은 오래된 것이고 또한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려 했던 사례가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아야 한다.

 

 

샌프란시스코평화협정에서 초기 수정 땐 일본이 독도를 한국에 반환해야 하는 부속도서의 하나로 넣었다가 나중에 수정을 하면서 독도를 빼버리게 됐는데, 윌리엄 시볼트(William J. Sebald, 1901~1980)가 그렇게 주장하고 수정한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는 주장의 근거가 바로 샌프란시스코평화협정에 일본이 한국에 돌려줘야 한다고 권고한 도서 중에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만 명기돼 있지 독도는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독도를 잘 지키자는 말은 곧 남은 주권의 반이라도 잘 지키자는 의미일 뿐이다. 우리말에서 ‘찾기’란 잃었던 물건을 찾거나, 맡긴 것 혹은 빌려준 것을 되돌려 받는다는 동상의 명사형이라고 국어대사전은 뜻풀이하고 있다.

 

이 글을 읽은 독자 가운데 우리말의 ‘찾기’와 ‘지키기’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고 우리 글 수준이 초등생 정도라도 되는 분이라면 제발 실상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괜히 딴죽을 걸려는 수작은 삼가주셨으면 한다. ‘독도찾기운동본부’는 그런 시비에 일일이 응대해 줄 만큼 한가한 단체가 아니다.

  

반이 되었건 한 치가 되었건 간에 훼손된 우리 땅의 주권은 되찾아 와야 되지 않겠는가? ‘독도 찾기’는 정녕 아포리아(aporia 해결점을 찾을 수 없는 난관)에 봉착했는가?

 

위 글은『인물과 사상』, 2001년 6월호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