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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雲靜, 仰天 2012. 3. 30. 21:08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서상문(독도찾기운동본부 홍보국장)

 

패전 후, 일본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기회를 미필적 고의로 방기하고, 국가권력을 제국 ‘천황’에 충성했던 군벌, 정치가, 관료들로 채웠다. 그들이 꾸었던 좌절된 만세일계의 황국 꿈은 반세기도 더 지난 이 ‘문명의 시대’에 또다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일본 극우세력들이 연출하고 있는 과거사 왜곡은 때 되면 재발하는 일본역사 특유의 계기적 대외팽창의 한 주기로 읽힌다. 새로운 대외팽창에 걸림돌이 될 과거사의 흔적을 지우고, 그것을 정당화할 터잡이 속셈이 그 바닥에 흐르고 있다. ‘한일 합방’을 한국의 “자기관리능력 결핍의 결과”였다고 한다든지, “러시아가 한반도를 장악하면 일본이 위험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러시아에 맞서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러일 전쟁이었다고 호도하고 있다. 또 태평양전쟁을 “아시아 민족의 해방을 가져와 새로운 국제질서를 태동시키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왜곡했다.

  

이 황당무계한 궤변과 악의에 찬 광분을 누가 제어할 것인가? 소수 일본의 지성들은 양심은 있되 나약하고, 대다수 선량한 민중은 자유주의, 개인주의에 함몰되어 있다. 그들은 소수 극우파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눌려 파편화된 지 오래다. 현 총리 모리 요시로가 왜곡된 교과서를 만들기로 결의한 일본국회 ‘역사검토위원회’의 일원이듯이, 정계․언론계․학계․재계의 상층부가 극우파 인사들로 포진해 있는 한, 일본의 건전한 우익이 발붙일 입지는 좁다. 그들은 총리의 군국주의 부활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막지 못했다. 또 유엔평화유지활동 법안이나 한반도의 유사시 군사개입을 합법화한 법안인 이른바 ‘신가이드라인’도 막지 못했다.

 

 

일본국내의 중의원, 참의원, 그리고 시마네현 의회의 의원들과 극우단체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으면서 총리 재임시 대독도정책을 강경일변도로 나간 인물이 모리 요시로우(森 喜郞) 전 총리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그에게 修交勳章光化大章을 수여했다. 대통령 재임시절 일본을 방문했을 때 황거를 찾아가 "천황"부부에게 머리를 조아린 이명박이니 이것이 자연스런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갑자기 독도를 방문하질 않나, 아무튼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해대는 등 인지부조화 증세가 보여준 인물이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과거사 왜곡에 대한 뿌리 뽑기는 인근 당사국의 몫이다. 만약 이번 기회에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일본의 독도강탈 시도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무력을 수반한 독도의 국제분쟁지화가 예상되는 다음 단계인데, 그럴 경우 그것은 외환위기 이후 국가의 총체적 혼란 상황으로 제 땅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어 보이는 한국 정부의 “자기관리능력 결핍의 결과”로 정당화되기 십상이다.

  

또한 한반도의 유사시는 “일본에 위험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한국 해군을 초전에 괴멸시킬 수 있는 해상자위대를 언제든지 급파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과거 자국의 안전이라면 이른바 ‘주권선’을 넘어 자의적으로 설정한 ‘특수이익선’까지 지켜야 한다고 강변하면서 한국과 만주를 침략한 그들이 아니었던가? 이때 일어나는 무력충돌은 경제대국에 걸맞은 정치대국으로 가는 데 시금석이 될 “새로운 국제질서 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므로 응징전으로 미화될 것이다. 이 응징전에 국가권력에 휘둘려 동원될 무작위 다수의 일본 민중도 그때 가서는 대세에 순응하며 ‘침략’은커녕, ‘천황 폐하’의 위광을 널리 떨칠 성스런 ‘진출’로 여기면서 옥쇄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반추가 상상케 해준 가공스런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이것이 상당한 개연성을 띠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거 일본정치 지도자들의 약속이 다시 한 번 허언에 불과했음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998년 10월, 오부치 게이조 당시 총리는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과거를 직시하기로 다짐한 바 있지만, 현재 일본의 역사왜곡은 김 대통령의 대일 외교정책과 의지를 혼란스럽게 시험하고 있을 뿐이다.

  

김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역사왜곡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문제의 교과서가 최종 검정될 2월 중순이 지나고 난 뒤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그는 이번 사태를 훼손된 독도영유권 회복의 기회로 삼는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즉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독도를 ‘한일 공동관리수역’ 안에 들어가게 만든 새 한일어업협정을 파기,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내외에 강력하게 밝히고, 군대 주둔, 유인도화 정책과 같은 조처를 단행해야 한다.

 

위 글은『한겨레신문』2001년 3월 6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