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사수 “뒷짐만 지나”
서상문(독도찾기운동본부 홍보국장)
신의(信義)란 벗이 벗임을 표증하는 리트머스시험지다. 신의에 금이 가는 행위가 빈번해지고, 그것이 의도적일 때 벗은 벗이 아니다. 누가 친구의 호주머니에 든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우길 경우, 처음은 자기 아버지의 주장만 듣고 하는 농담이려거니 하고 흘려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물건이 자자손손 내려온 가보인데다 친구가 아버지의 어거지에 동조하는 수준을 넘어 부자 간 공무하면서 그 물건을 뺏어보려는 흑심을 노골화 할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난 달 27일 일본 시마네현 지사가 행한 독도관련 망발은 곧 친구의 물건을 강탈하려는 노골적 의사표시의 경우에 해당한다. 시마네현은 경상북도의 자매 현이다. 그 현의 민선지사인 스미타 노부요시(澄田信義)가 일본총리, 주한 일본대사, 내각각료에 이어 또 다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시마네현 의회에서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일본의 영토이며 시마네현 5개 촌에 속해 있다”고 하면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해 (일본이)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태가 돼 있는 것은 진정으로 유감”이라고 능청을 떨었다.
스미타의 이 같은 발언은 독도를 ‘완전히’ 소유코자 오랜 기간 뜸 들여온 일본 정부의 각본을 연출한 것이다. 명백한 한국영토였던 독도가 1999년 1월부터 발효된 이른바 ‘신한일어업협정’으로 한일 두 나라가 공동 관리하는 수역 안으로 들어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요컨대 주권의 반이 일본으로 넘어간 셈이었다. 이것은 작년 9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불과 3일 앞두고 총리라는 자가 독도는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해서도, 국제법상으로도 명확하게 우리나라 고유 영토라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국가차원의 침탈의지를 과감히 드러낼 수 있었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김대중 정권의 대일 저자세 외교에서 기인한 결과였다.
김 대통령의 귀국 후 주한 일본대사의망발이 잇따랐던 것도 김대중 대통령이 방일을 취소한다든가, 아니면 최소한 일본 방문 기간 중에라도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불러일으킨 연쇄적 공세였다. 이제 한국 측의 독도 수호의지에 대한 시험을 시마네현 지사가 3․1절을 이틀 앞두고 이어 받은 것이다.
이 모든 행위는 무얼 말해주는가? 독도침탈을 위한 일본 측 시도의 점증적 수위는 한국 측 대응에 반비례하고 있지 않는가? 다음 단계로 독도는 불원간에 새로운 대외팽창의 마지막 정지작업인 ‘역사왜곡’만 정당화되고 나면 점유를 위한 일본 극우파들의 실력행사에 노출될 것이다. 일본의 언동과 조치는 모두 독도강탈을 합법화해주는 국제법적 근거와 명분을 남기기 위한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문제를 회피하는 미온적,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고, 경상북도 당국 또한 정부의 회피 방침을 추수하고 있을 뿐이다. 경상북도 당국은 스미타의 공모에 대해 단지 유감만 표명하고,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아전인수격의 일방적 언사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가 경북도와 시마네현 사이의 친선우호와 교류증진에 장애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일본 측의 태도를 주시하겠다고 뒷짐 지고 있다. 일본 측의 태도를 주시하겠다고? 유감스럽지만 일본은 스스로 불의를 반성하거나, 내친 언동을 거둬들이는 균형감각 있는 민족이 아니다.
따라서 이의근 지사는 차제에 일본이 독도를 갈취할 수 있다고 자신하게 된 것이 한국 정부의 소극적이고 미온적 대응에서 비롯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민선지사임을 잊어선 안 된다. 자신을 선출해준 도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민선지사로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다. 이 지사는 전체 경북도의원 60명 중 근 80%에 달하는 48명이 시마네현과의 ‘자매결연 파기’를 결의하였다면 이를 즉각 수용, 실천해야 한다. 그 우선적, 기술적 과제로써 경북도와 시마네현에 각기 상호 파견되어 있는 일본 공무원을 추방하고 한국 공무원을 소환조치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독도망언에 대한 경북도민의 분쇄의지를 결연히 보여주어야 한다.
위 글은『경북일보』, 2001년 3월 8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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