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를 감동시킨 순간들

강한필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의 과찬에 답하다!

雲靜, 仰天 2024. 10. 1. 08:09

강한필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의 과찬에 답하다!


오래도록 기억 될 멋지고 알찬 경향가족 가을나들이었습니다. 정성과 열정을 쏟아 이 행사를 마련하신 황우연 회장님, 김홍운 국장님을 비롯한 사우회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철저한 준비와 짜임새있는 진행으로 그 동안 수없이 드나들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천년 고도의 찬란한 유산들을 다시 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꽉짜인 일정으로 다소 피곤한 느낌은 들었지만 흥겹고 만족스런 여정이었습니다.

맹태균 국장님, 이용 국장님, 늦은 시간 먼 귀가길 힘드셨지요? 또 하나 놀라운 일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서상문 박사님의 여행기. 그 긴 글을 어쩌면 그렇게 재미있게, 또 빠르게 쓸 수 있었을까? 그 순발력에 놀라고 그 깊은 내공에 경의를 표합니다. 역시 경향맨은 다르구나.

저는 그 날 저녁 함께했던 사우분들과 혜어져 울산에 사는 친구 만나 그의 공장에 딸린 숙소에서 늦게까지 술마시고 옛 이야기 나누다 잤습니다. 그리고 어제 부산거쳐 거제로 왔습니다. 바닷가 작은 절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지금은 고향 진주에 와 있습니다. 늙은 나그네, 이렇게 열심히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곁에 계시고 아직 걸어다닐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함께하신 사우 여러분들께, 특히 나이든 저희들에게 많은 배려와 신경을 써 주신 사모님들께 더 깊은 고마움을 표합니다.

2024. 9. 27.
강한필 드림


밀린 일 때문에 늦었긴 하지만 강한필 국장님의 과찬을 듣고 “과찬의 말씀”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으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뒤늦었지만 답글을 올립니다.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신다 하더라도 그건 겨우 자기 배를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이 高雅하면 그 말은 담담하지만 생각이 너절하면 말이 쓸데없이 길고 수다스럽습니다. 다만, 그런 졸문임에도 언급해 주신 것 자체가 제겐 느꺼운 일인 걸요.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이라는 말도 떠올랐습니다.

얼마 살진 않았지만, 20대 때 불교를 접하고 난 후로 가끔씩 불교덕을 볼 때가 있는 거 같습니다. 1986년 가을 경향신문 입사 시험에 “사람이 술을 먹고,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의 출전을 밝히라는 문제가 나왔었는데 '법화경'이라고 답해서 그때도 불교 덕을 본 거 같습니다. 이번에도 어떻게 탐방을 간 곳이 경주여서 불교 유적지를 돌아보는 게 제게는 낯설지 않았습니다. 불교 얘기가 나와서 하는 여담이지만, 20대 후반과 30대 중반에 중이 될 뻔한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法器가 아닌 데다 깨닫지도 못할 자가 깨달은 척, 깨끗한 척하면서 스님입네 폼 잡고 사는 거 자체가 자신을 속이는 일이고 苦의 족쇄가 될 것이니 사바세계에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이유로 사양했습니다. 만약 그때 미련없이 머리를 밀었더라면 가끔씩 언론에도 오르내리는 “땡중”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평소 즐겨 먹는 죽이 담긴 그릇에 덤벙 빠지기보다 죽그릇을 옆에 두고 한 숟가락씩 떠먹는 게 훨씬 더 맛있네요.

飮酒傷肝이요, 不飮酒傷心이란 걸 경험을 통해 잘 알면서도 근자엔 즐기던 곡주를 전혀 입에 대지 않아서 간은 조금 좋아졌는진 몰라도 마음이 눅눅하던 차에 그저껜 모처럼 상큼한 바닷바람을 쐬고 따끈따끈한 햇빛에 토께이가 자기 간을 끄집어내 말리듯이 마음을 말리고 오니 심사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건 불교덕이 아니라 온전히 사우회 덕분입니다!

강 국장님께선 스스로 “늙은 나그네”라고 표현하셨는데 가슴이 따뜻해지는 정경이 떠오르면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가 연상되었습니다. 사우회 문화탐방에 자주 나오셔서 후배들과 노니시면 늙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인 彭祖의 삶이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2024. 9. 28. 07:3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