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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맛집 새 발견, "수용 복집"

雲靜, 仰天 2021. 8. 5. 11:44

마산의 맛집 새 발견, "수용 복집"

 

나는 가끔씩 마산에 간다. 볼 일이 있어 갈 때도 있지만 대개는 처가가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명절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갈 때마다 거의 매번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마산 주변을 여행하기도 하고 괜찮은 음식집을 찾아 가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음식은 물론, 마산 명물로서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진 아구찜도 먹어 봤고, 복어탕도 먹어봤다. 하지만 썩 기억에 남는 식당도 없었고, 다시 먹고 싶은 음식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기억에 남을 복집을 발견했다. 다시 먹고 싶은 복어탕을 맛보게 됐다. 마산 어시장 입구 우측편의 복어식당 거리(복요리로)에 있는 "수용 복집"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던 중 마침 아침식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집사람과 함께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들어간 집이다. 
 
 

 
음식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면서 식당 내를 보니 벽에 붙어 있는 한문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복어예찬이었다. 내용을 보니 중국 민간에서 오랫동안 구전돼 내려오는 글귀다. 글씨체가 한문의 永字筆法을 아는 사람이 쓴 것이었다. 주인에게 누가 쓴 것이냐고 물었더니 본인이 직접 쓴 글씨라고 한다. 주인장 말로는 자기가 옛날 고등학교 시절에 한문을 제대로 가르쳐준 선생님 덕분이라고 한다. 아래 사진에 나와 있는 글이다. 
 
 

 
위 글을 여기에 인쇄체로 다시 옮기면 다음과 같다.

 
河豚
 
不食河豚 不知魚味
食了河豚 百魚無味
一朝食得河豚肉
終生不念天下魚
 
복어
 
복어를 먹어 보지 못하면 생선 맛을 모르고,
복어를 먹게 되면 모든 생선이 맛 없게 된다네
복어고기를 먹게 되는 날이면 
죽을 때까지 다른 생선은 일체 먹고 싶은 생각이 없게 된다네
 
이 식당 집 주인은 한자를 공부한 분이어서 그런지 인심도 후덕하고 서민적인 인간미도 엿보인다. 주인장이 써붙여놓은 또 다른 글귀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곳 수용 복집의 주인장은 김한훈 사장이다. 얼핏 보면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분은 한자 실력만큼 마산 인심을 대변이라도 하듯 인정이 살갑다. 
 

 

 

음식집은 뭐니뭐니 해도 우선 음식이 깔끔하고 맛이 있어야 한다. 친절과 인심은 그 다음 문제다. 이 집은 복어 전문 식당이니만큼 복어맛이 복요리집으로서의 급과 평판을 가늠할 것이다. 그런데 이윽고 나온 복어지리를 먹어보니 국물맛이 천하일품이 아닌가? 복어의 육질도 부드럽고 간도 적절하게 배어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외로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복어지리 중 최고의 맛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이 말 외에 달리 맛을 설명하는 게 오히려 사족이요 거추장스럽다는 느낌이다. 위에 소개해놓은 글귀처럼 이제야 나도 복어맛을 제대로 알게 됐고 죽을 때까지 다른 생선을 찾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제부터는 마산에 들르면 이 복어집은 꼭 한번씩 들르게 될 것 같다.
 
 

 
차려진 곁반찬들도 정갈하다. 식초에 무친 복어껍질도 뭉특뭉특 크게 썰어 맛이 새콤하면서 침샘을 자극해 입맛을 돋구는 애피타이저로는 최고다. 또한 고추 짱아찌도 맛이 일품이다. 어릴 때 먹어보고 잊지 못하고 있는 그맛을 우연히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그래서 주인장에게 직접 담근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인근 시장의 가게에서 사온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좀 사가려고 가게를 물었더니 주인이 직접 사다주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햇살이 여간 따갑지 않은 무더운 여름날 아침에 발품을 해준 게 고마워서 얼마 안 되지만 수고비를 조금 드렸더니만 그는 한사코 받지 않고 사양했다. 그런 돈을 받을 나이는 아니라면서...
 
 

이 집 주인은 옛날 마산상고를 나왔다고 했다. 마산상고는 지금은 용마고등학교로 교명이 바뀌었다. 인터넷 네이버 인물소개란에 나와 있는 나의 출생년도를 안 그가 나 보고 동갑이라면서 몇월 생이라고 묻는다. 내가 1월생이라고 했더니 자기는 9월생이니 내가 "형님"이라면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이제 오늘부로 나는 마산에 들르면 즐길 거리가 한 가지 더 생겼다. 지난 번 우연히 들른 마산의 헌책방이 고향 친구의 친누님이 운영하는 서점임을 알게 돼 가끔씩 가게 된 것에 이어 새로운 망외의 기쁨이 될 것 같다. 인연이 된 집이니 덕담 한 마디 없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 식당의 더 큰 번창을 기원한다.
 
필자 외에 마산에 와서 제대로 된 복어맛을 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서 수용복어집의 주소와 연락처를 소개한다. 지금은 창원시가 되어서 주소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성동 20-25로 돼 있다. 전화는 055-244-4846이고, 주인장의 손전화 번호는 010-8559-4846이다. 
 
2021. 8. 5. 11:38
경남 사천시를 지나는 승용차 안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