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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례비 한 푼 없이 시인으로 등단했더라!

雲靜, 仰天 2022. 1. 29. 14:46

나는 사례비 한 푼 없이 시인으로 등단했더라!

 

나는 사례비 한 푼도 쓰지 않고 시인으로 등단돼 있었더라. 돈 쓰지 않고 등단하는 게 정상이 아니냐고?  글쎄 말이다. 문단 내부 사정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더라. 그 사실은 어떻게 알았냐고? 등단 후 채 1년도 되기 전인 어제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다. 나를純粹文學지에 시인으로 추천하신 박경석 장군께서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알고보니 사연은 이러 했다. 

 

어제 박 장군께서 전화를 주셨다. 내가 설 명절 선물로 보내드린 과일 상자를 잘 받았다고 하시면서 그제서야 이 사실을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만약에 다음 명절에 선물을 또 보내겠다고 하면 방금 받은 이 선물을 당장 돌려보내겠다고 하시면서 나더러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라고 다그치셨다. 그러시면서 숨은 일화를 말씀해주셨다.

 

통상 추천을 받아 시인이 되고나면 최소 30만원, 많게는 수십 만원 이상 봉투에 넣어서 추천한 분에게 갖다 드린다고 한다. 그게 문단의 오랜 관행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시인이자 소설가로 등단하신지 60년 가까이 된 박경석 장군은 문단의 원로로서 수십년 동안 재능 있는 시인, 수필가, 소설가를 발굴해서 수십명을 등단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등단되고 난 후에 봉투에 돈을 넣어서 가져 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박경석 장군은 지금까지 단 한 사람에게도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박 장군은 늘 돈을 되돌려주면서 절대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한사코 돈을 받으시라고 하니까 박 장군은 그러면 돈을 받지 않는 대신 1년 정도 설과 추석에 간단한 과일이나 과자 한 상자 정도만 받겠다는 조건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그리곤 그 뒤 이 원칙을 세워 지금까지 모든 피추천인들에게 그렇게 해오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도 지난 추석에 이어서 이번 설에 선물을 받으면 이 사실을 알려주고 지금부터는 선물을 그만 보내라고 말해주려고 하셨다고 한다. 

 

박경석 장군이 문단에 추천해서 시인이나 수필가 혹은 소설가로 등단한 사람들로부터 일체 사례금을 받지 않으시니까 다른 원로 문인들이 박 장군에게 왜 돈을 받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박 장군께서 돈을 받지 않으니까 그분들도 돈을 받기가 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로 문단에 등단하신 지가 얼추 60년 정도 된 문단의 원로이시다. 그동안 명작을 많이 발표하셨고 소설집도 70권 정도를 쓰셨다. 그중에는 아름다운 시들이 몇편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고 또 장군을 기념하는 시비가 전국에 몇 군데가 있다고 한다.
며칠 전 구순이어서 구순잔치를 하셨다면서 당신의 인터넷 '다음서재'에 설 명절 선물로 대통령 하사품을 받으신 사진들과 글을 함께 올려놓으셨길래 나도 축하드린다는 댓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박 장군께서 또 답글을 해주셨다.

 

 

박경석 장군의 말씀을 다 듣고 나니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인으로 추천되기 전 박 장군을 알게 된 지 1년도 되지 않았었다.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된 것이다. 내가 공이 부풀려진 백선엽 장군을 그가 말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바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기사를 보시고 나에게 연락을 해주셔서 서로 알게 된 것이다. 같은 취지로 박 장군께서도 그렇게 얘기해오던 차에 같은 뜻을 가진 젊은 학자를 보게 되니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고 하셨다. 그게 2020년 8월 초였다. 그리고 그 이듬해 3월 마침 내가 그때까지 써오던 졸작시들을 보시고 문단에 추천하셨다. 

 

그런데 나중에 박경석 장군 댁을 방문해보니 청렴이 박 장군 댁의 가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벽에 가훈이 쓰여진 큼지만한 액자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고 실제로 선대의 부모로부터 모든 형제들이 청렴하게 살도록 교육을 받아서 지금까지 쭉 그렇게 살아오셨다고 한다.

 

나는 이러한 강직하고 청렴하게 살고 계시는 분을 만나게 된 것을 정말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마도 나에게 바르고 곧게 살아라고 하늘이 그렇게 인연을 맺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설 명절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최대의 선물을 받은 셈이다. 정말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도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깔끔하게 살다 갈 것이다. 

 

2022. 1. 29. 13:4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