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앙연구원 근대사 연구소 강연 완료
지난 주 금요일 대만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에서 학술 강연을 했다. 초청자, 주제와 시간 및 장소는 아래 포스터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이번 근대사연구소 강연은 두 번째였다. 첫번째는 2019년 대만 정부 초청을 받아 1년 간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방문학자로 있었을 때 한국전쟁과 김일성의 권력투쟁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그해는 강연이 많았었다. 대만대학 부총장과 대만 주재 한국 대사 등등의 내외 귀빈들, 교수와 전체 학생들을 상대로 장개석과 김구 및 한국독립운동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민국서사연구소 초청 강연에서는 한국전쟁과 대만 안전의 상관 관계에 관해서 강연을 했다.
과거에 비하면 이번 강연엔 참석자들 수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총 15명의 중견 학자들과 소장, 원로 학자들이 참석한 게 전부였다. 그러나 앞선 강연은 무작위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음에 반해 이번 강연에선 참석자 15명이 모두 교수, 연구원 등의 전문 연구자들이었다.
나는 강연 중 중화민국의 한국전쟁 참전 사실을 한국과 대만 학계 최초로 밝혀낸 연구경위, 중화민국의 참전 과정 및 성과와 역사적 의의에 관해 약 1시간에 걸쳐 발제했다. 참석자들은 중화민국의 한국전쟁 참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경청했다.
발표 후, 확실히 전문 학자들답게 질의가 계속 이어졌다. 나는 질의에 대해 일일이 소상히 답을 해줬을 뿐만 아니라 강연시 시간 관계상 언급하지 못한 내용들까지 많이 소개했다. 그리고 참석자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의 열기는 점심 식사시간으로까지 이어져 발표장에서 도시락을 시켜 먹으면서 토론을 계속했다. 참석자들 전원이 사상 처음으로 중화민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접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문과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토론의 열기는 식사하면서도 식지 않았고 원래 예정시간 2시간을 넘어 총 3시간이 경과했다. 관심사항도 다양해졌다. 먼저, 대만의 한국전쟁 참전과 관련해선 전투부대의 정규군이 참전하지 않았는데 “참전”이라고 할 수 있느냐, “참전”이라고 하면 너무 무거운 느낌을 주니 “참가”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대해 나는 한국정부나 한국전쟁 학계에서 지금까지 전투 부대를 보낸 16개국 외에도 의료, 전쟁물자 지원 등등 비전투부대를 보낸 30여개 국도 참전국으로 인정하는데 중화민국의 최고 지도자가 정식으로 승인한 상태에서 비전투요원이긴 하지만 정규군을 보내 심리전, 정보전, 포로심문 등의 작전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유격전을 벌인 화교들에게 대만 정부가 급여까지 지급했으니 참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일제 패망 후 중화민국과 영국해군의 동지나해에서의 활동을 소개하거나, 한국전쟁시 유엔 해군의 활동, 1992년 8월의 한중수교 및 한국-대만의 단교시의 한국의 배신(?)행위, 미중관계와 대만유사시 한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나의 생각을 묻는 것으로까지 확장됐다. 나는 질문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함과 동시에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상, 소장 학자들에게 앞으로 대만과 한국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1945년 이후 1970년대까지의 양국 관계 및 장개석과 박정희 정권 관계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상당히 많이 발굴될 것이라고 구체적 예를 들어주면서 조언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내가 귀국한 뒤에 나에게 이메일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을 듣게 돼서 수확이 컸다면서 또 한번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앞으로 학술 교류를 많이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중화민국의 참전 사실을 대만 학계에 처음으로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소장학자들의 관심과 연구의지를 불러일으켜서 성과와 의의가 적지 않은 강연이었다. 끝나고 나서 받은 강연료는 4년 전보다는 30% 정도가 오른 것이었다. 감사하는 마음이다.
2024. 8. 19. 09:1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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