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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도 석달이면 색스폰을 불 수 있어요!” : 대만 시스뚸(喜市多) 악단과의 번개팅

雲靜, 仰天 2024. 8. 18. 07:41

“초보자도 석달이면 색스폰을 불 수 있어요!” : 대만 시스뚸(喜市多) 악단과의 번개팅


타이뻬이 위성 도시인 新北시 新莊區에 있는 비직업적인 아마츄어지만 연주 실력들이 짱짱하고 단원들 간에 정이 넘치는 색스폰 악단을 소개한다. 시스뚸(喜市多)라는 악단이다. 벌써 "기쁜 저잣거리" 혹은 "행복한 마을"의 악단이라고도 의역할 수 있는 악단 명칭이 이 악단의 성격을 대략 가늠케 한다.

이번엔 대만 일정이 많이 바쁘다 보니 와보지 못할 뻔 했는데 다행히 일이 빨리 끝나서 귀국 전 마지막 날 밤에 가봤더니 마침 오늘은 주 2회(화, 금) 단원들이 모여서 연습하는 날이라고 했다. 다들 나를 반갑게 맞아준 단원들의 소개에 따르면, 시스뚸 악단은 2019년에 창단돼 올해 5년 차로 역사는 길지 않다고 한다. 이 악단을 창단한 이는 오늘 번개팅으로 나를 초대해준 陳敏聰이라는 분이다. 그는 원래 젊은 시절 개인 사업(東民企業)을 하다가 몇 년 전 60대 후반부터는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지금은 이 악단의 단장을 맡아 연주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진 단장은 18세 때부터 색스폰을 불기 시작했고, 대학 시절에는 음악(관현악)을 전공했다. 음악을 접한 지 거진 60년이 다 돼 가는 셈이다. 그래서 단원들이 연습할 악보도 단장이 직접 작성한다고 한다. 그가 직접 가르치고 이끄는 시스뚸 악단은 이 지역에선 꽤 알려진 악단이란다. 시민들을 위해서 무료 공연도 자주 한다고 했다. 오는 9월에도 무려 4500명의 관중이 모이는 대형 연주회가 일정에 잡혀 있다고 귀뜀 해줬다. 대략 4~50대에서 70대까지의 연령대로 구성된 남녀 단원들은 단장을 포함해서 총 12명인데 전직 교장도 있고, 현재 시의원도 있으며, 지금도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모두 노후를 뜻있고 아름답게 보내는 분들이다. 자기들이 손수 이름을 적어 내게 명단을 건네준 단원들은 아래와 같다.

단장 陳敏聰
단원
王水欽, 林溪泉, 范欣妮, 莊嘉華, 陳婧媚, 蔡志仁, 黃旭輝(전임 교장), 黃瑞香, 黃鳳秋, 鄭喬豊, 鄭國忠(立法委員)

이들은 멀리서 단장의 친구가 왔다고 평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서너 곡 연속으로 연주해주었다. 나는 대만 노래를 감상하길 원했는데 진 단장이 내가 좋아 하는 노래 중에 자기도 평소 즐겨 연주한다는 일본 엔까를 선곡해서 들려 주었다.

진 단장과 함께
내가 들어가니까 악단 멤버 7~8명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진 단장의 지도가 한창이었다. 나중에 중간에 일이 있어 먼저 간 사람도 있었다.
환영 연주 유시마 시라우메.m4a
6.81MB
시스뚸 악단의 과거 연주


https://youtube.com/watch?v=YmewJWQkxVQ&si=lZ8Y_e7ehD3jW7gp

미소라 히바리가 부른 花笠道中라는 일본 곡인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흰 머리가 하나도 없는 것이나 나이 들어보이지 않는 얼굴로 보아선 陳 단장이 이 곡을 연주한 때는 아마도 50대 후반이었거나 60대 초 때가 아니었나 싶다.
이 악단의 연습장소인 新莊區 中港路172號 第一市民活動中心(1층)

연습이 끝나고 대략 밤 9시 경에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서 야식을 먹자고 나를 데리고 갔다. 대만에는 사람들이 야식을 많이 즐기는 문화가 있고 도처에 야식을 파는 야시장과 식당이 즐비하다. 요즘은 이전 같지 않은 경제 사정의 영향을 받아서 옛날 내가 살았던 1990년대 만큼은 활황이 아니지만...

만찬은 완전 번개였다. 멀지 않은 곳의 식당에 자리를 잡아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내가 시스뚸 악단 멤버들에게 악단에 관해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물어봤다. 그 가운데 단원들 중에는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사람이 단 3개월을 배워서 오늘 내게 들려 줄 수 있을 정도로 부를 수 있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력이 뛰어나고 인품도 훌륭한 진 단장님의 가르침 덕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그래서 나도 여기 와서 3개월 정도 배우면 그렇게 되겠냐고 하니까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으니 오면 다들 환영하겠다고 했다. 내가 구제불능의 "음치"인데도 가능하겠느냐고 너스레를 떠니까 그래도 괜찮단다. 3개월 만에 배운 그 여성 단원은 서양사교 춤을 가르치는 교사이고, 또 다른 여성 단원은 부동산업을 하는 사장이며 술을 잘 마신다고 하면서 내가 오면 3개월 동안 매일 저녁마다 술을 사겠다고 하길래 나는 세 분에게서 각각 색스폰도 배우고 사교춤도 배우고 매일 밤 술도 마실 수 있으니 일거삼득이라고 했다.

이들 중 부동산업 여사장이 곧 25명 정도가 한국에 갈 계획이 있다면서 한국에 관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물어서 나는 성심성의껏 답변해 줬다. 정겹게 파안대소하면서 덕담을 나누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내가 다음날 귀국이고 또 다른 사람들도 지방 출장이 잡혀 있어 더 이상 번개팅을 지속하지 못하고 대략 2시 간 정도로 끝냈다. 아쉬우면 다음에 다시 만나서 길게 이야기하자길래 한국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연습이 끝나고 방문을 환영한다고 나를 데리고 간 번개팅 장소인 인근 식당. 대만이나 중국은 술집과 밥집이 따로 있지 않고 밥과 술을 같이 먹는 식당이 대부분이다.
이 식당의 메뉴판 하단부에 한국생선(韓國魚) "매움(辣)"이라고 해놓은 게 눈길을 끈다.
陳敏聰 단장과 건배! 사진에서 보듯이 대만의 맥주잔은 주로 작은 걸로 마신다. 그래서 옆 좌석의 여성 단원이 나한테 빈번하게 따라주는 수고를 들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큰 잔으로 마셨다.
맨 왼쪽에 앉아 있는 이는 지난 7월초에 서울을 방문했을 때 우리 한국측 친구 일행들과 "주유천하"한 친구다. 이곳에선 부동산 재벌로 통한다.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18일 지나고 나면 못 먹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생맥주 신상품.

2024. 8. 17. 02:12
타이뻬이 久居棧에서 초고
8. 18. 09:31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