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雲靜, 仰天 2022. 3. 13. 11:05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오늘은 새벽부터 그리운 얼굴들이 많이 떠오른다. 그 중의 한 사람.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순간 눈물이 팍 쏟아진다. 바깥은 봄비에 초목과 산야가 촉촉히 젖어 있고...

강진에서 멀리 흑산도 쪽으로 수평선만 하염없이 바라본 다산 정약용의 마음이 이런 건가 싶다. 그 섬은 유배 간 형 약전이 사는 절해의 고도였다. 그땐 바닷길에 막혀 못 갔지만, 지금은 역병에 막혀 있다. 오늘 이 땅엔 오늘 하루만 해도 35만 명이나 확진됐다. 내가 나고 자란 포항엔 형이 살고 있다. 외롭게 사는 형이 자주 처연하게 부르는 노래 '동백꽃 피는 항구', 나는 오전 내내 이 노래만 하염 없이 듣고 또 듣는다.
 

내가 나고 자란 포항 학산동, 항구동, 대신동, 동빈내항과 송도 일대엔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유년의 기억들이 숨 쉬고 있다.

 
2022. 3. 13. 10:26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위 생각을 아래와 같이 시로 옮겨봤다.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새벽부터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
달려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그리움'이란 말만으로도
낙수물 같이 와락 떨어지는 눈물

멀리 흑산도쪽 수평선만 하염 없이 바라본
다산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유배 가 있는 형 약전이 사는 절해의 고도
쪽빛 바다가 아득하고도 한스럽구나.

형이 혼자 살고 있는 내 고향 포항은
매일 수천 명이 확진되는 뭍의 고도다.
 
형이 자주 처연히 부르는 '동백꽃 피는 항구' 
오전 내내 이 노래만 듣고 또 듣는다
푸른 파도가 넘실 대는 창밖엔
대지를 적시는 봄비도 소리없이 운다.

2022. 3. 13. 10:5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https://youtu.be/RGIFr2y_9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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