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안중근 의사와 안철수 후보

雲靜, 仰天 2022. 2. 14. 20:01

안중근 의사와 안철수 후보

안중근 의사와 안철수 후보는 둘 다 안씨다. 어쩌면 안철수도 안중근과 같이 순흥 안씨일 수 있다. 순흥 안씨라면 안철수가 도마 안중근처럼 義氣가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해보는 소리다.

안중근 의사, 그 많은 역사 인물들 중에 이순신 장군과 함께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안철수가 순흥 안씨이든 아니든, 그 역시 안중근처럼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이미 한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에 등재될 반열에 올라가 있다.

그러나 역사에 기록될 인물이라고 해서 이 두 사람을 竝提相論, 즉 같이 비교하고 논급하기엔 사람의 결이 달라 앙상블이 맞지 않다. 한 사람은 의식 있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인들의 숭앙을 받는 역사적 義人이요, 다른 한 사람은 2010년대 초기 한 때 한국정치계에 나타나서 국민들에게 지지도 받았지만 질타도 받고, 미움도 받는, 착각과 과욕에 절어 사는 정치인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무엇 보다 利가 義로 轉置될 수 없어 보이는 용속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이 안중근 의사께서 1910년 2월 14일 하얼빈의 일제 선고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날이어서 목전에 다가온 대선, 그것도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선거를 앞두고 무엇이 의로운 삶인가, 어떻게 해야 의로운 사람으로 역사에 남을 것인가라는 역사의식을 생각하다보니 불현듯 두 사람이 오버랩 되어서 논지에 조금은 무리가 없지 않지만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자동기술법으로 써내려가 볼 뿐이다.

안중근 의사는 122년 전 오늘, 오전 10시부터 개정된 선고공판에서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 받았고, 같이 거사에 참여한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의사는 모두 "살인죄보조"로 각기 징역 3년(우덕순)과, 1년 6월의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 네 의사는 모두 천추에 길이 남을 의사의 사표로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분들이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존경받을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것은 거의 기능과 직능에 국한된 것이어서 큰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은 많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스스로 자신의 과욕을 보지 못하거나 절제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사실, 안철수는 지금까지 여러 번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낙선한 후 대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가 식언하고 또 다시 나온 것이나, 이번 대선에서도 단일화는 없고 완주할 것이라고 해놓고도 번복한 게 그런 것들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단일화는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고 쐐기까지 박았다가 이제와서 말을 뒤집지 않았는가? 심지어 그 시점은 그가 이달 초 국민의힘당 선대본부의 홍준표 상임고문과 만나 단일화 등을 논의한 때였다. 한마디로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것이다.


(사진 출처 : JTBC)

사실 기본이 제대로 된 의로운 정치지도자라면 국민경선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말을 번복한 이 부분에 대해서 해명을 할 것이다. 이것도 그가 정치판에 들어온 후에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 기존 구습을 그대로 배워서 써먹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예다.

또 국민들은 안철수가 선거에 지고 바로 도망가듯이 독일과 미국으로 떠나버린 전력도 잊지 않고 있다. 아무리 정치나 선거에서 진의를 감추는 모호성의 전략이 필요하다지만 그렇더라도 격조 있는 비유적 선문답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 않는가?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자체가 義와 거리가 먼 인간형이라는 소리다. 그런 무책임하고 약삭빠른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줬다는 것은 그 자신의 그릇이 어떻다는 걸 만천하에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내겐 그러한 행보 자체가 안철수라는 인물은 義와 좀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걸 판단하게 해준다. 사형을 언도 받은 안중근 의사는 생명을 구걸하지 않기 위해서 항소를 포기했다. 사형 판결 후 목숨을 구걸 말라, 아들의 목숨은 아들만의 것이 아니라 2천만 조선민족의 것임을 명심하라는 모친 조 마리아 여사의 지엄한 분부도 그렇게 만든 한 요인이 됐다.

https://suhbeing.tistory.com/m/543

안 의사는 심리나 공판 과정에서도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취조에서나 법정에서나 당당히 이웃 나라를 침략함으로써 동양평화를 유린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것은 개인의 사사로움에서가 아니라 "동양평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담담히 진술했다. 이는 그가 평소에도 매사에 정직하고 당당히 살았던 힘이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의기나 의로움이라는 것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결심한다고 해서 바로 형성되거나 나타나는 게 아니다. 안철수가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도마 안중근 의사가 생에 임한 것과는 천양지차요 雲泥之差다.

지금까지 안철수는 大局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利를 쫓아 산 듯해 보인다. 개인적 소아를 버리고 대아의 義를 추구하는 역사적 소명의식 있는 삶을 살았더라면 지금쯤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에 한 걸음 더 접근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의 혼동, 타인과의 협력과 공존의식, 자기를 버리고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섬기고자 하는 머슴정신과 큰마음이 자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자신이 가장 잘난 사람이라는 덫에 빠져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도 사실 한때 그가 2010년 경 처음 정치계에 나와 하는 말을 곧이듣고선 한국정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인물로 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가장 똑똑하고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런 언행과 정치 행보가 계속되는 것을 보고선 실망한 나머지 바로 그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2012년에 쓴 아래 졸문에 그런 심사의 일단이 들어 있다.

https://suhbeing.tistory.com/m/92

안철수에겐 이제 또 한 번의 시련, 아니 어쩌면 이번이 정치생명이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시 도약하느냐의 기로에 쓴 상황으로도 보인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정말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 국민의 여망인 정권교체와 새로운 국가도약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느냐 마느냐는 거의 그에게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니다.

정권교체와 국가의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약은 그 역시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아닌가? 그럼에도 그는 윤석열 후보의 몇 가지 결점들을 움켜쥐고 그걸로 자신이 얼마 되지 않는, 정말 한 웅큼도 되지 않는 지지율로 대통령이 되어 보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다. 국민경선을 요구한 것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과거 진보진영에 속해 있었을 때는 그가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냥 양보하다가 보수진영엔 "국민경선 하자", "여론조사"하자며 단일화 승부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는 이 점에 대해서 왜 그러는지 분명히 해명을 해야 된다.

이번에도 안철수는 자신이 아니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자신이 아니면 정권교체를 할 수 없고, 자신이야말로 나라를 새롭게 도약시킬 수 있는 적임자다라는 생각에 매몰돼 있어 보인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직도 독단과 오만, 자만 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건 정말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보지 못하는 엄청난 착각이다. 사실, 안철수의 공약들을 보면 향후 국가발전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들도 없지 않고, 나는 그것들이 국가발전에 쓰이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현 대선상황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거취를 판단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여기에는 利와 義를 어떻게 取捨할 것인가 하는 결단의 문제가 내재돼 있다. 좌고우면 할 상황이 아니다. 되지도 않는 利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사는 義를 취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된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윤 후보와의 국민경선을 요구한다는 것은 그건 정말 현실을 망각한 또 한 번의 욕심을 부린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그건 정말 義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안중근 의사의 義로움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 스스로를 진중하게 돌아봐야 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원래 義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산 데다 그런 정도의 솔직함, 배포와 마음공부도 되어 있지 않다면 이번에 대권은 넘봐선 안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대선주자가 될 기회가 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이젠 그가 어떤 인물인지 볼 걸 볼만큼 다 봤기 때문이다. 또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는 天地人의 기운 중에 地와 人의 기운도 중요하지만, 그것의 합일 상태인 天의 기운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맹자나 최제우 계열의 사상가들이 말했듯이 천은 바로 민심이다. 안철수는 땅의 기는 타고 났을지 몰라도 사람의 기운은 아직 결집되지 않았다. 해서, 하늘은 이번에도 그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 점을 깊이 자각하면 좋겠다.

한번 죽고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할 것인가, 구차하게 말 바꿔가면서 여러 번 살고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할 것인가? 안 후보가 안 의사를 사표로 삼아 새로운 정치인으로 거듭나길 希願한다.

2022. 2. 14. 10:30
도마 안중근 의사의 공판이 끝나는 시각
북한산 淸勝齋에서 안철수 후보 부인의 쾌차를 바라며
仰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