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입장식상의 한복소동과 중국의 역사왜곡 실체
베이징 동계올림픽 입장식에서 중국 내 조선족을 한복을 입혀 입장시킨 것 그리고 한복을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것이라고 공표하는 것에 대해 국내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야 각 대선후보들도 표를 의식해서 중국을 비판하거나 답변을 요청했다.
https://youtu.be/b-UX2vnzjT8
이재명 후보는 베이징 당국에다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하는 일각의 우려에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고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는 SNS상에 “중국 당국에 말합니다. 한푸(漢服)가 아니라 한복(韓服)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어제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조선족 여인이 입고 나온 한복에서 촉발돼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문화공정', '문화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중국대사관의 이 해명은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한국인을 엿 먹이고 한국 정치시스템을 우롱하고 길들이는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공(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리짠수(栗戰書)에게 우리의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해 “리 위원장이 관계부처에 전달하고 한국의 관심을 고려하라고 전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에 대한 답변을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즉 국가지도부 수준에서 해명을 요청한 것을 외교라인으로 답변한 것이다. 이걸로 끝이다. 앞으로 중국은 더 이상 고위급 인사의 답변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일련의 이 과정을 보면 내가 평소 일깨워 왔듯이 중국은 절대로 사과나 반성을 하기는커녕 더욱 노골적으로 반한, 혐한 정책과 인민들을 동원한 여론공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선, 중국 정부의 한복인식을 살펴보는 것에서 얘기를 풀어가자. 대략 지난 세기까지는 중국은 중국 내 소수민족 파악에 "조선족은 백색의 소복을 좋아한다"고 기록할 정도로 잘 알고 있고, 그 부녀들이 입는 한복을 요즘처럼 '汉服'이라 하지 않고 '저고리', '치마'라는 명칭을 그대로 썼다. 중국어로는 각기 則羔利(쩌까오리), 契瑪(치마)로 표기했다. 이 한복은 오늘날 고급화와 함께 현대화된 우리의 한복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국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한복은 주로 해방 전후에 조선족들이 입었던 색동저고리 위주의 고전적 한복이다. 그러한 것들은 오늘날 현대화된 다양한 형태의 한복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또 사실 이 때문에 한복의 기원을 얘기할 순 있어도 그것을 절대화 할 수 없는 부분도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우리 전통 혼례식에서 남자가 입는 사모관대와 한복은 명나라 때 정5품이 입던 관복을 본 딴 것이고, 또 신부의 연지곤지는 몽골족 여염집 여성들이 외출할 때 하던 얼굴 단장이었다. 이것을 당시 고려에선 '蒙古風'이라고 했다. 반대로 몽골에 공출돼간 고려 여성들의 노리개 등 여러 가지 소품들이 몽골에서 유행을 했는데 그것을 '高麗樣'이라고 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통상 몽골족들은 중국 내 소수민족인 몽골족이 고유한 복장을 입고 나오면 가슴 뿌듯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고 이를 비난하는 몽골인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이 몽골에 대해서 역사를 왜곡하는 것에 대한 거부나 반발은 한국 만큼 강하지는 않다. 반면 베트남은 상당히 강하다. 한국보다 더 강하면 강하지 약하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중국 내 비엣족 소수민족들의 복장에 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따라서 미국처럼 다양한 종족, 민족의 언어, 풍습, 복식 음식 등의 문화들을 그대로 인정하면 정말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달리 정책적으로 특히,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국가 차원의 하나의 정책을 입안해서 공세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게 문제다. 이유와 목적은 첫째, 중국 내 소수민족의 중국 탈리나 분리 및 독립을 미연에 막기 위한 것, 둘째 대미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의 가장 약한 고리로 상정한 한국을 미국에서 떨어지도록 만들 심산에서 취하는 길들이기의 한 방편이자 수단이다.
미국도 다양한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는 다민족 국가다. 각 민족의 축제가 되면 그 민족이 주체가 되었어 자기 민족의 전통의상을 입고 행진을 하거나 축제를 즐긴다. 이걸 보고 우리는 미국 정부를 비난하거나 미국 정부가 그 나라의 문화를 무시하거나 침해한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은 타국의 문화를 무시하거나 침략하고 자는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와 다르다. 국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하고 있고 그것이 요즘 갑자기 불거져 나온 게 아니라 이미 2000년대에 들어와서 오래 전부터 조직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는 것이 미국이나 다른 다민족 국가들의 소수민족 정책과 다르기에 우리는 이 사실에 주목해야 된다.
"한복파동" 혹은 문화공정은 하부 차원의 그것만 볼 게 아니라 그 상위에 있는 중국의 국가전략, 국가안보, 통일전술전략 차원에서 이뤄지는 소수민족정책과 함께 俯瞰해야 된다. 이 지면에서 또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략을 성글게 얘기하겠다. 세기가 바뀌고 특히 시진핑 정권에 들어와서부터는 모든 대외 정책이 바뀔 뿐만 아니라 국내 소수민족 정책도 완전히 달라지고 여기에 연동되기 시작했다. 2019년 홍콩 사태에서 보듯이 시진핑 정권이 홍콩을 장악한 사건이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홍콩 사태의 본질과 그 배경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를 하겠다.
시진핑 정권의 대외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는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고 소수민족 정책에 대해서만 소개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원론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은 중국 국가의 존립 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존립, 영토의 완정에도 직결되는 것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됐을 때 17~18세기 짜르 시대에 강제적으로 병합한 흑해연안, 발트해 연안 등지의 수많은 소수민족 국가들의 이완 내지 분리를 소련 해체의 주요 요인이 된 사실을 역사적 교훈에 인식의 뿌리가 닿아 있다. 중공 지도부는 소련의 당역사와 소련의 체제 및 국가 안전의 역사에 많은 부분을 참고하고 있다.
아무튼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소수민족을 바라보는 인식과발언은 크게 중국 건국 이전, 소련이 해체되기 이전과 이후의 세 단계로 구분된다. 이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건국 이전은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등 중공 수뇌부가 장졔스(蔣介石)의 국민정부의 구심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다수족인 한족에 저항하도록 부추긴 정책과 발언이 주를 이뤘지만 정권을 잡고 난 뒤에는 달라진다. 이는 레닌이 짜르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소련 영내 소수민족의 독립을 인정하겠다고 했다가 볼셰비키혁명의 성공으로 국가권력을 잡고 난 뒤에는 자신의 말을 뒤집고 소수민족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일맥 상통한다.
건국 후의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소수민족 인식과 정책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이 시기에는 그래도 티베트족 정도를 빼고는 소수민족의 평등 문화적, 문화적 고유성을 인정하고 정책을 압제적으로 취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 뒤 후자의 경우에는 문화적으로 특수성과 고유성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고 소수민족을 동화시킬 뿐만 아니라 한족을 대거 유입시켜 현지 소수민족 자체를 최소화 시키고자 하는 과정에 있다. 현재 그것이 가장 심한 것은 신장과 티베트 두 지역이다. 이 지역을 왜 최고로 중시하냐 하면 이 지역이 소위 跨界民族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중공은 이 과계민족에 긴장감을 갖고 관리를 해오고 있다. 현재 중국 내에는 19개의 跨界民族이 있는데 바로 한국도 과계민족이고, 한복파동과 문화 공정은 여기에 관련돼 있다.
'과계민족'이란 한 마디로 경계(국경 포함)에 걸쳐 있는 민족을 말한다. 예컨대 중국 내 어떤 소수민족이 중국 바깥에도 국가를 형성하거나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민족을 가리키는 문화인류학의 전문 용어다. 예를 들어 조선족은 중국 바깥에 한반도의 남북한에 국가를 형성하고 있고, 그리고 신장(新疆) 내 인구 약 3000명 정도의 러시아족도 그 바깥에는 러시아가 국가를 이루고 있다. 또 인구 400만 명이 넘지 않는 몽골족도 그 바깥의 고비사막을 넘으면 몽골인민공화국이 있다. 또한 신장과 靑海성 일대에 넓게 산재해 있는 회교도의 위구르족들은 그 바깥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부터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의 이른바 "탄"(tan은 아랍어로 땅, 곳을 가르킴) 나라들 뿐만 아니라 멀리 터키에까지 국가가 형성되어 있다. 또 광서성에 있는 비엣(베트남)족은 그 국경 너머 베트남민족이 다수인 다민족 국가인 베트남인민공화국이 있다.
중국 정부가 왜 이 과계민족들의 동향에 굉장히 민감하게반응하고 그들의 분리운동 내지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오고 있는지는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무에게서나 혹은 국내학계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한 가지 정보를 더 소개하겠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 혹은 분리운동이 가장 성한 민족으로서는 신장의 위구르족, 티베트족, 내몽골족이다. 중공 수뇌부도 그렇게 보고 있다. 이 세 민족은 이미 2000년도 훨씬 이전부터 각기 해외의 같은 종족들, 즉 과계민족들과 연계해서 분리운동, 독립운동을 일으키면서 서로 연합해서 독일에 본부를 두고 중국에 저항해오고 있다. (몽골인들은 조금 늦게 나중에 합류했음)
이 가운데 특히 위구르족은 터키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그 이유는 터키의 국민적 영웅으로 존경받는 위구르족 한 장군(2000년도 초에 사망)이 중국 신장의 위구르족의 독립을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터키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고, 두 나라는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다. 뭐 국제스포츠 시합에서 터키인들이 중국인들이 서로 야유하고 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중국이 터키내 위구르족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터키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매년 총리급 지도자를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 이제 다시 한복파동 문제로 돌아와서 중국이 단순히 미국처럼 국내 소수민족의 다양한 각종 언어와 다채로운 문화를 존중하는 측면에서 그런 행사를 하는 것이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또한 중국은 베트남, 몽골, 러시아 등의 과계민족에 대해선 어떤 문화적 공정의도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공정을 갖고 계획적으로 전개해오고 있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냥 보고 넘어갈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요컨대 그것은 중공수뇌부 수준에서 취하고 있는 하나의 문화공정 정책인 것이다.
문화공정은 하나 뿐인 단일 정책이 아니다. 한국고대사에대한 왜곡이 자행돼 있는 동북공정이라는 역사공정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동북공정도 단일한 것이 아니라 위구르역사를 중국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서북공정, 티베트민족의 역사를 말살하고자 하는 서남공정, 중국내 거주하는 베트남민족의 역사를 중국화 하기 위한 남방공정, 몽골민족에 대한 북방공정, 청사의 중국화를 학술적으로 정당화하는 탐원공정도 그런 것이다.
문화적 무시와 침략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우리 역사 침탈은 이미 상당히 많이 진전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영토도 마찬가지다. 이어도, 나중에 북한과 문제가 될 수 있는 압록강하구의 비단섬, 두만강하구의 몇몇 작은 섬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제법상의 공소시효가 만기된 간도 역시 그렇다. 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소개하겠다. 다른 일도 기다리고 있는데다 계속 썼다간 안 그래도 재미 없는 글이 더 재미 없고 장황하게 될 거니까!
자 장황한 졸문을 마치기 전에 이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거나 확인할 게 있다. 즉 며칠 전 베이징 올림픽 참석한 민주당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국 지도부에 우리 국민의 우려를 전한답시고 리짠수에게 말한 것이 얼마나 비전문적이고, 중국 지도부가 봤을 때는 얼마나 비웃었을지 상상이 되는 대목이 아닌가하는 점이다.
박병석 의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지 않는가? “한복은 우리의 대표적 문화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중국 14억 인구 중 한족을 제외하면 55개 민족이 소수민족"이라는 관점에서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외교부 장관과 문체부 장관도 비슷한 취지를 중국정부에 전했다고 하는데, 이 분들도 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글쎄, 문재인 정부 자체가 대중국정책에서 지나치게 친중적이다 보니 사대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매가리 없이 대응해서 중국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것 같은가? 판단은 이 졸문을 읽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대선이 대중국정책을 새롭게 정립시킬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사실이다!
2022. 2. 11. 08:05
雲靜
'더불어 사는 삶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준석의 '자기정치'와 안철수의 '벼랑끝전술' (0) | 2022.02.22 |
---|---|
안중근 의사와 안철수 후보 (0) | 2022.02.14 |
이재명 후보의 말 (0) | 2022.02.14 |
후보단일화에 관해 윤석열 후보께 하고 싶은 독백 (0) | 2022.02.10 |
이상이 교수의 집권당독재 비판과 우리가 할 일 (0) | 2022.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