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준석의 '자기정치'와 안철수의 '벼랑끝전술'

雲靜, 仰天 2022. 2. 22. 07:26

이준석의 '자기정치'와 안철수의 '벼랑끝전술'

 

국민의 열망인 야당후보 단일화 논의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야 된다. 그저께 안철수 후보(이하 모든 이의 직함 생략)가 단일화 철회 선언으로 끝난 거 같아도 방법이 없지 않다. 먼저 말로 상처 입은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일이 최우선이다. 마음이 사라지면 자기가 원하고자 하는 욕망, 이익 같은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마음이 떠나면 일도, 조직도 다 성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一切唯心造)는 이런 평범한 진리가 전혀 먹혀들지 않거나 자장 밖에서 살고 있는 듯한 이들이 있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잘 났다고 착각하거나 중국 현대 소설가 노순 작품의 주인공 阿Q처럼 혼자만 '정신승리'하고 사는 이들이다. 대선 활동을 여전히 '자기정치'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이준석이나, 머리로는 단일화를 파토 내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벼랑끝전술'(brinkmanship)

 

을 펴고 있는 안철수도 그 범주에 드는 듯하다. 제각기 의뭉스럽고 비열한 마음가짐으로 몽니정치와 좁쌀정치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60% 가까운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상황임에도 자기들 입장과 생각만 고수한다. 자신 밖에 모르는 自利的 마음의 뿌리가 워낙 깊어 보인다. 당내나 유권자들의 비난과 질타에도 마이동풍인 이유다.

 

 

단일화 요청 철회를 선언하는 안철수 후보

 

마음의 상처는 대개 말에서 입는다. 남녀 성별이나 나이 고하는 상관 없다. 그저께 선거유세 중에 사망한 국민의당 당원의 초상 중에 이준석은 아버지뻘 되는 안철수에게 해선 안 될 말을 했다. “국민의당이 고인 유지를 받들어 선거운동? 고인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느냐? 유서를 써 놓고 가나?”

 

이 말은 그러지 않아도 상호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안철수의 심기를 모질게 할퀴듯이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유가족의 상처에도 소금 뿌리는 철 없는 발언이다. 나이 고하가 중요시 되는 한국인의 정서상 동년배에게서 듣는 것보다 더 상처가 깊을 수 있다. 아무리 삭막한 정치판이라 하더라도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준석이 단일화의 필요성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희화적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만큼 지도자가 될 자질이 부족하다는 표증이다. 이는 이준석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시도 지방 단체장 선거의 공천권 행사에서 안철수와 함께 파이를 절대로 나누려고 하지 않겠다는 심산에서 부리는 의도된 조롱과 몽니로 보인다. 이 자도 안철수처럼 국민을 볼모로 도박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도 지금까지 그랬지만 자신 밖에 모른다. 굉장히 이기적이다. 입으로는 말끝마다 국민들을 위한다고 해놓고도 실제 하는 정치행위는 오로지 자신의 욕심을 만족시키려고 하는 일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기를 추려보면 自利뿐이고 利他정신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그가 보여준 이런저런 기부발언이나 봉사 등은 眞我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게 아니어서 나는 그것을 보여주기식 정치적 쇼로 판단한다. 

 

안철수는 이번에도 동일한 심사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는 단일화의 명분으로 분명히 정권교체를 내걸어 놓고도 윤석열의 지지도가 자신을 너댓 배나 압도하는 현실상황을 무시하고 자기 방식, 자기생각만 고수한다.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국민적 열망은 안중에도 없다. 정권교체를 언급하면서도 실제 행위는 언행 일치가 되지 않는다.

 

이번에 또 다시 분명히 드러난 것은 안철수는 자신이 어렵사리 청빙해온 선대본부장 최진석이나 후원 회장인 김동길 교수 등 측근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마이페이스'로 드러났다. 오로지 자기 생각뿐이다. 지금까지 그의 주변에 적지 않은 재사와 인재들이 모였다가 오래지 않아 모두 떠나간 이유를 아직도 깨닫지 못해서일까? 그는 마법이나 주술에라도 걸린 듯 대통령 병에 단단히 걸린 듯하다. 약 10년 전 서울시장직을 양보하면 바로 대통령이 될 걸로 착각한 듯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과 자세를 바꾸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그에게는 대통령이 되기 전 대통령 직무사행에 필요한 국정경험이라든가 더 많은 정치경험 등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그런 기본적인 미덕은 전혀 없어 보인다. 당시는 나이도 젊었던 주제에 말이다.

 

아직 단일화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지난 졸문에서 충분히 제시했다. 불씨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안철수가 단일화를 포기한다면서 공표한 변을 들어보면 자기 갈 길을 갈 것이라고만 했지 대선을 혼자서 끝까지 완주하겠다라고는 하지 않았다. 또 자신이 정권교체를 단일화를 이루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고 공표한 이상 이재명과의 단일화 협상은 논할 수 없게 돼 있다. 스스로 말한 틀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측에선 물밑 또 자기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 그의 셈법이라던가 여러 가지 여건을 봤을 때 다시 나설 수 있는 명분만 만들어주면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윤석열 자신이 직접 공개적으로 안철수와 단일화를 논의하자고 이야기를 하는 게 우선적 수순이다.

 

그리고 단일화를 재점화시키려면 단일화 결렬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원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이란 원래 그런 거다. 밀고 당기고 하는 거다. 안철수의 말을 곰곰히 되씹듯이 분석해보면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금은 상처받은 안철수의 마음을 회복시켜주고 명분을 주는 것이 요긴하고, 윤석열이 직접 나서서 공개적으로 단일화 재논의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그 전에 반드시 먼저 이준석의 입을 봉한 상태에서 시도해야 된다. 이준석은 대국을 보지 않고 오로지 대선을 자기 정치에 활용하고자 하는 생각이 너무 커보인다. 대선의 승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후보 단일화 건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권자인 윤석렬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은 그 외 누구도 가타부타, 감 놔라 팥놔라 해선 안 되는 상황이다.

 

안철수는 자신의 정치 역정에서 최후의 기로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오랜 습이 돼온,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自利行을 버리고 利他行을 통한 진정한 정치인으로 새로 태어나든가, 아니면 이번 대선을 끝으로 영영 정치권에서 재기 불능상태가 되든가 둘 중에 하나다. 안철수는 윤석열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단일화를 논의하자고 하면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된다. 거기에 이런저런 조건들을 따지지 않는 배포와 도량이 큰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지금까지 그에게 씌워져 있는 좁쌀 같다는 지도자상을 훌훌 걷어내고 향후 차차기 대선에서 새로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성공을 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전혀 희생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작은 성공을 원하면 작은 희생을 해야 한다. 큰 성공을 원한다면 큰 희생을, 그 보다 더 큰 성공을 원한다면 더없이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게 경쟁이 율이 돼 있는 인간세상의 변치 않는 철칙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르는 응분의 희생을 치러야 한다. 진리를 혼자만 예외인듯이 넘어가려고 하지 말기 바란다. 

 

벼랑끝전술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니다. 지금의 벼랑끝전술은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오매불망하는 정권교체의 염원을 저버리고 국민을 상대로 그런 도박을 하는 게 아니다. 그 동안 양보해서 당한 배신감 따위의 마음고생이 전혀 와닿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건 본인이 판세를 잘못 읽고 마음속엔 자리행만 고집하고 내린작업자득이다. 이번엔 경우가 조금 다르다. 협상에서 조건이란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양보할 때는 기왕에 할 거 시원하게 해라. 안철수는 어차피 양보를 해야 자신도 살고 국민도 산다.

 

 2022. 2. 22. 07:04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