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권력강화와 중공 내 반응 : 덩푸팡의 예
최근, 중공 당내 중공 총서기 시진핑(習近平) 옹위파와 그 반대파 간의 투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 개최 예정에 있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전까지 더욱 가열화 될 전망이다. 시진핑의 당내 입지는 외부에서 알려진 것만큼 그렇게 공고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내부 상황변화에 대해 주시하면서 대중국정책 차원에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그 이상 징후가 중공의 입인《人民日報》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매일 같이 보도 돼오던 시진핑 기사가 최근에 들어와선 한 건도 보이지 않거나 보도가 돼도 "중공 총서기"라는 직함 없이 이름만 거론될 뿐이다. CCTV와 함께 중공 최고 지도자(核心)의 동향과 활동 및 치적 등의 지속적인 보도와 홍보가 주된 임무인 중공기관지에서 시진핑이 보도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 예외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정책결정 과정의 막후 극비사항은 모두 중공 당내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표증이다. 게다가 이건 이미 중공내 "시진핑 핵심"에 대한 다른 '異見'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당의 입인《人民日報》마저「筆武場」(글로 싸움을 벌이는 격투기장)이 된 것이다.
최근 수년 사이 시진핑은 당내 모든 사안에 개입해서 진두지휘해왔다. 심지어 중공 상임위원회 정치국 7명에게 각기 주어진 임무까지 자기가 관여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정책과 행정 분야는 서열 제2위인 리커창(李克强)의 고유한 권한인데도 시진핑이 그를 도외시하고 경제문제까지 좌지우지한 것이나 사법, 경찰, 공안 등의 업무가 주요 권한인 서열 7위 한쩡(韓正)의 국가 및 당 기율위 문제에까지 관여한 것이 좋은 예다. 그의 월권적 권력강화는 독재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진핑의 지휘 모습이 CCTV와 당 기관지인《人民日報》에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돼 왔었다.
그뿐만 아니다. 시진핑은 재작년 초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이번 역병에 대한 방역과 통제(疫情防控工作)는 앞으로 내가 친히 지휘하고 (인력과 임무 등을) 배치하겠다"(我一直是在親自指揮,親自部署)하고선 실제도 그렇게 진두지휘했다. 그는 방역만 전면에 나선 게 아니라 교육기관 개혁, SNS통제, 금융 및 과학기술업, 부동산업에서부터 홍콩의 반중공 민주화에 대한 대응에 이르기까지 중공 지도부내 자파 인물들(習家軍)로 조직한 각종 소조들의 조장까지 맡아서 국내외 관련 국정을 일일이 직접 통제 장악하는 식으로 만기친람해왔다. 이를 두고 서방에선 "만능 주석(chairman of everything)"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소리도 나왔다. 이 얘기는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어느 인사가《The Wall Street Journal》에다 폭로한 것이다.
이처럼 현재 중공 내에는 반시진핑 세력들이 시진핑의 독재를 비난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반향이 컸던 것은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鄧朴方, 1944~)이 중공에 작심하고 제기한 비판서한이다. 덩푸팡의 당내 위치가 여타 다른 인사와 급이 다르기 때문에 파장이 더 컸다. 덩푸팡은 덩샤오핑의 2남 3녀 중 맏아들이다. 중공 원로 자식들을 집체적으로 지칭하는 太子黨 그룹의 맏형이자 당 중견 간부인 그는 문혁 시기 부친이 홍위병들에게 핍박을 받았을 때 그들에게 강제로 건물 위에서 아래로 내던져진 참사를 당해 반신불수가 된 장애인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2021년 2월 경, 덩푸팡은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치적을 능가하는 것으로 자리 매김 하고 마오쩌둥과 동급의 반열에 올리는 등 중공의 집단지도체제를 무시하고 사실상의 1인 독재와 개인숭배의 모습까지 보이는 것에 대해 중공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덩푸팡의 시진핑에 대한 공개 비판은 중공 내 반시진핑파의 반발 혹은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그는 당내 언로가 막히고 시진핑의 독단과 독주 등 중공의 전통이자 장점 중 한 가지인 '민주집중제'(民主集中制)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부터 대미국, 홍콩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시진핑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어야 될지를 시사해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덩푸팡의 공개서한
양회(兩會, 매년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칭하는 말-필자)가 열리려는 특수한 시기에 어떤 말은 하고 싶어도 감히 하지 못하고, 어떤 문제는 묻고 싶어도 감히 묻지 못해 베이징 양회에 참석한 대표들조차도 또 전전긍긍하는 그 심정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지난 수십 년 간 나는 신체적 원인(장애) 때문에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참견하지 않았지만 만약 이 시점에서 아무도 일어나 말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앞으로는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1. 양회의 대표가 되어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모 전제 권력자(시진핑 지칭-필자)의 권위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가?
2. 헌법이 분명히 규정했듯이 양회 대표는 중앙 정부의 각종 잘못을 감독하고 바로 잡을 권한이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중앙은 ‘망의죄’(忘議罪)란 걸 내놓고 올해는 지도자를 경외할 줄 모르는 죄(不知敬畏罪)를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양회 대표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자는 황제가문의 세습 황제인가? 아니면 국민이 뽑는 총통인가? 아니면 당내 투표로 뽑는 총서기인가?
4. 당 중앙(중공 중앙상임위 정치국원을 말하지만 이 역시 시진핑을 가리킴-필자)이 여러 번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당원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망의’(忘議)가 되고, 민중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선동과 전복’(煽顚)이 된다. 대표들께 묻는다. 우리나라는 도대체 누구의 나라인가?
코로나19문제
5. 우한(武漢) 코로나19가 이미 전세계로 퍼졌다. 당 중앙은 통제시간을 질질 끈 것은 아닌가? 인민에게 코로나19의 진상을 감춘 것은 아닌가?
중미관계 문제
6. 중미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데 중앙의 주요 영도자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홍콩 문제
7. 홍콩의 혼란이 거의 1년이나 계속되는데 도대체 누가 홍콩의 일국양제라는 좋은 시스템을 파괴했는가? 중앙이 파괴했는가? 중앙의 영도자는 이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일대일로 문제
8. ‘일대일로’의 비이성적 투자는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필자)의 비준을 거치지 않았고 중앙 지도자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여기저기에 돈을 뿌리고 있다. 이것은 무슨 행위인가? 지금처럼 프로젝트가 망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베이징 신도시 문제
9. 전인대의 비준도 거치지 않고 전문가의 논증도 없이, 중앙 영도자(시진핑-필자)가 몇 사람의 건의에 따라 수조 위앤에 달하는 슝안(雄安) 신구를 건설하고 있다. 이는 무슨 행위이며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대만 문제
10. 대만과 대륙은 왜 갈수록 멀어지는가? 중앙은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경제 문제
11. 대규모의 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많은 민간 기업이 문을 닫고 대규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는 중앙의 잘못된 결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가? 만약 있다면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가?
헌법개정 문제
12. 지금의 지도자(시진핑을 가리킴-필자)는 손아귀에 쥔 권리를 이용해 스스로 헌법을 고쳐 임기제를 폐지했다. 이는 도대체 어떤 행위인가? 만약 누가 자신을 위해 법을 만들 권리가 있다면 국가 헌법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경제모델 문제
13. 중앙은 세계적으로 도태된 계획경제 모델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는 개인 정권을 강화하려는 것인가?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고려한 것인가?
중국의 평판 문제
14. 최근 들어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일순간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국가의 신용도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임은 마땅히 누가 져야 하는가?
15.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자는 원로 동지들의 집단적 동의를 저지하기 위해 당 중앙은 뜻밖에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서 원로 동지들과 현역 당·정·군을 ‘특수보호’했다. ‘특수보호’란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통신과 행동의 자유, 손님의 방문을 저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행위인가? 또 누가 그에게 이런 권력을 주었는가?
(끝)
2021. 12. 13. 06:37
북한산 清勝齋에서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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