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아시아사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의 향방

雲靜, 仰天 2022. 3. 11. 14:20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의 향방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그 동안 두 나라는 양적으로는 상당히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는 보완해나가야 할 현안들이 적지 않다. 양국 무역액이 수교 초기 보다 약 60배나 늘어나 3000억 달러에 달해서 한미, 한일 및 한유럽 무역을 합친 양에 근접하고, 양국의 상호 투자액도 천억 달러 규모가 됐다. 인적교류도 코로나사태 전 이미 연 1000만 명에 달했다.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조인식 장면. 당시 양국에서 이상옥 외무장관과 錢其琛 외교부장이 수교문서를 교환했다. 한중 관계의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진 시발점이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무역 상대국이자 최대의 수출시장, 최대의 수입국이고, 한국은 중국에 학생이 가장 많이 유학 가는 나라다. 반면,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2017년부터 틀어막아온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과 드라마, 게임 등의 한국 콘텐츠의 중국시장 제한은 그대로다. 또 한국문화의 도용 및 왜곡하는 문화공정, 눈에 보이지 않는 대등하지 못한 관계도 개선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문재인 정권의 대중국정책의 기조를 이어 받았다면 큰 변화는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한국은 중국의 통일전선전략의 틀 속에 한 발 더 들여놓게 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럴 경우 중국은 한중관계의 현상황을 고수하면서 한국을 미국과 한 걸음 떼놓고자 하는 이면공작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이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한국의 새로운 정부에 바라는 속내를 비춘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 7일 한중관계 30주년을 맞아 그는 “동전 세 닢으로 집을 사고, 천 냥의 금으로 이웃을 산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해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현재 워싱턴이 한국을 동북아 지정학적 전진 진지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거나 혹은 압력과 회유를 하는 것은 한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를 어떻게 조화시켜 ‘어느 편에 서는 것’(选边站)이 아닌 가교 역할을 계속할 것인가 하는 점이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앞에 놓인 필히 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친미, 친중이라는 단순한 구분은 존재하지 않고 한국은 복잡하고 민감하며 위험천만한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어서 더 고차적인 스탠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한중관계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변화는 한국 신정부의 한중관계에 대한 변화 추구에 따라 발생하는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 측에서도 한국에 대한 대응이 약간 달라질 것인데, 향후 한중관계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정책 변화에 중국이 대응하는 형식이 전개의 주요 축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중국은 한중관계를 한중 두 나라만의 관계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만 통일추구, 대미 대응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이 두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부 차원의 수단운용이나 전술 측면에서 다룬다. 
  

이런 관점에서 두 나라 사이에는 현상의 지속요인과 충돌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전자에는 윤 당선자가 대선후보 때 공언한 대로 중국과는 상호 존중을 전제로 경제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협력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코로나사태가 걷히면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가 증가될 것이다. 반면, 후자로는 다섯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지금까지 민주당과 문재인정부가 견지해온 “북한제일주의”, “중국편향” 외교 안보정책의 기조를 바꿔 한·미동맹의 복원 및 강화 시도에 따른 주한 미군의 사드 기지 정상화다. 윤 당선자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견고한 한미동맹을 구축하는 것이 곧 한국외교의 중심축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한 만큼 사드배치가 증가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2016년 사드 도입 후 중국의 경제보복과 사드를 둘러싼 한미동맹 균열로 “한국은 중국의 경제제재에 굴복하며 안보 이익을 희생했다”며 “핵심 안보 이익에 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윤 당선자의 인식이다. 그는 한미동맹과 자유진영 우방과의 ‘가치 동맹’을 강조한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군사·안보적 관계는 일축하고 오직 경제협력만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둘째, 윤석열 신정부가 중국의 군사·경제 블록화 전략인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이 주도해 만든 아태 지역의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4개국의 안보협의체인 ‘쿼드’ (Quad)에 참여할 경우다. 그가 이미 대선 공약으로 쿼드 산하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실무위원회에 참여해 역내 관련국들과 공동이익을 확대하는 열린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고 한 점에서 참여 가능성을 일축할 순 없다. 
  

셋째, 한국이 ‘항행의 자유’작전에 참여할 경우도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자유민주 국가들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공해상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방해하는 중국에 대응해 이 작전을 펼쳐오고 있다. 미국이 “아태 지역의 자유민주국가들과 협력해 자유롭고 개방된 역내 질서를 함께 구축해나가겠다”면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고 역내 다자협력이 활성화되도록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쿼드와의 지속적 관계 강화를 중심으로 ‘동맹과 파트너 십에 대한 투자’도 강조한 이상 한국도 연계될 수 있다. 미국의 목적은 대중국 견제임은 물론이다. 일명 ‘대중국 견제법’으로 불리는 ‘2022년의 미국경쟁법’(America Competes of Act 2022)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과 도전에 강력한 억제를 가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기지 공급망 구축을 본격적인 궤도로 올릴 뿐만 아니라 시장을 왜곡하는 중국의 무역관행에 맞서기 위해 반덤핑 규정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미국의 무역규정을 바꾸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넷째, 미국, 자유진영 우방과의 관계강화를 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해서 처음으로 작년 12월에 개최된 다자간 정상회담이다. 코로나19 탓에 화상회의로 열렸지만 전 세계 110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는 배제됐는데, 또 한번 배제되면 양국관계에 약간의 냉각이 있을 수 있다.
  

다섯째, 윤석열 정부에서 중국과의 대등관계를 모색하는외교를 전개할 경우 중국 내 여론이 악화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에 파견하는 외교관 직급의 형평을 맞춰서 기존 중국과의 기울어진 비대칭 관계를 시정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단적인 예로 중국은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 국장급 인물을 보내지만 우리정부는 집권당의 실세를 주중 대사로 내보내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다. 윤 당선자는 한중 관계가 각자의 이념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상호존중에 입각해 상대의 국익을 존중해가며 대등한 관계를 원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미 경쟁에서 미국 주도의 포위망 그리고 그간 중국이 전개해온 전랑외교, EU와의 관계 악화에서 초래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약간의 전향적 변화를 내보이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 북한, 아프리카 몇 개국과 한국 정도 외에 여타 국가들과는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물론 대미 경쟁에는 대만문제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개재돼 있다. 미중 신냉전의 배경하에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은 더 이상 단순한 소위 “통일”의 문제가 아니다. 대만 인근의 국가들의 안전이 위협 받는 요인인데다 미중 군사대결의 핵심을 구성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중국은 표면적으론 ‘한한령’과 한국 콘텐츠의 중국시장 진입제한 따위는 취소하거나 부분적으로 완화해주면서 그간 호주와 미국의 정치계, 언론계와 학계를 상대로 선거개입과 로비전을 해온 바대로 한국에서도 그런 공작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정치계, 학계, 언론계의 중량급 인사들이 상당히 많이 포섭돼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상대 국가의 정계와 재계, 학계, 문화계 엘리트들을 표적으로 삼아 구슬리고(groom), 포섭하고(co-opt), 압박하는(coerce) 전술로 친중파로 만든다. 그런 다음 약점을 만들어 그들을 통제할 수단을 확보해서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게 전통적인 수법이다. 게다가 중국지도부와 보편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과거 2000년 동안 종주국인 것처럼 착각해오고 있다. 오는 5월에 출범하게 되는 새로운 한국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오만과 비정상적 관계를 청산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튼튼히 하는 것은 한 수단이다.
  

과연 그저께 왕이 부장이 기대한 대로 “청와대의 주인이바뀌더라도 한중 두 나라는 적수가 아니라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는 파트너관계”이며, 한중관계도 뒤로 퇴보하지 않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중은 현재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있다. 

 

2022. 3. 11. 08:0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위 글은코리안드림』통합 제5호(2022년 3~4월호)에 게재될 원고입니다. 이 잡지는 지난 3월 22일 발행됐지만 표지 사진에 문제가 있어 재인쇄에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아마도 다음 주엔 나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