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아시아사

문재인 정권의 대중국 인식 및 자세와 비교되는 윤석열 후보의 대중국 발언

雲靜, 仰天 2022. 2. 12. 07:27

문재인 정권의 대중국역사인식 및 자세와 비교되는 윤석열 후보의 대중국 발언

 

역사를 몰라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나 역사를 모르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되기 어렵다. 국가 지도자라면 더욱 역사지식이 필요하다. 역사 지식이 없거나 부족하면 뿌리의식 없이 근본을 모르는 상태에서 현실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 눈은 한계가 있고, 그로 인해 내치에서는 물론, 외교에서도 상당한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일어나는 불상사들도 적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겐 적어도 자국과 인접국의 역사지식은 필수적이다. 그 지식의 폭과 깊이는 하나의 역사관이 형성될 정도가 되면 더욱 좋다. 

 

중국의 한국문화 침탈에 관련된 어제의 글에 이어서 오늘은 국가지도층이 자국의 역사를 제대로 몰라서 주변국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대하고 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는지 사례를 보기로 한다. 이는 한 나라가 자국민들에게는 어떤 긍지 혹은 열패감을 갖게 만드는지, 또 국제사회에도 어떻게 인식될 수 있는지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누구겠는가? 문재인 정권이다. 문 정권의 중국에 대한 굴종적인 사대의식과 그 처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곁들어서 최근 윤석열 후보가 한 대중국 발언의 일단을 살펴보고 만약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차기정부의 대중국 인식과 대응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해 보기로 한다.

 

“우리나라는 실로 신종(神宗) 황제의 은혜를 입어 거의 빈터가 된 종묘사직이 다시 있게 되고, 生民이 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 우리나라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생민의 털 한 터럭에 황은이 미치지 않은 바가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대중국 사대주의의 원조격인 우암 송시열이 한 말이다. 그가 임진왜란 시 조선이 왜군을 물리친 것은 명나라가 지원군을 보내준 덕분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명나라 神宗 황제의 “망극하신 은혜”라고 보고 태조 이성계 이래 명과 조선은 군신의 관계를 맺은지 250년이 넘는다고 주장하면서 한 발언이다. 신종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쳐서 조선을 구해준다는 명분으로 지원군을 보내준 명나라 제13대 황제다.

 

그런데 이 같은 조선조 사대부의 뼛속 깊이 각인된 중국에 대한 소국의식, 邊方의식, 사대의식은 400여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달라 졌을까? 만약 한국인 중에 누가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같은 대국”이라고 칭송하면서 “작은 나라 한국이 중국몽과 함께할 것”이라고 송시열의 사대의식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덜 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말의 주인공은 2017년 베이징대학 연설시에 발언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 발언은 당시 문 대통령이 중국을 치켜세워 실리를 취하려고 한 외교적 수사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 원수가 굳이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같은 대국”이라고 칭송하고 우리나라는 소국으로 비하시킬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냥 이렇게만 얘기해도 충분하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는 2천년 이상의 장구한 이웃 국가로서 과거에도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상기 발언은 송시열 이후 국가 최고지도자가 외국에 나가 앞장 서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결정적으로 훼손한 보기 드문 역사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그러하니 다른 관료들이야 당연히 그에 따를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초대 주중 대사로 나간 노영민도 그랬다. 그는 시진핑 주석에게 대사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만절필동(萬折必東)' 글귀를 갖다 바쳤다. "황하가 만 번 꺾여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는 이 말은 원래 孔子가 만사는 결국엔 그 理에 맞게 이뤄지게 된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물에 비유한 것을 筍子가 宥坐篇에서 초든 말인데, 옛날 전통시대 제후국(蕃邦)이 중국 천자에게 바치던 충성 맹세의 의미가 내재돼 있는 말이다. 

 

 

노영민이 중국정부에 신임장을 제출하면서 중국 측에 써준 글귀는 정확하게 "萬折必東, 共創未來"였다. 중국에 가서 한문 좀 안다고 고전글귀 따위를 들먹이는 게 통과의뢰나 유식을 뽑내는 것처럼 해오는 게 한국의 지식인들이다. 이제는 사대의식이 묻어 있는 그런 구태는 하지 않아도 된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써도 되고, 아니면 좀 더 자신 있게 우리 한글로 써도 될 때가 됐다.

 

2017년 4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리조트에서 있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트럼프가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북핵문제 설명을 듣기 전 중국과 한국의 역사 이야기를 한 시진핑이 "(한중 양국은) 지난 수 천 년 동안 많은 전쟁을 벌였고,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는데 “북한이 아니라 한국 전체(Not Norh Korea, Korea)”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진핑 발언을 털어놓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일각에선 “시 주석이 ‘한국도 한때 중국과 같이 원 제국의 일부였다’거나 ‘한때 중국이 한국을 통치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을 트럼프가 잘못 알아들었거나 통역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설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이 지난 수십년간 중국 내 跨界민족들을 겨냥한 민족주의적 여러 가지 역사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온 사실, 한국을 중국의 조공국이자 속국이었다고 보는 인식이 여전히 시진핑 뿐만 아니라 중국인 전체의 공유된 보편적 인식이라는 점에서 나는 시진핑이 실제로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본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이러한 발언 혹은 인식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행동은 인식에서 비롯된다. 인식은 그 사람의 본질을 구성한다. 중국이 절치부심해서 과거 식민지시절 잃어버린 제국의 영광을 찾고자 하는 것이 뭔가? 바로 옛날 동아시아 조공 체계의 현대판 이상적 질서이고, 그것의 시행이 바로 시진핑이 밀어부쳐오고 있는 일대일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런 류의 인식이 바로 중국지도부가 북한 유사시 중국이 한반도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근거들 중의 한 가지다. 중국은 자국이 6.25전쟁 시 휴전조약 체결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북한개입의 국제법적 근거로 삼고 있기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중국 최고지도자가 이렇게 우리 역사를  무시하고 왜곡한 발언을 해도 문재인 정부는 침묵했다. 역사를 침탈 당하고 혼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중공 당서열이 고작해야 20위 안에도 들어가지 않는 왕이(王毅) 외교부장 따위도 베이징에서나 여타 국가에서나 만난 문재인 대통령의 팔을 툭 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결례를 해도 당사자는 참는 것인지, 인지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도무지 감각이 마비된 식물인 듯한 느낌이었다. 정말 사람이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감각이 없어서 그런지 문 대통령이 중국에 보낸 특사를 중국 지방관이 앉는 下席에 앉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악수하고 지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팔을 툭 치고 있는 장면인데, 아래 동영상을 자세히 보라.

 

https://m.tv.naver.com/v/2422595


이런 저자세라면, 문 정부가 대한민국 안보 주권을 포기한 외교 참사였던 사드 관련 3불까지 약속해주고도 지금까지도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을 해제하지 않아도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한 발언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가 한중 두 나라 역사에 관해 행한 발언은 많지 않지만 그저께 2022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비롯된 남자 쇼트트랙 등 편파판정 의혹, 특히 개막식에서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한복(韓服)을 입혀서 등장시킨 것에 대해 한 코멘트에서 그의 대중국 역사인식에 대해 대략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윤 후보는 중국이 올림픽 입장시에 기획적으로 일으킨 소위 '한복소동'을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며 "고구려와 발해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고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발언은 어제 내가 쓴 졸문에서 중국의 한국고유문화 침탈이 중국발 역사왜곡의 저의가 담긴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한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또 윤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동북공정 논란에 대해서도 이렇게 썼다. "이번 개막식에 한복뿐 아니라 강강술래, 윷놀이 등이 마치 중국문화인 듯이 고스란히 방영된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예속,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데에 있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계속해서 그는 "저는 어릴 적 역사시간에 고구려와 발해의 기상을 배우며 자랐다"며 "1994년 30대 청년 윤석열이 즐겨 듣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를 첨부한다. 고구려와 발해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힘 주어 말했다.

 

윤석열 후보의 고구려사 관련 발언은 하나도 사실에 어긋나는 게 없다. 향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이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윤 후보의 인식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켰고, 고구려를 중국의 중앙정부에 예속된 지방정부라고 위치 지우는 왜곡을 자행한 것에 대한 반대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앞으로 대중국정책에서 총론 차원에서 대등하고 당당하게 우리의 주장을 펼칠 수 있고, 최소한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도 난도질 당한 우리 것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민주당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그건 악몽이다. 중국의 대한국 역사왜곡이 더욱 심화될 게 필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본 졸문의 모두에서 확인했듯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 인사들이 마치 그 옛날 전통시대에 살고 있는 듯이 중국을 상국, 대국으로 떠받듦에 따라 안 그래도 우리를 무시해오던 중국의 오만이 더욱 방자해질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발족된 동북아역사재단에서마저 중국사학계가 계획적으로 자행한 고구려사에 대한 왜곡을 비판 없이 그대로 번역해서 펴내는 한심한 일들도 중단은커녕 더욱 고착화 될 것이다.

 

사실, 중국은 지난 세기 중공 혁명 1세대 시절에는 고구려사를 중국사가 아니라 엄연한 한국사이며, 고구려 역시 한반도 북부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지역에까지 세력을 떨친 국가로서 한민족의 역사적 실체였음을 아래와 같이 인정한 바 있다. 


“조선민족은 조선반도와 동북대륙에 진출한 이후 오랫동안 거기에 살아왔다. 랴오허(遼河), 쑹화강(松花江) 유역에는 모두 조선민족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위 발언은 1963년 6월 28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의 조선과학원대표단을 접견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그들에게 밝힌 내용이다. 저우언라이가 어떤 배경에서, 왜 이런 식으로 고구려사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시인했는지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두 마디로 끝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어서 자세히 소개할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다만, 이 글에선 두 가지만 강조하고자 한다. 요컨대 상기 저우언라이의 발언은 우리가 앞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에서 그들의 왜곡을 시정하고 바로잡게 할 때 반드시 인용하고 근거로 들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중국은 역사 왜곡뿐만 아니라 우리 강역에 관해서도 상당 부분 왜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여기에 대해서도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에 주의를 환기시키면 대략 다음과 같다.

 

한중 양국 고대사에 대한 왜곡의 연장선에서 중국의 우리 강역에 대한 왜곡도 깊숙히 진행돼오고 있다. 그들은 고구려사 왜곡의 일환으로 만리장성의 동쪽 깃점도 연장시켜 압록강 어구에까지 그어 놓았다가 그 뒤 다시 단둥에서 헤이룽장성 무단장(牧丹江)까지 더 넓혀 만리라는 장성을 2만1천196㎞로 늘여 '사만리장성'으로 둔갑시켰다. 이에 대해서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함에도 국내엔 별다른 반응이 없다.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5652&page=2&total=47 

 

중국의 만리장성은 엿가락인가?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

만리장성은 엿가락인가? 10여년 전 내가 찾은 만리장성 입구의 장성박물관에는 분명 현 장성의 모습이 갖춰진 시기는 명대였고, 길이는 동쪽 허베이성의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서쪽 간쑤성의 자

www.kyongbuk.co.kr

 

중국을 질타함과 동시에 국내 역사학계, 특히 국가기관의 중국사 연구동향이나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적 저자세부터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항하겠다는 기관 설립취지를 비웃듯이 중국학계의 고대사 연구 결과를 중국이 만든 지리부도와 함께 그대로 번역해서 싣고 있다. 이 무슨 변고이자 사대주의적인 행태인지 한 사람의 역사학자로서 분기탱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이와 유사한 것을 지적하자면 정말이지 한두 건이 아니다. 

중국에게 우리가 마냥 당하고 있을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학문적으로 의연하고 당당하게 중국의 주장을 논박할 수 있는 학문적 성과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가 배짱과 용기만 있다면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카드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상기 저우언라이의 예와 같이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이 역사와 영토문제를 두고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소상하게 모르면 바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이면에는 상대 뿐만 아니라 우리 자체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우리가 자초한 자업자득인 면도 있다는 소리다. 정권이 바뀌면 반드시 거시적으로 대중국정책을 당당하게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말과 역사는 그 민족의 정신이자 혼이다. 그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2022. 2. 12. 05:49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