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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10 : 중국공산당 내 '좌우파'개념의 올바른 이해

雲靜, 仰天 2022. 1. 2. 09:16

중국읽기10 : 중국공산당 내 좌우파 개념의 올바른 이해

 

오늘 아침에 어떤 선배로부터 아래 기사가 전송돼 왔다. 읽어보니 글쓴이 송재윤이라는 교수가 중국 내 좌우개념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아쉽게도 본질을 빼먹은 곳이 있다. 글쓴이가 놓친 부분에 관해 조금 소개하기로 하고 몇 마디 보탠다. 
 
‘좌파=진보’라는 착오… 中 ‘좌익 보수’ 일인지배 정권의 완성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1/01/3F4DBWTTQRB3NM57IBQQXCFYL4/

‘좌파=진보’라는 착오… 中 ‘좌익 보수’ 일인지배 정권의 완성

좌파=진보라는 착오 中 좌익 보수 일인지배 정권의 완성

www.chosun.com

 
위 기사의 글쓴이 송재윤 교수가 일부만 알고 얘기했네요. 중국공산당과 毛澤東이 걸어온 역사를 알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 조금 설명을 가할게요.

원래 중공 내에선 좌파, 우파라는 용어 보다는 좌경, 우경이라는 용어로 정치노선을 판별해왔습니다. 중국사회에서 이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를 알려면 먼저 지난 세기 毛澤東 시대에 그가 좌경과 우경을 어떤 기준으로 썼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毛는 좌경도 우경도 다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했음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좌우파에 대해 마오는 '좌경망동주의', '좌경모험주의', '우경기회주의'(=수정주의)라는 용어로 모두 비판했고, 오직 자신이 걷는 노선만이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올바르고 정확한 노선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소위 毛澤東=中共中央의 무오류론이 그것입니다.

그 결과 중공에서 오랫동안 좌경과 우경을 구분하는 기준은 오직 毛자신의 노선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것이 됐습니다. 이에 따르면, 좌경은 정치적으로 진보를 추구하고 노동인민들에게 동정하는 경향을 가리키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해당 시기의 객관 정세를 무시하고 그 사회의 현실적 조건에서 벗어나서 공상적으로, 망동과 모험에 빠져드는 걸 의미했습니다. 또 훗날 국가 권력을 잡고난 뒤 1950년대부터 마오가 비난하면서도 결과적으론 그의 노선과 유사하게 걸은 바 있는 인물, 즉 뜨로츠끼의 "不斷革命"(permanent revolution, 한국학계엔 영구혁명으로 번역된 바 있음) 주장도 좌경으로 매도했었죠.

우경은 20세기 10년대 이래 코민테른 체제하의 국제공산주의운동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왜곡, 수정(簒改), 부정하는 부르주아지계급의 사조와 그 정치세력을 지칭했고, 구체적으로는 마르크스사상을 수정한 독일 공산주의자 베른슈타인과 칼 카우츠키 따위의 이른바 "수정주의이론"을 가르켰죠. 이 두 사람의 주장은 서로 조금 달랐지만, 크게 마르크스의 의회정치를 부정한 "사회혁명"(그는 "공산주의혁명"이라는 말은 한 적이 없고 "사회혁명"이라는 용어를 썼음)은 물론, 레닌의 폭력혁명에도 반대해 선거를 통한 프롤레탈리아 계급의 합법적인 의회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선 일치했습니다. 여기엔 이 노선을 언급한 중공 내 일부 인물들도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毛는 호남농촌조사, 추수폭동, 남창봉기 등 혁명활동에 뛰어든 1920년대 이후부터 항일과 국공투쟁을 전개한 1940년대에 이르는 역정에서 좌경과 우경을 모두 갈지자로 다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랬으면서도 자신은 오류가 없었다고 역사 왜곡을 했었죠. 당시 그의 기준은 적과의 대치 상황에서 공세(=革命의 高潮期)로 나아가야 될지말지를 결정짓는 객관정세, 피아의 상황, 토지개혁과 관련해서 중농 이상 지주와 부농에 대해 적으로 삼을지 아니면 손 잡을 우군으로 삼을지 결정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나중에 毛澤東은 국가 최고 권력을 잡고난 뒤 지난 과거의 중공역사를 평단하면서 1920년 중공 창당후 초대 서기였던 陳獨秀에서부터 모든 중공 지도자들의 노선을 전부 잘못된 것이라고 부정했습니다. 즉 중공 초대 서기였던 陳獨秀를 비롯해 제2대 서기 瞿秋白, 제3대 서기 李立三, 王明 등의 정적들은 모두 중공을 잘못 이끌었으며, 자신만이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하게 걸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요컨대 자신의 노선을 유일한 기준으로 세웠던 것입니다. 

그뒤 1976년 9월 毛 사후에도 역대 중공 중앙에서 마오의 이 기준이 지켜져왔고, 현재도 중공의 공식노선은 좌경과 우경을 모두 잘못된 것으로 부정,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공이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온, 그래서 공산당의 존재 이유를 거기서 찾은, 자본가 계급을 중국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인 후진타오 때부터 이미 좌우의 개념을 벗어난 경향을 보였습니다. 최근 시진핑이 자신을 무오류성의 기준으로 삼음에 따라 마오 이래의 전통적인 좌우 개념이 완전히 변화하는 중에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사회에서의 좌우파는 어떤 기준에서 구분될까요? 좌우파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차이 및 대북정책의 차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수용태도, 복지정책, 지역주의에 대한 태도, 동성애, 페미니즘 등등이 그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한국사회에는 진정한 진보는 없어 보입니다. 생태계와 자연환경에 대해선 거의 인식이 이제 겨우 어린애 이가 나고 있을 정도가 되니까요.
 
그런데 누구 말마따나 한국에선 해방 이후부터 노태우의 집권까지 반백년 동안(1945~1993) '진보=좌파, 보수=우파'라는 등식이 일반화된 인식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이 경향에 익숙해 있다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들어서 소위 진보진영에서 국가권력을 잡은 이후 몇 번 정치주류의 교체가 반복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아마도 위 송재윤 교수는 '통제된 국가경제주의에 기반한 좌파도 집권하여 기득권에 안주하면 보수가 된다'고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동일하게 자유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우파도 정치권력의 비주류가 되면 권력을 탈환하려고 기존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진보가 된다는 말도 성립하겠지요.
 
2021. 1. 2. 09:15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