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격려사

雲靜, 仰天 2022. 1. 15. 16:28

격려사

 

필립 말로, 아서 코난 도일, 외젠 프랑수아 비도크(앙리 비도크), 케이트 원을 아는가? 모른다면 셜록 홈즈는 들어봤을 것이다. 모두 탐정 만화나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본 이름난 명탐정들이다. 케이트 원은 미국 최초의 여성 탐정이다. 이들을 주제로 한 글들을 접했을 때, 우리에게 탐정이란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남의 나라 일로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2020년 2월 국회에서 신용정보법의 탐정금지조항이 삭제된 개정안이 통과되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8월 5일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탐정'이라는 명칭으로 영리활동이 가능해졌다. 또 이 분야가 활성화되고 해외로 활동범위를 넓혀가다 보면 머잖아 한국이 탐정수출국이 될 수도 있고, 아직 탐정이 없는 여타 국가의 국민들에게도 한국인 명탐정이 입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탐정업이 2020년에 들어와서 합법화 된 것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늦은 셈이다. 세계경제협력기구(OECD) 35개 회원국들 중 한국을 제외한 34개국이 모두 탐정을 인정했다. 이 나라들에선 인구 100만 명당 평균 320명의 탐정들이 "민간조사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탐정업이 인정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연합 회원국들도 거의 다 탐정업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선 탐정에게 제한된 체포권까지 인정되는 경우도 있듯이 사법적 기능도 주어져 있다. 또 서방 선진국 외에도 멕시코와 남미의 여러 국가들에서도 합법적 탐정과 사설 정보기관들이 성업 중이다. 
    

아시아권 국가들에서는 일본,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 극소수를 제외하면 탐정업이 합법인 나라가 많지 않다. 일본은 명탐정 코난을 포함한 여러 만화나 소설들에 탐정이 자주 오르내린 바 있지만 의외로 관련 법('探偵業の業務の適正化に関する法律'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법제화가 된 2007년 6월까지는 탐정이 비합법적 직업이었다. 홍콩과 마카오는 공히 중국에 귀속돼 있지만 중국과 달리 탐정업이 합법적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홍콩과 마카오가 각기 영국과 포르투갈 식민지여서 유럽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처럼 체포 등의 특수권한은 인정되진 않았지만 한국도 탐정이 합법화됨으로써 대한민국 국적의 남녀라면 누구든지 교육을 이수한 후 검정시험을 거쳐 '탐정사'자격만 획득하면 탐정사라는 이름으로 탐정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됐다. 즉 신용정보법상 금지조항의 적용이 신용정보회사로 한정됨에 따라 신용정보회사만 아니면 개인은 모두 가능하게 됨으로써 이제 탐정은 국가가 공인한 직업의 하나가 된 것이다.  
    

탐정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우선, 탐정 업무에는 픽션과 달리 대부분의 국가에서 탐정들에게 사법적 권한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형사법에 근거해서 범죄자를 잡거나 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만일 경찰이 의뢰하는 특수한 경우에라도 범죄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들을 사법기관에 제출하여 기소되게 만드는 역할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간혹 형사사건에 관련해서 탐정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탐정에게 형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경찰이나 민간인 의뢰인이 직접 사건수사를 부탁하는 게 아니다. 증거확보가 안 돼서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지 못할 경우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증거자료 수집 등에 한해서 수사를 시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된다. 탐정업 종사자들은 민간인 의뢰자는 물론이고 경찰로부터도 의뢰를 받아서 각종 정보 및 첩보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  
    

'자칼의 날' 저자인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소설에 나와 있는 '어벤저'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을 벌이는 탐정의 모습이 그려져 있듯이 경찰자문역으로서 범죄 관련 정보 및 첩보 수집, 실종자 탐문 수색을 하게 된다. 때로, 민간인 의뢰인에게 어떤 자료로 어떻게 신고를 하면 경찰에 사건으로 입건이 되는지 조언해주는 법무사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간혹 민간 탐정으로 범죄 수사를 한 탐정도 없지는 않지만 그건 아주 극히 드문 예외다.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탐정에게 주어진 권한은 일반인과 거의 다를 게 없다. 즉, 탐정의 영역은 주로 사람 찾기, 보험사기, 해외정보유출 범죄 관련 정보 수집, 민사 및 가사 등에 국한돼 있는 것과 대동소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리와 달리 일본엔 암흑세계 전문 탐정이란 것이 있다. 그들은 조폭, 야쿠자, 마피아랑 연결되어서 그들의 정보를 빼낸다. 물론 이건 바람직한 게 아니다. 
    

탐정업은 지역적으로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의 활동도 가능하다. 기술유출 등의 산업스파이 색출, 해외로 도피한 범죄인 관련 정보수집, 해외에서의 외국인 관련 각종 범죄 정보 수집 일을 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이처럼 국내외 탐정시장은 대단히 넓어서 개척할 소지가 너무 많다. 
    

탐정은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고 범죄의 예방 및 발본색원에 일조할 수 있는 사회의 파수꾼이기도 하다. 그 기능과 지향하는 바가 경찰에 준하는 것이어서 이에 종사하는 분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다만,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는 만큼 그 신분에 상응하는 자세를 갖출 필요도 있다. 우리도 미국의 민간조사관 제도를 그대로 복사해온 일본처럼 초기엔 탐정 활동을 하다 위험한 상황에 빠져도 최소한의 정당방위권 정도밖에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니 일의 정도와 성격을 현명하게 분별해서 수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러 경로로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할 경우도 있고 공무원 같이 주어진 일만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주도적으로 대응할 경우도 있다. 게다가 신변의 위협도 자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무술 연마 등 자기안전과 호신을 위한 물리적 준비를 해 두어야 할 것이다.  
    

모든 직업엔 해당 직업 고유의 윤리가 뒤따르듯이 탐정에도 직업윤리가 있다. 탐정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일종의 준사회 공인으로서,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직업윤리를 잊지 않고 품위 있는 탐정이 되길 희망한다. 범죄를 예방하거나 뿌리 뽑는데 일조하는 공익적 기능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기품 있는 직업인이 되면 좋겠다.  
   

이번에 본 IFI국제탐정협회 회장이신 송영남 박사께서 상재하게 된  '국제탐정사 자격검정시험 예상문제집'은 명탐정, 기품 있는 탐정이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모쪼록 이 저서가 개인의 자기발전 도모는 물론, 공익적 봉사역할과 기본 소양을 쌓는 데에도 양질의 교본이 되고 밀알이 되길 바란다. 

 
2022년 1월 1일 
서상문 
(IFI국제탐정협회 부회장 겸 해외사업개발국장 
臺灣 國立政治大學 역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