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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교분리 국가가 아닌가?

雲靜, 仰天 2021. 10. 23. 08:27

대한민국은 정교분리 국가가 아닌가?

 

윤석열 대선 캠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주호영 의원이 어제 조계종 종단을 찾아가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종단의 승려들을 참가시켜서 불교정책을 만들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협의체란 '불교문화정책 공약'을 만들 회의체를 말한다. "다음달 5일이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데 이후 불교 공약을 논의할 팀을 꾸렸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힌 것이다.

 

이 자리에서 주 의원은 "불교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불교 분야로만 한정하는 것보다 전체 공약집에 담아 국정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묶인 사찰 문제인 '전통사찰 개발규제 완화' 같은 불교계 현안 과제를 1~2개의 큰 항목으로 추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BBS NEWS)

 

https://news.bbsi.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7964 

 

주호영, 조계종에 '불교 공약' 회의체 구성 제안 - BBS NEWS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경선후보 캠프에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주호영 의원이 \'불교문화정책 공약\'을 만들 회의체를 구성하자고 조계종에 공식 제안했습니다.주 의원은 오늘 총무원장

news.bbsi.co.kr

 

주 의원이 조계종을 찾은 데는 국힘당 전체 차원에서 불교계의 지지를 받으려는 취지가 있었을 것이다. 또 자신이 윤석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상, 자신이 불교계와의 소통역할을 해야 한다고 의식한 동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 쯤은 안다. 사실상 그는 국힘당 정치권에선 불교계와의 소통에 창구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정 종교의 문제 혹은 과제들을 국가정책 차원의 대통령 선거의 공약사항으로 만들어서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된다. 이는 종교가 국가에 간섭하고 국가가 종교에 개입하게 되는 경우를 만드는 꼴이 된다. 즉, 정교분리라는 헌법 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는 형평의 원칙에도 반한다. 예컨대 조계종이 한국 전체 불교계를 대표하는 종단도 아니지 않는가? 천태종, 진각종, 법상종, 원불교 뿐만 아니라 여타 수 백개에 이르는 불교종단들이 있다. 이외에도 기독교, 통일교, 천주교, 이슬람교, 천도교, 증산교 같은 비불교 종교단체의 문제와 바람은 또 어찌 할 것인가? 이들의 요구도 일일이 다 집어넣어야 할까? 유림단체는 종교는 아니지만 그들의 요구는 또 어떻게 들어줄 것인가?

 

왜 불교정책을 대선 후보 공약집에 넣으려고 할까?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사찰 문제의 개선 의지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불교정책이라고 포장해선 안 된다. 그 문제가 어째서 불교정책인가? 불교정책의 일부라고는 할 수 있다. 그린벨트해제나 사찰규제 해제문제로 봐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문제는 불교라는 특정종교 차원으로 접근해선 안 되고 자연환경과 도시발전, 혹은 문화재보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째서 정교분리의 원칙을 정치권 스스로 허물려고 하는가? 이 점은 국힘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타 정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의 문제다. 따라서 헌법의 정교분리 조항에 저촉되기 때문에 일부가 불교정책에 연결돼 있긴 해도 불교정책 안에 넣는 건 피해야 한다.

 

정치를 하든, 뭐를 하든 좀 본질을 알고 名과 實에 부합되게 제대로 하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정치권 스스로 정치의 수준을 낮추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인데 이런 식으로 해서 또 다른 정치적 문제나 파장을 남길 소지를 남기는 건 재고돼야 한다. 

 

국힘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떤 당이든 간에 선거의 표만 의식해서 마구잡이로 공약을 내걸어서 책임을 못 지거나 실행이 어려운 일들까지도 약속하는 구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된다. 국민행복, 국태민안 등의 大願을 이루고, 또 정치 자체의 질적 수준을 높힐 수 있도록 사안의 근본과 본질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취하고 기준에서 벗어나면 취하지 않는 절제되고 품격 있는 정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2021. 10. 23. 08:1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