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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논의를 왜 이제 와서 다시 끄집어 내는가?

雲靜, 仰天 2021. 7. 19. 10:19

개헌논의를 왜 이제 와서 다시 끄집어 내는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작년 제헌절과 금년 2월에 이어 어제 제73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또 다시 여야 정치권에 개헌논의를 촉구했다. 여야가 올해 안에 개헌안을 만들어서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나 또는 지방선거 때 개헌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면서 여야가 국회 정개특위를 출범시켜 "서로 손잡고 개헌의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민생문제의 해답은 정치이고, 해답은 개헌에 있다"고도 했다.

 

저의가 너무나도 뻔해서 언급할 필요나 가치조차 없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또는 저의를 눈치 채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단순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제헌절 경축사를 빌어 개헌논의를 촉구하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사진 출처 : Korea TV)

 

박병석 의장은 집권의 유불리로 개헌찬반을 따지는 이해타산 정치를 지양해야 한다고 했는데, 조금 솔직해져야 되겠다. 본인이야말로 집권의 유불리로 이해타산 정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개헌을 자당에 유리하도록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지금까지 이 문제 관해 느슨하게 많은 시간을 보내놓고선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 시점에 개헌문제를 다시 끄집어낸다는 건 문재인 정부의 갖가지 실정을 블랙홀 같이 모든 걸 빨아들일 개헌논의 정국으로 덮고 대선을 치르려는 의도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대선공약을 무시한 것에서부터 외치와 내치에 이르기까지 실정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예를 들기도 쉽지 않다.

 

개헌이 진정 국민들을 위하고,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었다고 판단됐다면 왜 이제 와서 제의하는가? 정권을 잡자마자 바로 제의해서 여야가 공히 유불리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도록 차기 대통령선거 시에 개헌 찬반투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지 못했는가? 이런 중대한 사안도 미리 합의를 보지 못하는 정치력으로 무슨 협치를 거론하는가?

 

헌법 개정만이 능사가 아니다. 말씀하신 대로 지난 세기 군사독재를 막아야 할 시대적 요청에 부합해 1987년에 제정한 법과 제도가 21세기의 지금 시대엔 맞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 보다는 먼저 법과 제도를 운용하는 정치인들이 탐욕과 사심을 버리고 법과 양심에 따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는지를 되돌아 볼 일이다. 민생문제의 해답은 정치인 것은 맞지만, 현재로선 개헌에 있지 않다. 개헌 보다 더 시급한 건 현 상황에서 일자리안정, 양극화 해소, 민생경제 회복 등등 산적한 의제의 해결이다. 이런 문제 보다 개헌논의가 우선돼야 하는지 양심껏 생각해봐야 한다

 

여야가 모두 미필적 고의나 혹은 정치적 타산으로 실기해서 지금은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차선책으로 개헌찬반 국민투표는 차기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2년 후에 실시하든가 아니면 차차기 대선 시에 시행하는 것으로 합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차기 대통령 당선 후 2년 뒤 안을 취하면 해당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을 수 있기 있기 때문에 이 문제도 다각도로 논의해야 하고, 또 대통령 연임제로 할 것인지 혹은 내각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필자의 생각은 전자, 즉 대선 완료 뒤 2년 후에 개헌논의를 시작해서 차차기 대선에 같이 연계해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아무튼 지금의 상황에선 개헌논의가 어차피 늦은 것이니 2~3년 더 뒤로 늦춰서 정국안정화를 도모하는 게 무리한 일정을 밀어부침에 따라 불가피한 정쟁이 줄 국가적, 사회적 손실 보다는 득이 클 것이다.

 

여야가 그렇게 합의를 하게 되면 양당 공히 유불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제의한 동기도 의심받지 않는다.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 예측 가능한 일정으로 정치의 안정감을 선사할 수도 있으며, 불필요한 정쟁도 잠재울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一擧三得이 아닌가?

 

2021. 7. 18. 20. 55

북한산 清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