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해’가 아니고 ‘동해’여야 하는가?
서상문(사단법인 한민족미래재단 이사)
오는 4월 23일부터 닷새간 모나코에서 열리는 제18차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즉 IHO) 총회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세계 도처의 바다명칭이 수록된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차 개정안 논의시 동해 명칭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기 때문에 일제가 지워버린 ‘동해’를 다시 한 번 세계에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다.
우리 정부는 동해 단독표기가 원칙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장기간 일본해로 표기되어온 점을 고려해 우선 ‘동해․ 일본해’ 병기까지는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해에 동해를 병기시킨 뒤에 정부의 주장대로 병행표기가 많아지면 단독표기를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이는 ‘동해’명칭은 타협하거나 양보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국내 여론에 배치된다. 또 ‘일본해․ 동해’ 병행 표기가 많아져도 세계인의 뇌리 속에 각인되고 굳어진 ‘일본해’를 바로잡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애초부터 ‘동해‧일본해 병기’는 동해와 일본해를 대신할 제3의 명칭(‘평화해’나 ‘청해’)를 제시하기보다 못한 하책이었다.
차제에 정부는 ‘동해‧일본해 병기’는 과도기적으로 불가피하게 선택한 전략이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고 동해 단독표기를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첫째, ‘동해’는 광개토대왕릉비(411년)와 삼국사기(1145년) 등의 우리 고문헌에 지속적으로 기재돼 있으며, 동서양 고지도를 비롯한 각종 문헌자료에도 대부분 ‘동해’나 ‘조선해’로 표기돼 있고, 일본도 19세기 말까지 ‘조선해’를 단독으로 표기했거나 ‘조선해’와 ‘일본해’를 병기해왔지 않는가? 또 ‘동해’ 혹은 ‘조선해’임을 증명하는 고지도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둘째, 외교통상부가 그간 IHO회원국을 상대로, 또 시민단체와 해외교민들이 세계를 무대로 동해․일본해 병기 노력을 기울인 덕에 2000년 세계 주요 지도 중 약 3%에 불과하던 병행표기 비율이 30%로 높아졌고, 2005년 이후에는 89%에 이르렀다는 조사결과도 있지 않는가? 유럽대륙 북서쪽 바다가 오랫동안 ‘독일해’로 표기되다가 ‘북해’로 바뀐 전례도 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일본해’가 18세기 말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돼온 것이라는 일본의 주장을 논박하고, 각국 지도에 일본해가 명기된 것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화한 제국주의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동해의 단독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자명한데, 일보 양보하여 병기안 마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판 발간 저지에 모든 외교력을 기울여야 한다.
IHO는 ‘동해’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일본해’는 일제 침략의 산물임을 인정해야 한다. 1929년 국제연맹 체제하의 국제수로회의에서 한반도, 일본, 연해주로 둘러싸인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세계공식해도 초판에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것은 한국이 식민지배하에 있어 반대의사를 개진할 권리가 봉쇄된 상황에서 일본의 일방적 의사만 반영된 탓이다. 이 협약은 한국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므로 원천무효다. IHO가 국제공도를 추구하는 국제기구라면 제국주의시대의 유산을 청산하여 도의를 세우는데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2012년 4월 15일 작성 미발표 글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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