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나의 그림 20

작가의 작업노트

작가의 작업노트 창조적인 것이든, 역사적인 것이든, 아니면 일상적인 것이든, 인간의 모든 행위는 문화적 상징과 언어가 사용된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건 없다. 상징의 맨 앞에 있는 것이 미술이다. 형태가 다른 언어인 미술은 시각의 해체와 재구성, 재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의 종합이다. 나는 그 중에서 특히 재현(representation)의 기능과 의미에 주목하고 그것을 이뤄내는데 재미와 의미를 느낀다. 상식이지만 원래 놀이에서 시작한 게 예술이다. 그 놀이에 충일한 시간을 보냄으로써 찰나지만 세상의 훤훤효효(喧喧囂囂)에서 벗어나 자기를 잊는 무념, 무아 상태에 빠진다. 또한 아시다시피 재현은 어떤 대상이나 생각을 기호로 대치해서 그 대상의 의미를 기호가 표현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엔 단순히 구상..

근년에 그린 그림들

근년에 그린 그림들 한동안 쉬었다가 작년부터 틈틈이 그림을 조금씩 그려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이에 집에는 제법 이곳저곳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캔바스들이 늘어난다. 앞으로도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올 9월 하순에 개인전을 열 생각으로 틈 날 때마다 그리다 보니 벌써 유화가 40점 정도가 된다. 그려오고 있는 게 있으니 계속 그리면 8월 말까지는 대략 50점 쯤 완성될 것이다. 오늘은 우선 지금까지 완성된 작품들 중에 일부지만 몇 작품들을 사진 찍어 올린다. 사진은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기 때문에 화상도가 높지는 않지만 지인들에게 감상하도록 해주고 싶다. 질이 좋은 사진은 6월부터 착수할 전시용 칼라로그 제작시에 찍을 전문가 수준의 사진이 나오면 다시 올리겠다. 2022. 3. 27. 05:25 북한산 淸..

세상과 거리 두기

세상과 거리 두기 며칠간 집에 틀어 박혀서 그림만 그렸다. 지금도 다 잊고 작업만 해오고 있다. 세속을 잊거나 세상과 거리를 두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그림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인생도 비슷하다. 결과 보다는 살아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이 되겠다는 목적 보다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대략 10여점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그제는 작품 1점을 완성했다. 동양화 붓으로 화선지에 그리는 그런 느낌으로 유화로 캔바스에 그린 것이다. 아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주에 심기도 그렇고 해서 일필휘지로 갈겼다가 마지막으로 운무, 사람과 개를 한 마리 그려 넣는 것을 끝으로 붓을 놓았다. 일단 더 이상 손 댈 데가 없다싶어 붓질을 멈춘 것이다. 최후의..

잉어의 생명감과 사군자의 고결함!

잉어의 생명감과 사군자의 고결함! 잉어의 생명감과 사군자의 고결함은 서로 통한다. 사군자의 고결함은 잉어의 생명감을 잉태시키고 잉어의 생명감은 사군자의 바탕이다! 각자 그런 성징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의의가 없는 죽은 생명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생태의 공간이 달라 서로 떨어져 살아도 그 기운은 서로 주고 받는다. 잉어는 자연 속에서 살아서 속기가 묻지 않은 영물이다. 梅蘭菊竹 역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도 홀로 때묻지 않고 고결하다. 무릇 자연 속의 꽃과 나무들은 제각기 때묻지 않고 고결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특별히 내가 둘 다 좋아하는 이유다. 잉어는 내가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재물이 생기는 날이면 늘 새벽녁 꿈에 나타난 영물이었고, 사군자는 學人이 되기 전부터도 자주 그린 畵題였으니까! 어..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간다!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간다!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 가는 것! 철이 들기 전 소싯적부터 내면 깊은 곳에 화석처럼 쌓여 있던 나의 마음인자였다. 상당 부분 타고난 천성이다.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으니 지금도 늘 표층의식에서 맴돌고 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작동돼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지난 4월 중순이다. 붓을 놓은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완성해본 작품이다. 그림 중의 소년은 그 시절의 나 자신이리라. 어딜 가는지는 몰라도 늦가을 어느날 오후, 꿈이 많았던 소년은 석양이 지는 서쪽을 향해 마냥 걷고 있다. 서쪽은 무얼 뜻하는 걸까? 현세에서 실현시키고 싶은 상상의 세계, 이상세계의 극락인 서방정토일 수도 있다. 실제로 당시엔 혼자서 무작정 길을 떠난 그런 날이 적지 않았었다. 벌써 ..

대학 2학년 때의 습작

대학 2학년 때의 습작 대학 2학년 때의 습작을 정말 오랜 만에 볼 수 있게 됐다. 선사한 나의 여러 졸작들 중에 드물게 행방을 알고 있는 것 중의 하나다. 다른 두 작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파도치는 밤바다를 20호에 담은 것과 8호에다 그린 겨울 풍경도 있는데 고등 동기와 6촌 누나네에 선물했다. 아래 유화는 겨울이 막 지나고 초봄인 3월 말경,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안개 속 계곡의 숲속 풍경을 그린 것이다. 약 30년 전 선배에게 선물한 것을 최근 사진으로 찍어 받았다. 그림 가운데 빛 같은 희끗한 자욱은 이사 때에 긁혀 손상된 흠테라고 한다. 산에 오르면 어디에서든 쉽게 눈에 띄는 아침 풍경을 습작으로 그린 것이어서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코멘트는 없다. 내 품을 떠난 것이 사진으로라도 나에게 나타..

25여년 만에 다시 잡은 유화붓

25여년 만에 다시 잡은 유화붓 대학 졸업 후 25년 만에 붓을 잡아봤다. 짬 나는 대로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자 즉각 화구 일체를 장만해오던 날부터 바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 그림은 굳어 버린 손을 풀기 위해 우선 태평양상의 고도 괌의 석양 풍광을 찍은 사진을 보고 모사해 본 것이다. 오랫만에 그리니 예상대로 색감도 옛날처럼 나오지 않고, 스킬도 예전 같지 않다. 계속 그리다 보면 좀 나아지려나? 2012. 5. 5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