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나의 그림 14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간다!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간다!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 가는 것! 철이 들기 전 소싯적부터 내면 깊은 곳에 화석처럼 쌓여 있던 나의 마음인자였다. 상당 부분 타고난 천성이다.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으니 지금도 늘 표층의식에서 맴돌고 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작동돼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지난 4월 중순이다. 붓을 놓은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완성해본 작품이다. 그림 중의 소년은 그 시절의 나 자신이리라. 어딜 가는지는 몰라도 늦가을 어느날 오후, 꿈이 많았던 소년은 석양이 지는 서쪽을 향해 마냥 걷고 있다. 서쪽은 무얼 뜻하는 걸까? 현세에서 실현시키고 싶은 상상의 세계, 이상세계의 극락인 서방정토일 수도 있다. 실제로 당시엔 혼자서 무작정 길을 떠난 그런 날이 적지 않았었다. 벌써 ..

대학 2학년 때의 습작

대학 2학년 때의 습작 대학 2학년 때의 습작을 정말 오랜 만에 볼 수 있게 됐다. 선사한 나의 여러 졸작들 중에 드물게 행방을 알고 있는 것 중의 하나다. 다른 두 작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파도치는 밤바다를 20호에 담은 것과 8호에다 그린 겨울 풍경도 있는데 고등 동기와 6촌 누나네에 선물했다. 아래 유화는 겨울이 막 지나고 초봄인 3월 말경,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안개 속 계곡의 숲속 풍경을 그린 것이다. 약 30년 전 선배에게 선물한 것을 최근 사진으로 찍어 받았다. 그림 가운데 빛 같은 희끗한 자욱은 이사 때에 긁혀 손상된 흠테라고 한다. 산에 오르면 어디에서든 쉽게 눈에 띄는 아침 풍경을 습작으로 그린 것이어서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코멘트는 없다. 내 품을 떠난 것이 사진으로라도 나에게 나타..

25여년 만에 다시 잡은 유화붓

25여년 만에 다시 잡은 유화붓 대학 졸업 후 25년 만에 붓을 잡아봤다. 짬 나는 대로 그림을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자 즉각 화구 일체를 장만해오던 날부터 바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 그림은 굳어 버린 손을 풀기 위해 우선 태평양상의 고도 괌의 석양 풍광을 찍은 사진을 보고 모사해 본 것이다. 오랫만에 그리니 예상대로 색감도 옛날처럼 나오지 않고, 스킬도 예전 같지 않다. 계속 그리다 보면 좀 나아지려나? 2012. 5. 5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