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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의 언어가 "마술"로 보인다고? 더구나 그것이 한국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과제라고?

雲靜, 仰天 2019. 9. 21. 12:09

마오쩌둥의 언어가 "마술"로 보인다고? 더구나 그것이 한국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과제라고?

 

오늘 새벽에 잘 아는 선배가 마오쩌둥의 언어를 논한 아래 중앙일보 박보균 기자의 기사를 보내주길래 읽었다. 그 기사와 함께 내가 선배에게 답글로 보낸 짧은 "독후감"도 같이 올린다. 모택동이해나 중앙일보 박보균 대기자를 이해하는데 참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보내드린다.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우다” 천하 평정한 - 중앙일보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582758


형님, 잘 지내시겠죠?

보내주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박보균 대기자는 중국혁명사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국공투쟁, 마오쩌둥의 중국공산혁명 승리와 공산당의 국가권력 장악의 성공원인에 대해 시대상황과 역사적 조건, 당시 중국이 처한 국제정세, 정치권력의 구조적인 문제는 파악하지 못하고 표피적으로 드러난 마오쩌둥 언어의 현란함에 놀아난 것으로 보이네요. 사실오류도 제법 보이고요.
 
 

박 기자의 문체는 극도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문장이 짧아서 간결한 느낌은 주지만 시종일관 그런 문체이니 박진감은 떨어지는 결함이 있다.


더 중대한 문제는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마오의 언어조탁술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것을 참고로 해서 리더는 자신만의 언어를 생산하고 보유해야 하는 것이 "2019년 한국 정치의 학습 과제다"라고 한 말입니다. 박 기자의 이 말은, 말에 진실은 없고 온갖 거짓과 정치공학만이 날뛰고 있는 한국정치인들에게(그 때문에 가진 주머니를 더 채워보겠다는 다툼으로 인한 혼란과 탐욕에 쩔은 니전투구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도) 그런 말로는 부족하니 권모술수와 선동과 선전에 가득찬 공격성과 과격성을 더 배우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피상적인 마오쩌둥 이해, 책임질 수 없는 이러한 긍정 일변도의 평가와 그리고 한국정치인들에 대한 위 요청이 박보균이라는 기자의 역사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네요.
 

마오쩌둥 어록은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이 가장 먼저 몸에 지니고 다녔던 필수품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일 것이다. 마오는 나중에 이 책의 판매 수입으로 엄청난 돈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마오가 구사한 "언어"는 박보균 대기자가 말하는 만큼 뛰어나고 매력적인 건 아니다.
정치지도자의 말이 금기나 성역화 되면 그 자체로 권력화 되고 정권은 독재로 가고 있다는 증좌다. 현대 중국에서 마오쩌둥 시절 그의 말은 그 어떤 누구도 부정하거나 비판할 수 없는 금기사항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박 기자는 이 사실을 간과한 듯 하다.


이보다 먼저, 즉 이런 글을 쓰기 전에 중국에 공산당과 공산주의자들이 국가권력을 잡은 것에 대한 가치판단과 역사적인 평가가 우선 돼야 되는데, 그것은 내버려둔 채(공산혁명의 성공을 긍정하겠다는 건지?) 모택동이 권력을 잡았다는 그 사실에만, 더군다나 그 수단이 된 언어에만 주목하는 건 역사가라면 쓰지 않는 글이고 취해선 안 될 자세지요. 역시 평소 가끔씩 보아온 얕고 얇은(천박한) 박보균 기자다운 마오에 대한 이해와 역사인식의 소산이네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휴일 잘 보내십시오.

2019. 9. 21. 10:17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