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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한민족의 미래 국가이익

雲靜, 仰天 2012. 4. 4. 23:04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한민족의 미래 국가이익 

 

서상문(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중국이 대북 영향력의 한계를 시인했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하자 “북한은 말을 듣지 않고, 소통도 안 되며,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라고 실토한 것이다. 사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애초부터 제한적이었다. 한중수교가 체결된 1992년 이래 역대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이 이 점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햇볕정책’과 ‘비핵 개방 3000구상’은 북한의 존재를 달리 규정하는 두 시각을 대변한다. 그러나 중국이 가진 대북영향력을 깜냥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어떻게든 이를 활용하려고 한 점은 공통적이다. 전자는 미국의 대북 억제력에 기대기보다 중국이 북한에게 대화에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후자는 북한을 봉쇄, 압박하면 북한이 무너지거나 아니면 두 손 들고 나올 것이라는 전제하에 미국카드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중국이 우리 의도대로 움직여줄 거라는 과도한 자기확신에 근거한다.

 

 

북한과 중국, 중국과 북한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지정학적 관계에 놓여 있다. 그것은 곧 우리민족의 운명과도 깊은 연관관계에 있다. 보통 다수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북중관계가 돈독하지는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 주제는 별도로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할 문제다.
대를 이어 북한정권의 외교 대외실무자 역할을 해온 김계관 부상. 그는 한 때 2000년대 초기 미국의 한국소사이어티에 초청 받아서 미군의 한반도전문가들에게 미국이 중국을 포위한다면 자신의 북한을 이용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한 바 있다.

 

역대 우리정부가 한국전쟁 시의 남북통일 저해, 베이징올림픽 직전 서울에서의 중국유학생 반한시위, 달라이 라마의 한국방문 저지 압력, 탈북자 강제북송 등등에 대해서 주권국가로서 중국에게 해야 할 소리를 하지 못한 배경이다. 국내 중국전문가들 가운데는 비판은커녕 중국입장을 두둔하는 이도 없지 않다. 유령처럼 어른거리는 사대주의의 잔영을 보게 된다.

  

늦게라도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한중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되고 우리가 누차 대북영향력 행사를 요청해도 중국은 한반도분단 현상유지 정책인 ‘3비 3불원’ 중 ‘한반도 비핵화, 남북한 비전쟁, 북한 비붕괴’는 몰라도 한반도가 미국과 밀착하고, 중국과 경쟁관계에 들어가며, 남북한이 민족주의로 뭉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3불원의 틀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이 우리와는 경제에 치중한 반면 북한과는 혈맹관계임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둘째, 중국의 대북영향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중국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신뢰하지도 않고, 말도 듣지 않는다. 김일성 시절부터 전습돼온 뿌리 깊은 중국불신감에다 자국이 필요해서 지원을 하면서도 반드시 북한내 이권을 요구하는 중국의 장삿속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은 미국의 북한전문가들에게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자신들을 앞장세우라는 요청까지 한 바 있다.

 

셋째, 미국에게도 할 말은 하듯이 중국은 철저하게 자국의 국가전략과 안보환경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 등을 지원한 것도 자국의 경제성장 지속에 필요한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다.

  

북한은 대남도발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해도 중국이 북한을 내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양국간의 지정적 숙명을 역이용해왔다. 중국의 권고를 들어주는 척하면서도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대남, 대미 협상용 몸값을 키워왔다. 이 문제해결을 위해 남한은 남한대로 중국에 저자세다. 중국은 남북대치 상황에서 많은 권익을 챙기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꼴”이다.

 

중북은 내심 서로 믿지 않으면서도 필요에 의해 혈맹인 것처럼 지내왔을 뿐이다. 하지만 영원한 혈맹이란 없다. 우리는 중북 사이의 틈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중국에 할 말은 하고, 미래 한민족의 국익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데 범민족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글은 2012년 3월 3일자『경북일보』에「중국의 대북영향력」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