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주요 언론 게재 글 내용

중국의 대 이어도 전략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雲靜, 仰天 2012. 3. 31. 07:01

중국의 대 이어도 전략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서상문(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주 느닷없이 이어도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바 있다. 중국의 의도에 말려든 우리의 무지와 정치권의 정쟁활용 동기가 뒤섞인 결과였다. 중국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이어도에 대해 4단계 전략을 세운 듯하다.

 

1단계는 도상침략(map's aggression)이다. 이는 분쟁의 소지가 있거나 문제가 되고 있는 분쟁지역에 대해 상대국과 외교교섭을 벌이기 전에 먼저 자국지도에 자국령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2단계는 이어도를 국제분쟁지화 한 후 공동관리수역에 넣는 것이다. 3단계는 한중 공동개발이다. 4단계는 공동개발 중 자국영유권을 선전하면서 실제 점유를 시도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 과정을 밟은 사례가 남사군도다. 인도와의 국경분쟁에서도 유사한 전례를 남겼다.

 

 

   

중국은 이어도에 대해 제1단계인 도상침략을 완료했다. 중국이 영해, 대륙붕과 배타적경제수역으로 획정 선포한, 자국 육지영토의 1/3에 상당하는 300만km² 안에 이어도가 들어가 있다. 이어도가 중국 관할해역의 일부라고 한 중국의 발표는 제2단계인 공동관리수역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이어도의 국제분쟁지화를 노리고 우리의 반응을 탐색해본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영유권분쟁 중에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의 71개 부속 섬에 중국명칭을 붙이려는 참에 이어도도 슬쩍 건드려 봤다. 말하자면 한국이 총선을 앞두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여부를 둘러싼 극심한 정파적 분열상을 보이자 이를 호기로 보고 언론플레이를 펼친 셈이다.

  

중국이 노린 것은 쉽사리 흥분하는 한국인을 자극해 반중행위를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외교문제화 한 후 한중 EEZ협상에서 이어도를 공동관리수역에 넣자고 주장하고, 이 목표가 달성되면 다음 수순으로 양국 공동개발을 요구할 수 있다. 마지막엔 공동개발하면서 이어도의 중국영유를 선전해 이를 소유하거나 개발지분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간선으로 경계를 가르는 방법을 택하면 이어도는 한국쪽 EEZ 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어도가 국제분쟁지화돼 국제해양재판소에 중재를 맡길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과거 당사국의 해안선 길이와 바다면적에 비례해 EEZ경계선을 획정한 판례를 따르게 되면 중국에 넘어갈 수도 있다. 국제분쟁지화 되면 우리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얘기다. 조용히 이어도 기지의 실효적 지배상황을 유지하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실상을 모른 채 흥분했고, 이를 이용한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민족감정 호소에 휘말려 중국의 덫에 빠져들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어도문제의 본질이 영유권문제가 아니라 EEZ획정문제라는 사실을 모르는 일반인들이야 중국이 이어도를 영유하려고 한다는 식의 언론보도에 흥분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반중감정도 누적된 상태가 아닌가! 이 점을 알고도 반중감정을 부추기고 이어도를 영유권문제로 유도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이 일을 꼬이게 만들 뻔했다.

   

향후 정치가들은 좌우를 떠나 이어도를 정쟁에 이용하지 말길 바란다. 자중지란을 일으켜 중국에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지렛대 역할을 하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된다. 사적 동기를 배제하고 정파이익을 떠나야 한다. 집권을 위한 선거에 이기려다 한 번 넘어가면 회수가 불가능한 국익을 놓칠 수 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가르침을 망각하면 이어도는 언제든지 제2의 독도가 될 수 있다.

 

이 글이 실린『경북일보』2012년 3월 21일자에는 "중국의 이어도침탈전략"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