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공지 및 정보 마당

‘무뎃뽀’의 어원 바루기

雲靜, 仰天 2019. 6. 8. 12:17

무뎃뽀의 어원 바루기

 

아직까지도 무뎃뽀란 말을 자주 쓰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우리말에 그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이 말은 누가 봐도 일본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말 한글사전에는 일의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는 신중함이 없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뜻풀이 해놓고 국어순화 대상으로 지정해서 막무가내’, ‘무모로 순화할 것을 권하고 있다.

 

무뎃뽀는 일본 한자어 無鐵砲의 일본식 발음이다. 일본어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한자(일본어는 한자를 빼면 언어생활이 불가능함)로 구성돼 있는데, 無鐵砲는 히라가나로 むてっぽう라고 쓴다.

 

그런데 인터넷상에는 근거 없이 무뎃뽀라는 말의 일본어 어원을 소개하는 어떤 이가 자신의 상상을 보태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서 설명한 경우가 많다. 가령 무뎃뽀가 無鐵砲라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소개해놓은 것도 그 중 한 가지다.

 

“‘무철포는 아무데나 마구 쏘아 대는 대포로서, 앞뒤 생각 없이 무턱대고 어떤 일을 하거나 분별없고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속된 표현으로 방향과 시기를 정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마구 쏘아 대는 발포 행위에 비유한 말입니다. 또한 전쟁터에 나가는데 총도 없이 무턱대고 뛰어나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이 무철포처럼 좌충우돌식으로 어떤 일에 마구 덤벼들거나, 예의도 없이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막된 행동을 가리킬 때 무뎃뽀로 덤빈다고 합니다. 이렇듯 무뎃뽀는 무모하고 막되고 무작정인 행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뜻과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쓰입니다. 

 

이는 완전히 '무모한', '무턱대고' 등등의 뜻을 지닌 일본어 무뎃뽀의 의미에다 쓸데없이 발휘된 상상력이 결합되거나 카더라 방송’과의 결합이다.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아무데나 마구 쏘아 대는 대포가 있을 수 있고, 또 전쟁에서 맹목적으로 마구 쏘아 대는 발포 행위가 가능한 일인가? 물론 간혹 "또라이" 같은 장수가 무턱대고 대포를 쏘게 한 이도 없지는 않다. 지난 세기 중국 현대사에 등장한 張宗昌(1882~1932)이라는 무학의 무식한 군벌이 그런 인물이다. 그는 일이 여의치 않거나 기분이 나쁠 때에 비가 내리거나 하면 허공에 대놓고 대포를 마구 쏘게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처럼 대포를 함부로 쏴대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아마도 위 소개자는 無鐵砲라는 한자를 보고 과도하게 상상했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을 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직격하면, 이 설명은 무책임하게 상상력을 동원해 왜곡해놓은 엉터리다. 한 마디로 잘라 말해서 '무뎃뽀'라는 말은 대포와도 상관이 없고, 전쟁과도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이다. 無鐵咆라는 한자는 대포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걸 대포나 철대포라고 이처럼 오해한 사람은 일본어 조어의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무뎃뽀'라는 말은 철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無鐵砲는 일본인들이 단지 소리나 뜻을 취해서 만든 取音字(=借字와 동의어임)일뿐이다. 취음자를 문어로는 아떼지(あてじ, あて, , )라고 한다. 無点法 혹은 無手法이 변화한 取音字. 無点法無手法은 모두 일본어 표기의 관습인데, 각기 일본어 발음으로는 무덴뽀’, ‘무뎃뽀로 읽는다. 즉 이 발음과 비슷한 음을 지닌 한자로 無鐵砲가 대용된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부연하면 이렇게 된다. 일본어 取音字란 구어로서 한자 본래의 뜻과는 관계없이 이나 을 빌어서 쓰는 한자나 그러한 용법을 뜻한다. 예컨대 아시아의 일본어 표기인 アジア’(아지아)를 한자의 음에 맞춰 亜細亜로 표기한다거나 또는 일본어에서 속어로 함부로’, ‘멋대로’, ‘무턱대고’, ‘ 되는대로’, ‘마구’, ‘마구잡이로 하는 모양이나 몹시라는 의미를 지닌 やたら’(야타라)를 한자의 훈을 빌어 야로 발음되는 와 타라로 발음되는 자를 붙여서 矢鱈로 표기해서 사용하는 식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화살을 뜻하는 와 물고기 대구를 가리키는 가 조어된 矢鱈는 화살과도, 대구와도 전혀 상관이 없는 취음자일 뿐이다.

 

無点法이란 한자의 (가에리 뗀, 일본어에서 한문을 훈독할 때 한자 왼쪽에 붙여 아래에서 위로 올려 읽는 차례를 매기는 기호(, ··, ··, ··, ··)仮名(오꾸리가나, 한자로 된 말을 분명히 읽기 위하여 한자 뒤에 쓰는 일본글자, 예를 들어 べるべる에서 등등, 또는 한문을 훈독하기 위해 한자의 오른쪽 아래에 달아 놓는 일본글자=てがな, そえがな라고 함)가 붙어 있지 않아서 그 글자가 무슨 뜻인지, 어떻게 읽는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것과 같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뜻한다.

 

無手法이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로서 특별한 기예나 장기가 없는 것”, “아무런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 말에서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전화되었다.

 

다시 반복해서 요점만 간추리면 무뎃뽀(無鐵咆)라는 말은 일본어 표기에서 흔히 어려운 단어나, 특히 한자 뒤나 밑 부분에다 일본글자(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붙여서 음이나 뜻을 이해하기 좋도록 하는 게 통상적인 표기상의 특징인데, 이 일본글자를 써놓지 않아서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뜻이 더 확장돼서 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다.

 

이제 무뎃뽀의 어원을 제대로 알게 됐는가? 알게 됐으면 남은 건 실천이다. ‘무뎃뽀대신 막무가내’, ‘무모하게’, ‘앞뒤 분별없이등과 같이 바꿔 쓸 일이다. 그런 사람을 가리킬 때는 마구잡이’, ‘저돌적인 자’, ‘무계획자’, ‘무모한 자’, 대책 없는 자등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무뎃뽀무뎃뽀로 왜곡해선 안 된다. 하나를 알아도 제대로 알자 

 

2019. 6. 8. 08:41

臺灣 臺北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