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近平 執權期 韓中關係의 危機와 機會
徐相文(慶熙大學校 國際地域硏究院 客員硏究員)
목차
Ⅰ. 머리말
Ⅱ. 문제의 촉발 : 사드(THAAD)의 한국배치
Ⅲ. 해빙의 징후 : 중국 지도부의 동향 변화
Ⅳ. 한중 양국의 위기관리 방식 비교와 전망
Ⅴ. 문제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언
Ⅰ. 머리말
한중 수교 이래 약간의 갈등 이외에 오랫동안 순항해오던 한중관계가 갑자기 작년 7월부터 암초를 만났다. 암초는 박근혜 정권과 미국이 어느 날 느닷없이 이른바 ‘사드’(THAAD)라고 불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이하 ‘사드’로 칭함)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소식이 한국정부의 발표를 통해 2016년 7월 초순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가 격하게 반응함과 동시에 각종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한중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그 뒤 사드문제의 미해결과 그로 인한 갈등관계는 지금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2017년 11월에 들어오면서부터 겨우 한중 양국의 갈등이 완화되는 해빙기로 접어든 듯한 모양새다. 양국 입장이 상호 용인, 절충되면서 특히 12월에 들어서는 중국정부가 자국민의 한국관광을 금지한 빗장을 열었다. 현재 양국이 새롭게 모색 중인 갈등해소와 두 나라 관계의 증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찰함과 동시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Ⅱ. 문제의 촉발 : 사드(THAAD)의 한국배치
한국에 사드문제가 최초로 언급된 것은 2014년 6월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M. Scaparrotti)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국방포럼 조찬 강연에서 “사드, 한국 전개 요청했다”고 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6개월도 더 지난 이듬해 2015년 2월 4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한중 국방 장관회담서 사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 중국 지도부의 최초 반응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초기 한 동안 사드문제에 대해 관련이 없다는 대응을 보였다. 예컨대 3월 9일 한국 국방부에서 “사드 구매 계획이 없다”고 하면서 “독자 방어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언론에 발표한 데에 이어 3월 11일에는 청와대도 사드와 관련해 ‘요청한 적도, 협의한 적도, 결정한 적도 없다’는 이른바 ‘3No’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한 달 남짓 후인 4월 17일 미군 태평양 사령관이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반도에 사드포대 배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 뒤 5월 21일 한국 국방부가 “미국이 요청하면 사드 배치를 협의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중국 측의 반응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5월 31일, 쑨젠궈(孫建國) 중국군 부총참모장이 한민구 한국 국방부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중국 측의 두 번째 반응이었다.
한국 측에서 최고 지도자 수준에서 첫 공식 발언이 나온 것은 이듬해 2016년 1월 13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신년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국익에 따라 사드 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 선언은 그가 미국 방문에서 돌아온 직후에 있은 발언이어서 누구든지 간에 워싱턴과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뒤이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즉각 2월 7일,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를 공식적으로 협의하기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측 대응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였다. 2월 11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독일 뮌헨의 안보회의에 참석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리고 그가 귀국한 뒤인 2월 15일 중국 외교부 수준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연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공표했다. 당시 중국의 입장은 미국이 사드를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드의 X-밴드(band) 레이더의 감시 범위가 한반도 방위의 범위를 크게 넘어 아시아 대륙 한 복판으로 깊이 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이는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2월 16일, 왕이 외교부장은 북한 핵문제로 한국의 불안감을 가중시킨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동정이 가지만 사드의 한국 배치는 미국의 “유방을 노리는 항우의 칼춤”이라고 비유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 “이란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동유럽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배치하면서 사실상 러시아를 겨냥한 것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은 이로 인해 북대서양기구(NATO)와 러시아 그리고 동유럽 사이에 얼마나 큰 위기를 겪었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략 2월 하순에 들어가면서부터 한국 측과 미국 측은 중국 측의 우려에 개의치 않고 공동실무단을 구성하고 운영에 대해 협의를 진행시키기 시작했고, 3월 4일에 사드 배치 논의를 위한 ‘한미공동실무단 약정’을 체결하고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중국은 3월 11일 왕이 외교부장의 러시아 방문으로 러시아와 공동 대응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공동으로 전략적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며,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할 것이라고 의견을 같이 한다고 했다. 중국이 한국에 전한 입장은 모든 국가는 자국의 안보를 모색할 때 타국의 안보이익 및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고려해 하고, 현재 한반도 정세는 고도로 복잡하고 민감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신중히 처리하고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중국 측에서도 국가 최고지도자 수준에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3월 3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한미 측은 7월 8일 경북 성주 성산리를 사드 배치 부지로 해서 사드의 한국배치를 결정했다고 선포했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중국 주재 미국대사와 한국대사를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했다. 한국과 미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는 한국과 주한 미군에 대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사드의 한국배치는 분명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하면서 미국은 말로는 북한 핵보유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핵개발은 미국에 나쁜 것이 아니며, 미국은 이를 빌미로 동북아 지역에 더욱 깊이 개입할 명분을 얻었고, 이로 인해 북한 핵이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사드의 한국배치라는 목적으로 달성했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은 객관적으로 서로 돕는 관계라는 입장을 내보였다.
7월 21일 환구시보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즉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는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벌어진 가장 극단적인 사건이며, 중국은 반드시 이에 대해 경제적으로 보복을 할 것이라고 하면서 다만 한중 간에 아직도 경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사드 배치 시점인 2017년까지는 시간이 있어 사태를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엄포를 놨다.
7월 26일 중국은 자국 언론 매체인 新華網을 통해 사드가 북한 미사일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효과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한국정부가 깨달아야 하고, 기술적으로 사드는 40~150㎞에서 비행하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설계된 데다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성주군에 배치되기 때문에 20㎞ 정도의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북한의 로켓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8월 29일, 한미공동실무단이 성주 포대를 제외한 제3부지로 성주골프장, 염속봉산, 까치산 등 세 곳에 대해 현장 실사를 실시했다. 중국 일각의 전문가들 사이에는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게 되면 한중 양국 민중들의 친화감이 깨어질 것이며, 쉽게 손상된 유대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9월 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러시아의『로시야 시보드냐』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배치될 미국의 사드는 “나날이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국가적 안위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하게 내린 자위적 방어조치”라면서 “그런 만큼 사드가 제3국을 목표로 할 이유도 없고, 실익도 없으며, 그렇게 할 어떤 의도나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문제의 원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에 있으니 이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부적인 사드 배치론을 밝혔다.
이어서 9월 30일 한국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11월 4일 빈센트 브룩스(Vincent Brooks) 한미연합사령관이 사드는 8∼10개월 내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측은 이르면 다음해 상반기에도 사드가 배치될 수도 있다고 보고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것은 지역의 전략적 불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중국을 포함한 이 지역 국가들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과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수차례 표명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11월 16일, 국방부가 롯데와 남양주 군용지인 성주골프장을 맞교환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해가 바뀌어 2017년 2월 28일 국방부와 롯데가 사드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3월 1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전화 통화로 사드의 ‘조속한 작전운용’을 합의했다. 실제로 즉각 한미 양측의 이 합의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3월 6일 미군 C-17수송기에 사드 발사대 2기를 실어 烏山의 미국기지로 들여왔다.
중국 측의 대응이 경제보복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은 3월에 들어와서 중국정부가 자국민의 단체 방한(訪韓) 관광을 중지시킨 것이다. 동시에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각종 법적 제한을 가해 영업을 제한한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한국기업이 입게 된 경제적 손실에 대해선 뒤에서 다시 거론하겠다.
3월 17일, 방한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사드 보복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 측의 대응이 약 3주 뒤인 4월 10일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입에서 나왔는데,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약 한 달 뒤인 4월 19일 한미일 국방당국 3자 안보회의(DTT)에서 “사드 배치는 북핵 방어조치이며, 중국정부에게 보복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4월 20일, 한미 양측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사드 부지공여 절차를 완료함에 따라 4월 26일 주한미군이 성주골프장에다 사드 발사대 2기와 일부 장비를 반입시켰다.
중국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4월 26일, 중국외교부는 대변인 겅솽(耿爽)의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게 사드배치를 취소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고, 이날 거행된 러시아와의 반미사일 군사회담에서 중앙군위원회 연합참모부 작전국 부국장 차이쥔(蔡軍) 소장이 사드의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가 구축하려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MD망에 대한 전략적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4월 27일 오후에도 중국국방부는 대변인 명의로 한국 측이 정식으로 개시한 사드의 배치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군은 實戰化針對性演練 및 新武器作戰檢驗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7월 28일, 북한이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7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측과 사드 잔여 발사대 임시배치 협의를 지시했다. 9월 4일, 한국정부의 환경부가 사드기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를 결정했다. 3일 뒤, 한국 국방부에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임시로 배치시켰다. 두 달이 지난 9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관계 복원은 우리 입장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9월 29일,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양국의 관계개선은 고위급 신뢰회복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대응했다.
Ⅲ. 해빙의 징후 : 한중 양국 지도부의 동향변화
사드의 한국배치로 인한 한중 양국간의 갈등 봉합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대략 불과 얼마 전인 금년 10월 중순 이후부터였다. 경색된 한중 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는 듯한 신호들은 아래와 같은 일들을 들 수 있다.
첫째, 지난 10월 13일 만기가 도래한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여부를 두고 한중 양국 정부 가 협상을 벌인 결과 통화스와프 만기의 연장합의가 이뤄진 점, 중공 당 대회(10월 18~24일) 폐막일인 10월 2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이 사드 배치 이후 처음으로 국방장관 회담을 연 점, 같은 날 베이징에서 열린 주중 한국대사관의 개천절 기념행사에 사드 갈등 이후 처음으로 천샤오둥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 사실들이다. 이러한 일들은 중공 최고 수뇌부의 결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으로서 대략 중공 전국대표대회 전부터 입장을 변경해 한국과의 관계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사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당 대회 직전부터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국정부도 중국공산당 제19대 전후 시기에 들어와서는 사드 문제를 더 이상 길게 끌고 갈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중국이 제19차 중공 당 대회로 권력 기반을 공고히 다지고 시진핑 집권 2기를 열어젖히면서 시 주석이 국내정치 상황 정비를 마치고 극도로 악화된 대외환경을 개선하는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 대외 정책을 재조정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대외환경 변화 노력에 착수할 경우 그 첫 번째 대상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었다. 이로써 사드 배치 이후 사실상 단절 상태가 지속된 한중관계에 변화가 나타나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둘째, 한국 측에서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과 한중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10월 19일 연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90%까지 왔다”고 밝힌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으로 미뤄볼 수 있듯이 한중 양국은 외교부를 통해 사전 조율을 개시했다. 이어서 중공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의 개막에 맞춰 10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시진핑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자”는 제의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서둘러 대중국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이제야 이 제의를 한 이유는 정권 출범 당시 전정권에게서 물려받은 한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었던 데다 중공 당 대회를 앞둔 중국지도부의 대외 메시지가 강경한 상황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중 양국 간에 논의한 결과 연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고, 12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잡혀 있다.
문 대통령의 이 제의는 지난 10월 10일 부임한 신임 중국 주재 한국대사 노영민의 신임장 제정 과정에서도 중국지도부에 전해졌고, 시진핑 주석도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대사 신임장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노영민 대사는 시 주석에게 “조만간 있을 국빈 방중이 보다 성숙한 한중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과 시 주석에 대한 각별한 안부를 전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신임장 접수 후 노영민 대사에게 “한중 관계가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문 대통령 방중 기간 중 있을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 발전 문제를 비롯한 양국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많은 공동 인식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셋째, 10월 2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관계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의사를 표하자 그 다음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 조만간 사드와 관련해 좋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고, 중국 외교부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나 조속한 한중관계 안정과 건강한 궤도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이전에 쌍방은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즉 강경화 장관이 10월 27일에 사드문제는 이미 봉인됐다고 밝힌 것에 대해 중국 측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시에도 문제로 거론될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의 王毅 외교부장은 여러 번에 걸쳐 한국측이 “말에 신의가 있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言必信, 行必果)는 말로 사드문제의 처리를 압박했다. 중국은 정상회담 연내 개최를 전제로 사드 배치에 대한 자국민의 불만을 달랜다는 명분으로 한국정부에게 ‘사드 배치 과정에서 중국이 우려한 부분을 이해한다’는 수준으로 일종의 유감을 표명해주기를 요구했지만, 한국 측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 측은 한국정부가 요청한 사드 보복에 대한 철회 및 유감 표명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일방적인 유감 표명은 호혜평등의 외교 원칙에 맞지 않고, 방어무기를 배치하는 주권적 행위에 유감을 표시하는 것은 자칫 외교적으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선 한국의 대응은 정당하다.
넷째, 10월 31일, 한중 양국에서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의 협의결과를 동시에 발표했다. 내용은 사드의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기존 사드가 미국의 MD체계에 연계하지 않고, 한국이 한미일 3국의 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不’방침이다.
다섯째, 2017년 3월부터 중단된 중국의 방한 단체관광객 모집이 10월 24일부터 재개돼 10월 26일, 중국에서 한국 단체관광 상품 7개월 만에 등장한 결과 그 첫 번째로 ‘요우커’(遊客) 32명이 ‘금한령’(중국정부의 중국인 한국 관광금지) 해제 후 처음으로 약 9개월 만에 지난 12월 2일 서울을 찾았다. 중국 정부가 3월 15일부로 한국 단체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한 이후 262일 만이다.
곧 다가올 한중 정상회담에서 과연 사드 문제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사뭇 귀추가 주목된다. 사드문제는 봉인되고 넘어가더라도 향후 한중관계는 낙관할 수 없는 요소가 적지 않다. 우선 구조적으로 한국은 한미동맹의 한 축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공조와 협력에서 이익이 배치될 수 있는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 북핵문제 공조를 명분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행보를 걸어온 한국에게 시 주석이 어디만큼 포용적으로 응대해줄 것인가가 관건일 수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50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밝힌 만큼 외교와 군사 분야에서 적극적 목소리를 낼 것임은 분명하다.
이는 지난 10월 18일 있었던 중공 당 대표대회의 업무보고에서 시 주석이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서 알 수 있다. 강력한 자국이익 중심적인 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그가 같은 보고에서 ‘친선혜용’(親善惠容·친밀, 선린, 혜택, 포용)과 신형국제관계, 인류 운명공동체를 강조한 것은 중국식 일방주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감을 불식시키려는 의도에서 행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대한 중국을 표방한 시진핑 정권과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경쟁이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심화할 것으로 보여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가 깊어질 것임은 필지의 사실이다.
Ⅳ. 한중 양국의 위기관리 비교와 전망
이번 사드문제는 중국정부에게 어떻게 인식됐을까? 정상적인 교류를 해오는 국가 간에 일어나는 의사의 불일치 혹은 긴장으로 인식했는지 아니면 그 정도를 넘어서 양국 관계가 외교관계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기로 인식됐는지 가늠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위기(crisis)는 위협(threat), 불확실성(uncertainty), 긴급성(urgency)을 주요 요소로 하고, 특정 체계의 일반적인 발전과정에서 드러나는 혼란스러운 단계를 의미한다. 본고에서는 위기관리를 위기의 예방, 처치, 재건을 위한 관리로 정의한다. 위기의 예방, 처치, 재건을 위한 위기관리는 거버넌스에 대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정부기관 또는 거버넌스를 발휘하는 조직의 정치적, 행정적 활동뿐만 아니라 이들이 공표하고 실행하는 공공정책들의 대응력 정도를 의미한다.
중국지도부의 한반도에 대한 위기관리는 지금까지 대체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대략 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① 위기발생의 예방 조치, ② 남북한 간의 충돌 자제 유도, ③ 사후 화해 중재노력이 그것이다. 중국은 이 관점에서 위기의 정도를 치명적 위기, 중대한 위기, 엄중한 위기, 일반 위기 등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해오고 있다.
위기관리라는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보면, 이번에는 위기발생의 예방 조치가 불가능한 경우로서 상기 세 번째의 “사후 화해 중재노력”이 북한을 사이에 둔 중재가 아니라 직접적인 당사자가 된 경우다. 이번 사드배치문제는 양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외교관계가 더욱 악화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던져준 사건이었기 때문에 ‘위기’의 요소가 내재돼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실제로 양국 정부가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봐선 중국정부에게나 한국정부에게나 모두 양국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통상적인 사건이 아닌 위기로 규정할 수가 있다. 한국의 전임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에게 전혀 의사를 묻지 않고 갑자기 준비 없이 창졸간에 사드의 한국도입을 결정했다. 그래서 사드무기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발표는 한국민들에게도 갑작스런 일이었다. 따라서 위기관리라는 관점에서 한중 양국 정부의 기본입장과 대응방식을 비교해보면, 몇 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먼저 사드 배치 문제의 발생 원인에 대한 인식 면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2015년 5월 21일 한국 국방부가 “미국이 요청하면 사드 배치를 협의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행위는 주권을 가진 자주국가의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적당한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왜 자국의 안보문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가? 아무리 한국과 미국이 군사동맹국이라고 하지만 이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처럼 미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함으로써 중국의 의심을 받을 게 아니라 한국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중국에 이해를 구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었어야 했다. 사드의 한국배치는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본 반면, 중국정부로서는 국가안보의 이익을 침해하는 위협으로 주장해왔다. 북한이 아니라 제3국, 즉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사게 된 배경이었다.
둘째, 외교적 혹은 군사전략적 목적을 달성했는가,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한 수단과 방법 면을 살펴보면, 경제보복조치와 정상회담 개최를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한 점이 두드러진다. 금년 3월 롯데 그룹이 사드문제로 중국정부로부터 받은 손실은 상당하다. 롯데는 롯데마트에 자금을 긴급 투입한 것만 해도 인민폐로 21억이나 됐고, 이마트는 5월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선언했다. 현대자동차 중국공장은 판매량은 금년 2분기에 64%나 줄어들었다. 동시에 한중 양국 간의 무역과 투자도 눈에 띄게 위축됐다.
한국의 관세청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중국수출입은 작년 7월에 비해 대중국 수출품 중 자동차 부품은 58%나 줄어들었다. 롯데면세점 내부 추산에 따르면, 사드배치 이후 지난 4~6월은 목표 매출에 약 40%가 부족했다. 조금씩 매출이 올랐지만 12월 현재 아직도 목표 매출의 약 20%가 부족하다고 한다. 매출의 70~80%가 중국 관광객이었기 때문에 타격이 컸다고 한다.
이러한 보복조치가 한국의 국내 기업과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것의 직접적인 결과인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지만, 2016년 7월말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4%가 감소한 871.8억 달러,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한 522.9억 달러로 저조했다. 동년 8월말과 9월말에도 감소폭이 비슷하게 떨어졌다.
총체적으로 미국 상원외교위원회 코리 가드너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소위원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에 120억 달러의 피해를 준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나중에는 중국이 한국정부에게 중국시장을 가지고 사드문제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주도록 압력을 넣었다. 즉 만약 사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은 중국이라는 중요한 무역동반자를 잃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러한 압박수단은 일단 외양적으로는 압박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정부는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던 결과 운신의 폭이 좁게 됐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 보복조치는 사드 문제 해결에 일정 부분 압력수단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자동차 화장품 백화점 여행업 등 사드 직격탄을 맞았던 12개사의 주가가 최근 열흘 사이 평균 20% 가까이 오른 사실을 보면 반증된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보복과 나중엔 정상회담을 수단으로 삼아 사드 배치의 철회라는 최초의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어쩌면 이 보다 더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했는지도 모른다. 즉 사드의 추가배치를 막아냈으며, 한국을 미국의 MD체제과 한미일 3자 군사동맹에서 거리를 두게 한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이 미일군사동맹에 가입해 한미일 3국 동맹으로 확대되면 이는 장차 극히 대규모 합동행동이 될 것이고 이것은 필시 중국의 영토와 주권의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중국은 ‘3不’방침에다 한 가지를 제한하는 이른바 ‘1限’을 요구했다. 즉 현재 성주에 배치돼 있는 사드 시스템에 레이더를 중국 쪽으로 겨냥할 수 없도록 차단장벽을 설치해야 할뿐만 아니라 중국이 직접 성주의 사드체계를 직접 조사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한중정상회담의 연내 개최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에 급급한 한국은 중국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준 셈이다.
셋째,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은 중국이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체계에서 떨어져 나오도록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에 대해 중국은 한미동맹이 지금까지 한국의 북진통일을 위한 무력도발을 억제했다는 역사적 기능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하면서도 중국은 한미동맹을 냉전시대의 낡은 것으로서 시대발전에 뒤떨어진 사유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미동맹의 존재에 대해 개의치 않지만 미국이 북한핵문제를 지역의 긴장을 더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이 한미동맹을 강화해서 중국의 안전이익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이 쌍방의 이익을 증장시키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 즉 중국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되고, 제3자에게 제3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오인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데서 잘 드러난다.
넷째,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즈음해 결말 방식에서도 중국은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집요하게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한국을 압박을 가하는 주도적인 입장이었고, 한국은 이의 수락에 급급한 피동적인 위치에 처해 있는 점이 두드러졌다. 중국이 금한령을 풀면서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만 소외시킨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닌가 싶다.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외교적 명분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중국외교의 특징이 이번에도 나타난 셈이다.
중국정부는 11월 22일까지도 王毅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姜京和 외무장관과의 北京 디아위타이(釣魚臺) 國賓館 회담에서 사드 사용 제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 측이 사드의 추가배치, 미국의 MD체제 가입, 한미일 3국의 군사동맹에 참여해 중국의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재차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한국과 미국이 사드를 북한핵문제에만 사용하고, 기술적으로 엄격한 제한을 가해 미국의 MD시스템(全球導彈防禦系統)의 일부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을 이루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한중 양국의 군에서 기술적으로 사드를 한중 양국관계 발전에 후환을 남기지 않도록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받은 한국은 사실상 ‘사드 합의’를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가기로 합의했다”고 함으로써 중국 측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 셈이다. 또한 중국 측은 사드의 추가반입 금지약속에 대해서도 분명히 못을 박을 심산으로 한국측에다 한중관계의 정상화는 더 이상 사드를 들여오지 않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케 만들었다. 한국이 제2차로 사드를 들여올 경우 그것은 중국을 적으로 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다.
다섯째, 출구전략에서 한중의 이해관계가 일치됐다. 어차피 미국과 한미동맹의 구조가 존재하는 한 중국은 사드배치를 철회시키는 게 불가능한 이상 사드의 기술적 조작으로 중국의 명분을 얻고자 한 동기로 보인다. 그러한 일환으로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가 북한의 미사일 방어용의 범위를 넘어 중국내륙을 겨냥한 전진배치용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해소시키는데 주력했다.
한국과 미국은 星州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탐지 거리가 600~800㎞인 종말 모드(TM)이기 때문에 중국과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은밀한 방법으로 탐지 거리 2000㎞의 전진 배치용(FBR)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이 10월 31일 ‘사드 합의’ 이행과 관련해 한국 군 당국에 요구하는 핵심 사안으로 “중국 모르게 미국이 사드 레이더 모드를 현재의 종말 모드에서 (중국 본토를 탐지할 수 있는)전진 모드로 바꿀 수 있다는 의심을 기술적으로 해결해달라”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제기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집권당 핵심 관계자는 “레이더 모드를 변경하려면 소프트웨어 교체를 위해 사드 장비를 미국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이렇게 장비가 대거 이동할 경우 중국의 정보 자산으로 이를 금방 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중국 측에 전달했지만, 중국은 “사드 장비를 미국 본토로 가져가지 않고 간단하게 소프트웨어를 교체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기술적 의문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드 포대 현장 실사를 요구했지만 한국정부는 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Ⅴ. 문제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언
악화 일로로 치달은 한중 관계를 이대로 지속시키는 건 두 나라의 국익만 상쇄시킬 뿐이다. 경제적 손실이 지속되고 있고, 북미 간의 긴장이 고조돼 자칫하면 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한 한국정부로서는 언제까지나 이 상황을 방치해놓을 수 없다.
중국도 얼마 전 시진핑 집권 2기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된 이상 새 출발을 해야 할 상황에서 국내외적으로 과제가 산적해 있어 언제까지나 사드문제에 포박돼 있을 순 없는 실정이다. 시진핑 주석에게는 사실상 ‘1인 체제’로 집권 2기를 공식화했지만 대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 예컨대 성장률을 6%대로 하향 조정한 경제활성화,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와 심각한 취업난, 빈곤퇴치, 중공 당내외로 만연된 부패 근절을 통한 중국사회의 빈부격차, 양극화 해소, ‘전면 샤오캉’(小康 모든 인민이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는 상황)사회의 건설,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국몽(中國夢)’의 실현 등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위해서도 주변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외적으로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 이외에 미국과 이견을 두고 있는 무역불균형, 인도와의 영토분쟁, 일본과의 역사 및 영토 분쟁은 물론, 북한 핵문제 등 북한과도 풀어야 할 과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꼬인 한중관계의 매듭을 푸는 게 양국의 국익에 좋다. 다만 출구전략을 마무리지어야 할 단계에서 몇 가지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게 있다.
첫째, 한반도에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 하루라도 빨리 사드 갈등상황을 종결시키고 북한과 미국 간의 전쟁발발 억제에 전력을 투구해 전쟁발생을 막아야 한다. 현재 워싱턴은 11월 29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쏘아 올린 뒤로 대북 예방전쟁 발동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고, 행정부에 이어 의회까지 나서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내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 발언도 나온 상황이다.
허버트 맥매스터(Hebert McMaster)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 “우리는 전쟁 없이 북한 문제를 푸는 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 한 달 만인 12월 2일, “북한과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을 언급하며 “무력 충돌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이 있지만, 그는 점점 더 (전쟁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이 9월 이후 70여 일간 도발을 하지 않자 청와대에 “북한의 도발 중단 이유를 무엇으로 보느냐”며 물어볼 정도로 북한의 태도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가 무색하게 북한이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신형 ICBM을 쏘자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초강경 대응을 선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요구한 대북 원유 금수 조치가 빈말이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연료가 없으면 미사일을 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100% 원유 금수가 지금 시점에서 적절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엔 ‘유류 30% 차단’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넣는 선에서 중국과 타협했다.
여기에다 윌리엄 페리(William Ferry)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한국과 일본 등이 독립적인 핵전력을 갖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크루즈미사일로 폭격하는 계획을 수립했던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인사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군축협회(ACA)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이나 일본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내에서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던 맥매스터 보좌관의 최근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둘째,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의 근원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 도발하는 북한과 이를 자국의 정치적,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이용하기 위해 묵과 내지 용인한 미국에 있다는 점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확산을 허용한 것은 미국이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제조의 노하우를 파키스탄으로부터 입수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함구하고 있다가 2003년에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해 10월 중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계획을 인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북미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 전부터 미국은 CIA를 통해 국제 ‘핵암시장’에서 암약한 칸과 슬레보스 라는 인물들이 벌인 핵무기 관련 장비들의 대북 밀무역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아시아에서 위기와 긴장을 조성하고,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정치지도자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제 핵암시장에서 북한으로 핵개발 관련 장비와 재료들이 들어가는 것을 일부러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1990년대 중반 제네바 협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도 미국의 책임이 크다. 거두절미하고 현재로선 북핵문제의 해결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데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인정과 함께 핵 동결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고, 북한은 핵무기의 동결과 폐기를 동시에 진행하되 이를 미국을 제외한 유엔상임이사국에서 관리 감독하는 동시 해결 방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봉합이 불가피하다면 사드문제를 양국 최고 지도자 수준에서 분명한 상대의사를 이해한 바탕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상대국의 입장과 자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양국 모두 명분만 고수하거나 실리만 찾으려고 해도 안 되고 한국의 사드 배치는 정당하고, 단지 배치의 절차상 문제에, 중국은 사드 보복에 유감을 나타내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서로의 국익을 위해 접점을 찾아내는 데 한중 외교 당국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 처한 딜레마적인 처지를 십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자국의 안전을 지켜줄 공공질서가 작동되지 않는 국제사회에서 안전을 확보해야 할 1차적 책임은 자기 자신이다.
따라서 어느 나라나 자위를 가장 중요한 국가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가 안전을 위협할 때 믿을 수 있는 건 자기를 지켜낼 수 있는 자위적 군사력밖에 없다. 모든 국가는 상대가 도전이나 도발을 못하도록 미리 사전에 전쟁을 막는 전쟁억지를 안보전략의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 점을 이해하지 않고 중국이 사드로 인해 자국의 전략안보가 훼손한다는 논리를 고수한다면, 한국 국내에 존재하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들이 한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여론을 무마하기 어렵다.
넷째, 지금까지 사드배치문제로 양국이 입은 유무형의 손실을 하루 빨리 원상 복귀되도록 서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뒤 이어 위기가 당사자들 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갈등을 계기로 한중 양국은 사드 갈등 국면이 벌어지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여러 가지 현안들, 예컨대 거의 해마다 일어나는 서해상에서의 어로갈등 문제, 중국 환경오염의 한반도 영향 문제, 향후 중국의 원전이 한반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상호 인식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넓은 시장을 가지고 한국에 대한 제재를 가해 일정 부분적인 성과를 본 중국은 향후에도 경제보복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유사한 일들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사드체계 도입과 관련한 중국의 각종 경제보복 조치를 경험한 바 있는 한국으로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중국시장에 얽매이지 않도록 시장 다면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한국의 지정학·지경학적 취약성을 극복하는 한편, 경제적 레버리지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 이번 사드 관련 보복도 관광 등 상품교역 이외 분야에 치중됐던 것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 대부분이 중국의 수출용 중간재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한국으로선 중국 경제의 ‘이웃 효과’를 계속 활용하며 중국과 공존·공영하기 위해 필요한 장·단기 전략으로서 한국의 이러한 대중국 경제 레버리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가 문제다. 이미 중국도 스마트폰 칩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2025년까지 자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으로 주요 부품과 제품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은 내년쯤엔 미국을 앞설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연구개발(R&D) 지출을 늘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우수 기술 인력을 파격적 대우로 유치하고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가올 정상회담에서 이상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향후 유사한 상황이 재발되더라고 서로의 경제이득을 갉아 먹는 경제보복을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지양하자는 약정이 이뤄질 수는 없을까? 경제보복은 가능한 한 자제하고 외교적으로 풀어나가는 계기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위 논문은 2017년 12월 23일 중국 長春의 吉林大學東北亞硏究院에서 吉林大學東北亞硏究院, 朝鮮韓國硏究所, 慶熙大學國際地域硏究院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원문에는 각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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