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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평화헌법’의 개헌 가능성과 우리의 대비 방향

雲靜, 仰天 2017. 7. 6. 09:50

일본 ‘평화헌법’의 개헌 가능성과 우리의 대비 방향

 

서상문(고려대학교 한국전쟁 아카이브 연구교수)

 

일명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국 헌법은 1947년부터 시행돼 올해로 꼭 70년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개정된 바 없다. 그런데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과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일본국 헌법’ 제2장 ‘전쟁의 포기’ 중 제9조의 개정과 군대 재무장 금지 조항의 개정을 목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대 보유와 전쟁을 할 수 없도록 한 현행 헌법의 족쇄를 풀고, 전쟁이 가능한 국가, 즉 ‘보통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이다. 

 

 

일본국 헌법 제9조를 개정하는 것을 최대의 정책적 목표로 삼고 이를 추진해온 아베 총리

 

일본이 비전쟁, 비무장 중립주의를 국제사회에 선언하고 약속한 일본국 헌법 제2장 제9조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것을 포기”하고(제1항),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기타의 전력은 이것을 가지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제2항). 

 

전쟁과 무력분쟁, 폭력적인 대응이 반복되는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일본국민이 전세계인들과 함께 항구 평화주의의 헌법 원리에 입각해 평화롭게 살 권리(평화적 생존권)의 실현을 지향하고, 헌법 제9조의 내용대로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희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느 나라에서든 진보와 보수가 대립을 하듯이 일본에서도 평화상태 유지와 이 상태를 깨트리려는 세력이 대립해오고 있다. 전자가 다수인 상황이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전쟁포기를 내핵으로 한 평화주의는 정치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과 함께 일본국 헌법의 3대 특징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여타 두 특징도 흔들릴 공산이 대단히 크다.

 

일본의 평화유지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유지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수의 일본국민들이 현행 헌법을 끝까지 지키려고 한 이유는 지난 세기 군대의 전횡과 폭주로 일본이 제국주의적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길로 나아간 결과 겪게 된 원폭의 끔찍한 참상과 패망의 비극을 초래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성찰에 근거를 둔 일본 내 ‘호헌’논리에 힘입어 헌법 제9조가 지켜져 왔다. 하지만 헌법의 개헌은 시간문제일 뿐 머지 않아 극우파의 바람대로 실현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개헌에 대한 일본국민의 여론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 내 최대의 유력일간지인 아사히(朝日)신문은 2013년부터 매년 4월에 한 차례씩 개헌 찬반여부에 대해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해왔는데, 2013년 찬반이 각기 60%와 32%가 나온 뒤로 2015년에 45%와 43%, 2016년에 42%와 42%, 올해는 48%대 33%로 조사됐다.

 

산께이(産經)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헌법 제9조를 유지한 채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자는 아베의 방안에 대해서도 찬성이 55.4%로 반대 36% 보다 높게 조사됐다. 이런 배경에서 개헌이 될 것이라고 보는 논거는 서로 계기적으로 맞물린 세 가지 이유다.

 

첫째, 일본인들 사이에 그간 중시해온 ‘평화주의’ 관념이 변하면서 일본이 국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공헌을 해야 하고, 주변국의 외부 위협에도 대처해야 한다는 안보중시 관념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환경변화다. 아베를 위시한 자민당의 개헌 집념과 노력이 로드맵에 따라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위에서 본 여론조사 결과대로 수년간 호응을 얻은 개헌에 대한 국민여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도 개헌의 물꼬를 틀 첫 단추로서 헌법의 개정 절차 및 공포를 규정한 현행 헌법 제96조의 2개항을 개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평화헌법은 집권당이 바꾸고 싶다고 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필히 헌법이 정하는 까다로운 헌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가 중참 양 의원의 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의사를 발의하고, 국민투표 또는 국회가 정하는 선거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일왕이 국민의 이름으로 즉각 공포하는 것으로 헌법 제96조에 규정돼 있다.

   현재 집권 자민당은 아베 총리가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개헌을 이룰 것이라는 의사를 공표함에 따라 중의원과 참의원 내 개헌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전문기관인 ‘헌법조사회’가 국민여론을 지켜보면서 개헌 준비를 해나가는 가운데 개헌논의를 왕성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자민당이 노리는 것은 자위대 명문화,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의 무상화, 긴급사태조항(대규모 재해시 중의원의 임기 연장), 참의원 선거구 조정 등의 현안들의 개정 혹은 신설이다. 이에 대해 8월초까지 집중 토론을 벌여 가을 쯤 당내 ‘헌법개정추진본부’가 중심이 돼 자민당 차원의 개헌안 초안을 마련하고 연내 자민당의 공식 개헌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헌법 제9조의 기존 조항을 놔둔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제3항을 새로 만들어 추가하자고 주장한 아베의 개헌방안을 둘러싸고 자민당 내에는 현재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즉 헌법 제9조를 그대로 두고 헌법에 대한 해석만 바꿔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참전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 이른바 ‘해석개헌’에서 이번에는 실제로 헌법의 조항을 변경, 수정하려는 ‘명문개헌’으로 진화한 것이다.

   자민당 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방위상을 대표로 한 개헌 강경파는 “전력 불(不)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내용으로 하는 제2항을 수정하자는 2012년 자민당 개헌초안과 최근(6월 9일) 아베가 ‘2012년초안’을 “우리당으로서는 베스트”라고 하면서도 “국회에서 다수를 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냉엄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제9조 개헌 제안이 기존 자민당 초안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012년 자민당의 개헌초안은 헌법 제9조에 ‘국방군’을 보유한다고 명시하면서 제1항의 ‘영구히 포기한다’를 ‘사용하지 않는다’, 제2항을 ‘전항(1항)의 규정은 자위권의 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었다.

   반면, 자민당 내 온건파는 개헌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개헌에 대해 ‘과속’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여타 여당인 공명당(公明黨)과 제1야당인 민진당(民進黨) 등 여야 전체의 정치권에서는 아베의 자위대 개헌안을 각기 다른 이유로 비판하거나 거부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각 당도 개헌에 대한 안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개헌파든, 호헌파든 모두 정치를 잘 모르는 여성들과 젊은 층을 속이는 “국민사기”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헌법 제9조를 삭제하고 바람직한 안전보장이 무엇인지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자는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내는 입헌주의를 지키자는 소리도 있지만, 이 역시 일본 사회 전체의 시대적 흐름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유럽과 동아시아 안보환경이 자민당의 개헌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고, 극우파들과 자민당 내 강경파들이 이에 편승해 미일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개헌 찬성의 정당성을 호도하고 있는데다 개헌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중단 요청에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에서는 보통 통제 가능한 변수(contollable variable)와 통제가 어려운 변수(uncontollable variable)가 있는데,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은 주변국의 통제권 밖에 있다.

   일본 내 미국 국력의 상대적 저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일본의 방위력을 GNP 1.2% 수준까지 방위비를 증액해 일본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자체적인 방위력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순항미사일의 개발 및 배치, 소형 탄도미사일 전력을 보유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과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일본도 순항미사일 개발을 통한 선제타격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개헌의 명분을 강화하고 있다.

 

셋째, 미국은 오히려 일본의 재무장을 요청하고 있는데, 미국의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와 요구 내지 압력이 개헌을 촉진시킬 외압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군사력 증강 일변도의 안전보장론에 빠져 있는 아베와 안팎으로 동기졸탁(同期啐啄)의 관계에 있다.

   개헌은 조어도(센카쿠열도)를 중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미국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한 아베와 일본 극우파들만의 염원과 의지가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고자 아시아 복귀(Asia pivot)를 선언한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맞아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노골적으로 중화주의를 부추기면서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동남아의 관련국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등 대외확장 의도를 내보이고 있는 시진핑 정권의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은 앞으로도 일본의 역할제고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일본 국내 일각에는 미국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아베의 발상을 망상이라고 비판하는 논자도 없지 않다. 안전보장은 군사력과 동의어가 아니고, 군사력을 증강시킨다고 해서 반드시 안보능력이 증강되는 것이 아님에도 아베는 안전보장을 국가의 안전을 군대로 지키는 것이라고 맹신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군사력을 증강하는 만큼 대항하는 상대국의 군사력을 증강시켜 결국 군비경쟁에 돌입하게 돼 안전성은 오히려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상식임에도 말이다.

 

그러면 평화헌법이 개정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평화헌법이 개정되면 비유컨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고, 날고자 하는 여우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 먼저 일본 국내적으로는 현 자위대의 모병제가 징병제로 바뀌고, 헌법이 보장한 인권과 자유권이 축소되는 등 전쟁이 가능한 체제로 가게 된다. 일본사회가 나치 체제와 유사한 구조로 갈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지난 세기 1933년 수상이 된 히틀러가 맨 먼저 한 게 뭔가? 국익은 사익에 우선하며, 게르만민족의 영원불멸성과 국가는 영원해야 한다는 국가주의를 선언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바로 당시 적대적이던 공산당을 음모로 일소시키고 ‘국민과 국가의 방위를 위한 대통령긴급령’을 포고해 나치체제를 상징하는 중요한 법적 기초를 만들어 국가의 폭력과 테러를 합리화했다.

 

이와 유사한 조짐은 이미 3년 전에 아베 정권이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듯이 ‘특정비밀보호법안’의 수정안을 의회에서 무리하게 채택을 강행한데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 국민은 헌법 제13조가 규정한 ‘최고법규’에 의해 기본적인 인권이 보호, 보장 받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의 개헌 초안에는 ‘최고법규’인 ‘기본적 인권의 본질’ 개념이 빠져 있고, 이 특정비밀보호법은 기본적으로 1925년에 만들어진 ‘치안유지법’과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무시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본자위대가 정식으로 국가군대로 명기됨으로써 군비가 증강되면서 비핵3원칙도 뒤집어질 것이다. 실행여부와 별개로 이론적으로는 평화적 활동의 해외 파병과 전쟁개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선제공격 혹은 예방공격을 명분으로 타국에 대한 침략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아베가 과거 “침략의 정의는 없다. 사람마다 그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은 인물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지 않아도 북한 핵무장 상황을 빌미로 무력을 강화해오고 있는 일본인데 전쟁이 가능한 체제가 되면 국제적으로도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격화시키는 등 거센 폭풍을 몰고 올 것임은 분명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국이 주변 4대 강국 간의 안보적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군사적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첫째, 평화헌법 개헌의 저지가 이미 우리의 손 밖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실리 외교를 펴고 자주국방 능력을 갖추는 등 우리 스스로 자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제한을 받고 있는 미사일 사거리 등 우리 군이 필요한 군사력 확충을 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필요한 각종 무기 장비들의 현대화, 육군 위주의 체제에서 해군력과 공군력을 증강시키는 방향으로 개혁해 다가올 미래의 안보환경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군내에 뿌리 깊이 존재하는 비합리성과 관료주의적 행태의 제거, 군의 4대 구조(지휘구조, 병력구조, 부대구조, 전력구조) 개편을 가능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달성하도록 한다. 전력증강, 국방재원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확보, 병영문화의 선진적 개선, 4차 산업에 근거하는 민간기술의 확충은 물론, 그것을 군사기술과 결합하고 국방개혁에 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둘째,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제력 증강에만 국한하지 말고 동아시아 역내 잠재적 위협에도 대처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과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우리는 지난 대통령의 방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고히 하기로 한 한미동맹을 축으로 대북 억제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의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기존의 북핵 위협으로 인한 안보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유럽과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국제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즉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적 안보정책에서 촉발돼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자율성’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군사지상주의의 안보관에서 탈피해 국가총체적 안보관에 입각할 필요가 있다. 안전보장이란 군사력만이 아니라 군사력에다 외교, 정보, 경제관계, 신뢰양성 등 많은 요소들이 더해져야 비로소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군사력 증강만이 안보를 보장, 강화할 것이라라는 맹신에서 벗어나 외교력과 정보력의 증장, 국가 간 경제교류의 심화 및 신뢰 확보 등 많은 분야에서 근본적인 점검과 함께 안보역량을 최대화해야 할 것이다.

 

2017. 7. 6.

雲靜

 

위 글은 이달 중순에 나올 월간 『自由』지 2017년 8월호에 실릴 기고문의 수정 전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