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친구와의 아침대화와 가을소풍(秋逍風)

雲靜, 仰天 2015. 10. 26. 11:39

친구와의 아침대화와 가을소풍(秋逍風)

 
보내준 좋은 글 감사하다. 輓者의 애절한 마음을 대신하여 漁村 沈彦光(1487~1540)의 輓詩를 옮겨본다.
 
落落親朋似曉星
如君澄爽亦凋零
半生面目纔三紀
一夢光陰了百齡
 
秋水冷冷憐氣槩
霜筠挺挺想儀刑
白頭無復逢知己
何處風塵眼更靑
 
雲靜!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한다.
2015. 10. 26 아침
연석 寄
-------------------------------------
친구 연석아~ 보내준 漁村의 輓詩 잘 감상했다. 고맙다. 올곧은 기개가 넘쳐 귀감이 돼온 친구, 서릿발 같이 곧았던 친구, 자신을 알아주는 그 지기가 일찍 타계한 것을 애석해 하는 친구의 마음을 절절이 느끼게 해주는 만사구나. 내 주변에도 먼저 간 아까운 친구와 선후배들이 적지 않아 내 일처럼 느껴진다. 아래에 위 만사의 뜻을 적어봤다.
 
친한 벗들이 샛별처럼 떨어지는구나!
그대처럼 맑은 이도 시들어 떨어지네
반평생 얼굴 마주한 게 겨우 36년
꿈 한 번 꾸고 나니 한평생이 끝났구려.
 
가을 물 차디찬데 기개가 가엾구나
서릿발처럼 곧은 행실이 생각나네
늘그막에 더는 지기를 만날 수 없으니
이 세상 어느 풍진에서 푸르름을 또 대하리요.
 
 

 
이 시를 읽고 퍼뜩 떠오른 졸시 한 수를 적어 보낸다. 근자에 친구들이 부쩍 자주 많이 살았다고들 하면서 나이 먹은 노인네처럼 위축되는 언행을 하길래 이에 대해 읊은 것이네. 우리는 아직 환갑도 되지 않았다. 청년시절은 분명 지났지만, 몸과 마음이 젊다면 아직도 팔팔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장년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는 이 시기가 아닌가 싶네. 물론 건강만 잃지 않았다면 말이야. 나는 다시 태어나도 20대와 30대로는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
 
청정한 가을날 아침일세! 건강하게 일어나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가을 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는 이 자체가 축복 받은 일이고, 굳이 행복을 빌지 않아도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문득 시상이 떠올라 한시 한 수 읊어본다.
 
秋逍風
 

或想否已來過遠
纔僅有轉返回點
日尙懸在未時空
勿促歲而過如水
 
雖生暫何可比蝣
春有逍秋亦有逍
春花凋落無人拾
艶秋葉有人藏乎
 
가을 소풍
 
벌써부터 너무 많이 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라네
해는 아직 갓 지난 하오 두 시의 하늘에 걸려 있으니
세월 재촉치 말고 흘러가는 대로 물처럼 지내시게
 
인생이 짧다하나 아무렴 하루살이에 비할까?
봄소풍이 있으면 가을소풍도 있다네
화려하게 폈다 진 봄꽃잎은 줍는 이가 없지만
곱게 물들어 떨어진 가을단풍은 누군가 갈무리를 하잖는가?
 
2015. 10. 26 아침
출근길 전철 안에서
雲靜
 
 

'왜 사는가?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시 惜別之情(석별지정)  (0) 2015.11.14
한시 蘇州 塘河(소주 당하)  (0) 2015.11.08
JSA의 봄  (0) 2015.09.02
광복 70년  (0) 2015.08.15
야속한 春情  (0) 201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