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의 봄
JSA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단의 최접점 그 잘난 민족의 훈장
“Oh, my God!” 이방인의 탄성이 연발하고
“아, 제기랄!” 수치도 자원인 곳
때 놓친 죽음은 질기게도 오래 사는구나
웬쑤 보다 못한 형제 불과 25미터 앞에서
일촉즉발, 살기등등 엄니에게도 겨눈 총구
부릅뜬 남북 초병의 적개심엔 365일 외마디
아흐, 어머니! 오마니!
악 받힌 오기로 연명하는 남북 국기게양대*
소름 돋는 허세의 영토에 선 자코메티의 현기증
실성한 깃발만 실바람에도 미친 듯이 펄럭인다.
남으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은 숙명이라지만
잘린 허리 155마일은 누굴 원망할까?
이랑마다 빼곡이 들어선 눈물 꽃
싸늘하게 말라버린 증오의 늪 위로
모시옷 걸친 학이 날아가고
색동옷 두루미 살포시 내려앉는다
한껏 부푼 쪽빛 하늘 아래
지천에 붉게 핀 산철쭉이 따가운 북녘병사
빈혈 앓는 시선들이 남녘병사에게 꽂힐 때
아지랑이 아롱아롱 널문리**
JSA의 봄은 꽃이 피지 않는 봄을 기다린다.
2011. 5. 24
판문점 JSA에서
雲靜
* JAS에서 보이는 북한 측 국기게양대 높이는 160미터이고, 남한 측 국기게양대는 높이가 100미터다.
** 1951년 10월 25일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합의로 휴전회담 장소가 개성에서 ‘널문리’로 옮겨왔는데, '널판자로 된 문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이곳을 당시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 측이 ‘널문’을 중국어로 의역해 板門으로 불렀다. 우리가 부르는 ‘板門店’은 중공군들이 만든 이 명칭에서 유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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