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JSA의 봄

雲靜, 仰天 2015. 9. 2. 16:59

            JSA의 봄

                                 

 

JSA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분단의 최접점 그 잘난 민족의 훈장

“Oh, my God!” 이방인의 탄성이 연발하고

, 제기랄!” 수치도 자원인 곳

때 놓친 죽음은 질기게도 오래 사는구나

 

웬쑤 보다 못한 형제 불과 25미터 앞에서

일촉즉발, 살기등등 엄니에게도 겨눈 총구

부릅뜬 남북 초병의 적개심엔 365일 외마디

아흐, 어머니! 오마니!

 

악 받힌 오기로 연명하는 남북 국기게양대*

소름 돋는 허세의 영토에 선 자코메티의 현기증

실성한 깃발만 실바람에도 미친 듯이 펄럭인다.

 

남으로 뻗어 내린 백두대간은 숙명이라지만

잘린 허리 155마일은 누굴 원망할까?

이랑마다 빼곡이 들어선 눈물 꽃

싸늘하게 말라버린 증오의 늪 위로

모시옷 걸친 학이 날아가고

색동옷 두루미 살포시 내려앉는다

 

한껏 부푼 쪽빛 하늘 아래

지천에 붉게 핀 산철쭉이 따가운 북녘병사

빈혈 앓는 시선들이 남녘병사에게 꽂힐 때

아지랑이 아롱아롱 널문리**

JSA의 봄은 꽃이 피지 않는 봄을 기다린다.

 

2011. 5. 24

판문점 JSA에서

雲靜 

 

JAS에서 보이는 북한 측 국기게양대 높이는 160미터이고, 남한 측 국기게양대는 높이가 100미터다.

 

** 1951년 10월 25일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합의로 휴전회담 장소가 개성에서 널문리’로  옮겨왔는데, '널판자로 된 문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이곳을 당시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 측이 ‘널문’을 중국어로 의역해 板門으로 불렀다. 우리가 부르는 ‘板門店’은 중공군들이 만든 이 명칭에서 유래한 것이다.

 

 

정면에 북한 측의 판문각 건물이 보인다.
멀리 인공기가 보인다. 주위에 형성된 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는, 북한이 대남선전용으로 조성한 인공 마을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약산에 핀 진달래 꽃이 그리운 계절, 휴전선에도 흐드러지게 핀다. 155마일이 연분홍 빛으로 녹아내리 듯이 양쪽의 긴장도, 철조망도 걷히면 하루라도 빨리 걷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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