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짧은 글, 긴 생각

개정된 기초질서 수립 관련 법 내용 유감

雲靜, 仰天 2014. 8. 9. 18:08

개정된 기초질서 수립 관련 법 내용 유감

 

2014년 7월 1일부터 실생활에 미치는 중요한 법이 바뀌었습니다. 유념하셔서 봉변을 당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합시다.

○ 음주운전 신호위반 교통사고 사망 시 구속수사와 징역최고 7년형
● 음주운전자 차에 동승 시 범죄를 도운 방조범으로 처벌
○ 타인 멱살만 잡아도 가슴, 몸 밀쳐도 벌금 100만원 이상
● 원인 제공자 벌금 50만원 이상
○ 뺨 때리고 주먹으로 때리면 벌금 200만원 이상
● 원인 제공자 벌금 100만원 이상
○ 뺨 때리고 주먹으로 얼굴 수 차례 강타, 넘어뜨리고 발로 밟고 차면 벌금 300만원 이상
● 원인 제공자 벌금 200만원 이상
○ 폭력으로 타인에게 해를 입히면(상해죄) 벌금 200만원 이상
■ 전치2주 초과 시 주당 벌금100만원씩 가산, 원인제공자 벌금100만원 이상
○ 문자나 대놓고 경미한 협박 시 벌금 50만원 이상
● 보통협박 시 벌금 200만원 이상
■ 중한협박 시 벌금 300만원 이상
□ 때리는 시늉하며 죽인다고 하면 벌금 200만원 이상
○ 남의집 현관문 발로 차고 칼로 찔러 죽인다고 협박하면 벌금300만원 이상

위 법에 대해 이 돌쇠의 소감을 적습니다. 이 법 체제에서는 누가 약 올려도 꾹 참고 각별히 조심할 수 밖에 없어 조심하기는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법이 형평성이 맞지 않는 곳이 눈에 많이 띄네요. 예컨대, 비언어적 원인 제공자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이 상세하지 않다거나 또는 이 법을 악용해 말, 표정, 몸짓으로 상대를 무시, 비하, 모욕을 줘 화나게 만들어 폭력을 유도한 자들에 대해선 처벌하는 강도가 약하다는 겁니다.

 

아마도 이 법을 입법한 국회의원 나으리들이 우리 한국인들의 대인관계, 언어구사법, 나이 따지는 등의 문화의 미세한 매카니즘이나 인간관계나 커뮤니케이션학의 핵심을 몰라 이런 처벌 일변도의 졸속 법을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대화를 나눌 때 의미전달이나 감정이 전부 입에서 발화된 말의 내용만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말의 내용은 대화 중에 오고가는 의미나 감정을 전하거나 결정하는 전체 내용 가운데 반도 차지하지 못합니다. 반 이상,  대략 60프로 이상이 비언어적 요소, 즉 말의 톤, 표정, 제스쳐, 상황과의 관계 등이 인간의 감정을 움직입니다. 특히나 한국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나이의 고하, 예의범절, 다른 말로 하면 타인의 눈과 평가를 많이 의식하고 살아가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서 흔히 눈에 띄는 상황을 하나 가정해봅시다. 두 사람의 운전자 중 나이든 사람이 사소한 실수로 차선을 지키지 못해 앞에 오는 차의 운전수가 순간 당황하게 됐습니다.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사고는 나지 않았습니다. 자, 이럴 경우 실수한 사람이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정중하게 사과하면 됩니다.

 

물론 사과를 받고도 지나친 비난을 퍼붓는 자도 없지 않지요. 또한 사람에 따라 사과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쇤네는 운전을 할 줄 모르지만 종종 사과를 했는데도 상대가 지나치게 욕을 한다거나 해서 일이 커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만약 사과하고 상대가 이를 받아주면 될 일인데, 즉 더 이상 일은 커지지 않고 끝납니다. 근데 상대가 자기 보다 연하거나 여성인 걸 보고 사과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있죠. 그 경우 상대가 따집니다. 왜 사과하지 않느냐는 거죠. 혹은 어떤 사람은 다짜고짜 "야! 눈까리는 엇따 두고 다니나?" 신체에서 그 소중한 눈님이 각재 눈까리가 됩니다. 반말에,  눈까리에, 부주의를 핀잔하는 어투가 지나치다 싶을 때 이 경우 한국인이 보퉁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뭔지 아세요? "야! 너 나이 몇 살 먹었어?(혹은 쳐먹었어?)입니다.

 

 

주고받는 말이 공손하지 못하거나 거칠면 시비의 발단이 된 최초의 문제 보다는 말로 인해 감정이나 자존심, 명예나 자존감이 상해서 싸움이 더 크게 확대되는 일이 잦다.

 

그런데 이런 광경은 한국에서나 자주 목도할 수 있는 것이지 다른 나라들에선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일입니다. 가령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 언어권의 국민들, 예컨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 등등의 국민들 사이엔 최소한 이 일로는 싸움이 확대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언어에는 욕설은 있어도, 약간의 경어는 있어도 반말이란 건 없으니까요.

 

슬라브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는 러시아인들이나 심지어 중국인들도 우리처럼 반말이 원인이 된 것으로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말에도 반말이란 게 없으니깐요. 특히 우리가 "짱꼴라"라고 희화화 하는 중국인들은 일의 결과를 중시하지 우리처럼 동기나 원인을 크게 따지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그들은 어떤 경우든 사고가 나지 않거나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 상대의 실수나 그 동기를 따져봐야 시간 아깝다는 생각, 즉 헛수고라는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외국인들도 인간인 이상 다투고 싸웁니다. 그러나 다툼과 싸움의 발단 및 원인이 우리와 다르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말과 같은 語群에 속해 있는 일본인, 몽골인, 터키인들은 우리와 유사하게 반말과 경어가 있어 싸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욕이 있어도 평소 언어 생활에서 잘 입에 담지 않고 또 상대에게 막말을 하지 않는 문화라서(그건 왜 그런지 그 문화적 이유에 대해선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죠) 이런 일로는 좀처럼 싸움이 확대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 돌쇠를 포함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반말과 어투와 단어 선택이 적절하지 않거나 거칠어 싸움이 확대되는 일이 잦는데, 예컨대 위에 예를 든 운전의 경우 "야, 너 나이 몇 살 먹었어!"라는 말 한 마디에 발끈하는 게 한국사람들이 다투는 다툼의 패턴입니다.

 

이 때부터는 운전실수에 대해 주고받아야 할 말의 내용, 즉 일이 일어난 발단이라는 처음의 본질은 사라지고 이제 나이, 말투, 태도가 문제가 돼 시비와 다툼의 본질이 돼버리는 거죠.

 

따라서 이러한 문화적, 언어적 특성까지 감안하지 못하고 단지 결과로서의 물리적 폭력에만 초점을 맞춘 금번 법률개정 내용은 앞으로 다른 문제들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됩니다. 예컨대 말은 물론, 비언어적 요인들로 문제의 원인 제공자들에 대해선 제대로 처벌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나 또 억울하게 처벌당해 울화통, 홧병 등의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것이고, 불의에 대해 아무도 간여하려 하지 않는 사회정의감도 사라질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잘못을 범한 나이 어린 젊은이들이 속으로 "돈을 물어주면 될 거 아냐!"와 같은 심사로 연장자들에게 공손하게 사과하기는커녕 씰씰 비웃고 비아냥대도 화를 참아야 하는데, 그런 일로 당사자는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나중엔 그런 일이 일반화 되면 울화병이나, 홧병이 됩니다. 홧병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병이라고 인정된 상태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런 비폭력적 원인 제공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처벌할 조항이 있어야 법의 형평성이 담보된다는 겁니다. 악법도 법이니 우선 이 법대로 참고 삽시다. 그러다보면 누군가가 개선시킬 날도 오겠죠. 

 

2014. 7.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