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자 댁 가훈
경주 교동의 최 부자집 아시죠? 사방 수십리 안 사람들을 굶지 않게 한다거나, 주민들에게 절대 고리대사업을 해선 안 된다거나, 흉년이 들 때는 절대 이웃의 땅을 사들이지 말라는 등의 가훈을 정해 실천해온, 정말 귀감이 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입니다.
그 가문에서 자식들을 교육할 때 강조한 가훈 중 육연(六然)이라는 게 있습니다. 즉 ‘6가지를 그래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 자처초연(自處超然) 혼자 있을 때는 초연하라.
- 대인애연(對人靄然) 사람을 대할 때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만나라.
-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는 맑고 고요히 지내라.
-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이 있을 때는 과감하라.
- 득의담연(得意淡然) 뜻을 얻었을 때에는 담담하라.
- 실의태연(失意泰然) 실패했을 때에도 태연하라.
멋지지 않습니까? 이 집안은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과 후학배양을 위한 교육에 거의 전재산을 다 바친 진정한 조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산실입니다. 그렇지만 나중엔 박정희에게 재산을 많이 강제 헌납당한 숨은 아픔도 겪었습니다. 산 증인이 바로 최씨 부자의 마지막 대라고도 할 수 있는 최준 선생입니다. 현재 그 후손들도 영남대 건립시 많은 가산을 정리해 기부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부자네는 형제들이 다 부자랍니다. 주로 울산 태화강 상류인 대곡을 타고 장자는 하삼정에, 둘째는 울산 반구대에 터를 잡았다고 하죠. 셋째는 내남 쪽에 있고, 넷째가 경주교촌 부자입니다. 최부자의 종손은 현재 반구대 보존사업과 정몽주 이후 선비들의 영혼과 화랑들이 즐겨 찾던 고향 심산가경을 찾아 알리는 뜻있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내가 보기에 이런 가훈의 훈도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 뭔가가 달라도 다르지 않나 싶네요.
휴일인 오늘, 일이 없다고요? 그럼 無事澄然해보시죠!
2014. 8
雲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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