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 韓日 전문가 끝장토론이 해법
서상문(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박정희 정부 시절 이동원 외무장관은 일본에 “독도문제는 한국에게 국민감정을 폭발시키는 다이너마이트”라고 했다. 일본은 우익세력의 결집과 선거표를 얻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해마다 ‘다이너마이트’의 뇌관을 건드려 왔다. 올해에도 ‘타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을 앞두고 청소년들에게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가르칠 목적으로 이를 초․중․고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넣기로 결정했다. 일본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이 조치에 찬성한다.
1971년 일본 외교청서에 ‘한국의 타케시마 불법점거’라는 말이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절대다수의 일본인들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케시마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이었다.
교과서에 독도가 언급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6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부터는 모든 일본 청소년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교육받게 된다. 벌써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유하고 있다고 맹신하면서 한국인을 영토침략자로 보는 일본인이 다수가 됐다. 반한을 넘어 혐한정서가 폭증하는 이유다. 심지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처럼 한국인이 일본의 요인을 암살할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돈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일본정부는 수수방관한다. 독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말만 하지 행동은 오히려 관계악화를 조장한다. 거짓교육으로 세뇌시켜 일본인들을 모두 혐한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과거사의 진실을 제대로 가르쳐 양국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 바람은 쉽게 현실화되기 어렵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역대 우리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일본정부가 국가전략 차원의 치밀한 계획 하에 단계적으로 독도탈취를 위한 행보를 지속해온 것에 반해 한국정부는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원칙론만 되뇌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독도를 분쟁지로 만들려는 일본의 술수에 말려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본외교의 수사적 이중성과 저의를 간파하지 못한 채 양국관계의 미래만 외쳤다. 정부의 결정을 번복시키려는 대응방법은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깨닫지 못했다.
일본이 다이너마이트를 만질 때마다 외교적으로 항의했지만 결과적으론 변한 게 없다. 일본은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한 마디로 우리정부의 대응이 물렁했고 실기한 것이다. 일본국민이 알지도 못했고, ‘타케시마는 일본영토’라는 여론도 형성되지 않았던 1980년대에 정규군의 독도배치 등 실효적 지배를 강화시킬 몇몇 조치로 강력하게 쐐기를 박았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은 독도의 미래에 관심을 쏟기는커녕 일본을 극우화로 이끈 나카소네 총리와 호형호제 하고 지냈다.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다. 주범은 일본의 극우파와 언론이다. 교육계는 일선 실행자다. 아시아 지역 패권경쟁에서 중국과 신경전을 주도하는 극우세력이 그 자양분이다.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아베 신조 총리가 선봉장이다. 이들은 지난 세기 선조들이 저지른 악행에서 비롯된 집단적 르쌍티망(ressentiment)의 해소에 겸허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더 자주 독도의 일본영유권을 주장함으로써 그 상처를 잊게 만든다. 일본정부, 언론계, 교육계가 3위일체가 된 정권차원의 선동적 거짓교육과 세뇌에 왜곡된 사실을 비판 없이 믿는 국민적 부화뇌동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일본정부에 대한 항의의 수위가 높아진 점 외에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이렇다 할 대응전략도 없어 보인다. 외교적 항의는 애초부터 약발이 먹히지 않았고, 기대해왔던 일본내 진보세력과의 연대도 믿을 바가 못 된다. 그들도 영토문제만큼은 일본 편에 선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독도의 한국영유권을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와 지식인은 10명도 되지 않는다. 국익 앞에 실명한 일본의 지성은 보편 가치로서의 진리와 정의를 외면한 지 오래다.
진실이 단박에 드러날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기 전에는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노는 일본의 집요하고도 위험한 장난을 근절시킬 수가 없다. 지금부터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맡기자는 일본에게 먼저 독도 관련 공개토론을 요구하자. 역사학, 국제법, 해양법, 지리학 등 양국의 대표적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학술적, 법리적 끝장 토론을 벌이고 이를 양국이 동시에 생중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악의적 행보를 주춤하게 하고 보편 일본인들에게 독도의 역사적 진실을 판별케 할 유용한 수단이다.
위 졸문은 2014년 2월 20일자『영남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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