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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우승과 병역의무

雲靜, 仰天 2013. 8. 5. 16:16

WBC우승과 병역의무

 

서상문(건국회 황해도본부 학술위원)

 

한국야구대표팀이 WBC대회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그러나 반 정도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로 짜여진 호화진용의 베네수엘라 팀을 꺾었고, 세계최강의 일본팀과도 용호상박의 기량을 보여줬다.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한 가운데 다시 한 번 야구강국임을 각인시킨 만큼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임과 동시에 국민의 사기를 진작시킨 쾌거요,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야구팀은 WBC대회에서 준우승함으로써 이제 세계적 수준의 야구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데 항간에는 대표선수 중 군미필자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우리 팀이 4강에 진출하자 그러한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정부관계자도 국민여론의 추이를 보고 있노라며, 여론 향배에 따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했었다. 더 나은 성적을 내게 하기 위해 분발을 촉구하려는 의도라는 것이었다. 부박한 발상이 아닌가! 이 발상은 군의 존재의의를 망각한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합리성과 공공성이 취약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병역혜택 문제는 국민여론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국가 운영상의 원칙문제다.

  

군이 왜 존재하는가? 국방의 의무는 무엇인가? 군은 국가방위를 목적으로 엄선된 특수한 국가조직으로서 국방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통해 국가구성원으로서의 국민됨을 표상하고 자아를 실현한다.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로서 신체적 결함이 없는 일정한 나이의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소득의 다소, 지위의 고하 등의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켜야 할 ‘神聖’한 책무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있다면 전쟁시의 동원, 평시의 전략변경에 따른 병력의 증감축이나 병력자원의 수급조절 등 국가정책상 불가피할 경우에만 합당한 제도변경이 가능할 따름이다.

 

“神聖性”이 신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게 하려면 무예외성과 평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원칙이 무너지거나 변칙이 되면 신성성이 무너지고, 신성성이 손상되면 국방의무나 국방정책에 대한 권위나 신뢰는 쌓여지지 않는다. 그럴 경우 우리가 지향해야할 공공의 정의는 요원해진다.

 

이 점에서 각 계층의 구성원들이 상호간 혹은 전체에게 필요한 책임을 완수할 때 특정 조직의 기능에 수반되는 정의의 덕이 구현된다는 플라톤의 생각은 시공을 뛰어넘는 경구다.

  

군이 존재하는 목적은 국위선양에 있지 않다.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일의적 목적이다. 국위선양은 부차적이다. 그것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달성될 수 있다. 국위선양에 공이 있다고 병역혜택을 준다면 혜택대상이 돼야 할 분야는 야구 외에 다른 스포츠도 많다.

 

또한 한류를 국외에 ‘유통’시킴으로써 문화적 실크로드의 가교가 되고 있는 연예인, 한국인의 정치한 공감각적 두뇌를 널리 알린 프로바둑선수, 유수의 세계적 학술지에 주목받는 연구성과를 내놓은 과학영재 등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도 혜택이 주어져야 최소한의 평등성이 실현될 것이다. 하지만 병역의무의 공정성과 정의는 평등의 실현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국위를 선양했다고 해서 그 모두에게 병역을 면제해줄 수 없다. 공이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포상할 일이다.

  

근시안적 시류에 편승해 무예외성의 원칙을 편법 운용한다면 그것은 우리사회일각에 유령처럼 부유하고 있는 통념만 더 확산, 고착시킬 따름이다. 유명하지도 않고, 돈 없고 ‘빽’ 없는 사회적 약자들만 군대에 간다지 않는가! 지금 군에 있는 현역병사들의 사기와 그 부모들의 소외감도 헤아려 봐야 한다. 깊이 있는 사회라면 본질을 망각한 병역특혜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될 수 없다. 더 이상 본질을 오도하는 논의는 접고, 대표선수들이 병역의무를 다하면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강구에 공공의 지혜를 모을 때다.

  

위 글은 내용이 축약돼『경향신문』, 2009년 3월 30일자에「병역의무, 예외 두면 안 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