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공유/아시아사

다시금 드러난 중국의 오만과 외교적 속내

雲靜, 仰天 2025. 4. 15. 04:47

다시금 드러난 중국의 오만과 외교적 속내


그저께 따이삥(戴兵) 주한 중국대사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한글로 미국의 대한국 관세 유예가 중국이 미국을 저지한 덕분이니 잊지 말고 고마워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올렸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이른바 '상호 관세'가 90일 간 유예됐다고 합니다.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잊지 마십시오. 중국의 단호한 반격과 강력한 저지가 없었다면 이 90일 유예 기간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이것은 단지 90일의 유예일 뿐입니다.”

위 글에는 직업 외교관답게 미국을 두고 하는 말인지, 한국을 두고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도록 모호한 레토릭을 구사했다.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주변국들을 대상으로 여론전에 나선 중공이 한국에 대해 어떤 심리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대미 항쟁(抗美전쟁, 지금 중국인민들에게 반미를 선동하면서 제2의 항미전쟁이라고 하고 있음)의 각오를 드러냄과 동시에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주기를 암시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부터 중국정부의 외교부 대변인, 주미, 주한, 주필리핀 대사 등의 각국 대사들과 외교부장이 특정 국가나 특정 사안에 대해서 막말을 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는데 그것은 즉흥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재삼, 재사 깊이 생각한 후에 하는 계산된 발언이다. 목적을 염두에 두고 하지 않는 발언은 없다. 따이삥의 이 말에도 대미항쟁 의지를 드러내고 국힘당에겐 한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민주당에게도 보내는 암구호 같은 메시지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어투가 매우 사납고 고약하지 않는가? 마치 16세기 말 임진왜란 때 조선구원군 도독으로 조선에 출병해 선조를 윽박지르던 陳麟과 19세기 말 조선 주재 청나라 감국대신으로 있으면서 흥선대원군과 고종을 아랫것 대하듯 함부로 대한 袁世凱를 연상시키듯 아직도 한국을 속국 취급하듯이 막대하는 오만이 역력하게 배어 있다. 작년 말 따이삥 대사가 부임할 때 “한국은 뗄 수 없는 동반자”라고 한 어 투와는 조금 다르다.

유엔 주재 제1 부대사 시절의 따이삥(가운데)

또한 90일 이후에는 미국의 유예가 한번 더 있거나 미국의 관세폭탄이 없게 된다면 그것은 중국이 대미 투쟁을 한 결과이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을 지지하라는 의미가 내재돼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아전인수와 오만의 극치다. 트럼프가 전세계 국가들에게 관세율을 높이 때린 것은 중국을 주된 타켓으로 삼은 것을 감추기 위해 모든 국가에 적용하는 일반적인 조치로 분식한 것인데 중국은 이것을 달리 해석한 셈이다.

따이삥 대사는 위 글과 함께 ‘미국'이라고 쓰여진 양이 ‘중국’이라고 쓰여진 양에게 돌진해서 들이받았다가 뒤로 나자빠지는 영상도 함께 올렸다. 영상에는 “남이 나를 범하지 않으면 나도 남을 범하지 않겠지만 만약 남이 나를 범하면 나는 반드시 반격한다”(人不犯我, 我不犯人, 人若犯我, 我必回擊)는 문구도 적혀 있다.

미국에게 더 이상 중국을 건드리지 말아주길 바라는 속내를 표시한 것이다. 트럼프만 공격을 멈추면 중국도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단순한 공방 단계를 넘어 양국의 두 지도자들 간 자존심 대결이 되어버린 현 상태에서 향후 귀추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한편, “人不犯我, 我不犯人, 人若犯我, 我必回擊”라는 문구는 원래 마오쩌뚱이 “人不犯我, 我不犯人, 人若犯我, 我必犯人”이라고 한 말인데 마지막 구문의 犯人만 回擊으로 바꿔서 사용한 것이다. 마오의 이 말은 항일전쟁 시기인 1939년 9월 16일 국민당이 중공의 활동을 제한하는 결의를 통과시키자 그것에 반발해서 마오쩌뚱이 당시 주요 언론매체의 기자들과 나눈 대담 (「和中央社、掃蕩報、新民報三記者的談話」)에서 제기한 구호였다. 그 뒤 이 구호는 중국 정부에서 자국 외교 원칙의 하나인 것처럼 사용해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미국에 대해 써먹고 있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따이삥 대사는 한국 주재 대사로 부임해오기 전에는 주 유엔 중국 제1부대사로 유엔에서 활동했다. 역대 주한 중국 대사 8명이 모두 한국, 일본,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지의 사정에 밝은 아시아통이었음에 반해 그는 주로 아프리카와 유엔에서 외교적 경험을 쌓은 다자관계, 유엔안보리와 북핵 전문가이다. 중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되고 난 후인 작년 12월에 긴급히 미국과 유엔을 잘 아는 그를 한국대사로 보낸 속내와 목적을 읽어야 된다. 여기에선 세세하게 다 밝힐 순 없지만 그 이면엔 기존 전개해오고 있는 한국에 대한 통일전선전술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따이삥 대사에게 말한다. “잊지 마십시오. 90일 이후에는 중국이 어떻게 될지를요. 이 번은 트럼프가 단지 '중국'에 대해 취한 조치이지 '중공'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2025. 4. 15. 06:3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