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 기억, 자민우드 1994
사람들은 말한다.
사막은 모래뿐인 황량한 곳이라고,
아무 것도 없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그곳엔 해와 달, 별과 비바람, 눈이 있고,
낮엔 보슬비 뒤에 무지개가 걸리며
밤에는 주먹만 한 별들이 총총 숨을 쉬고,
5만 종의 생명들이 모래결 위에 숨 쉬고 있다고.
그곳엔 무엇보다
시간 속에 멈춘 한 소녀가 산다.
1994년 6월 10일 해거름녘,
몽골 국경의 작은 마을 자민우드(Замын-Үүд).
고비사막 기차역,
차를 팔던 소녀의 눈빛이
내 가슴 속에 낮달처럼 떠 있다.
그 소녀는 지금도 차를 팔고 있을까?
모래뿐이라는 선입견이 사막을 말리고,
황량하다는 편견이 생명을 지운다.
아무 것도 없다고 믿는 마음이
정말 아무 것도 없게 만든다.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무지개를 보려면 먼저 비를 믿어야 한다는 걸.
오늘도 낙타 떼가 초원으로 향하길 바란다.
지금도 나는, 그 소녀가
그곳에서 차를 팔고 있길 기도한다.
2024. 12. 17. 06:53.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