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자작시

도가니탕

雲靜, 仰天 2024. 12. 9. 08:26

도가니탕



불이 헉헉 숨을 토해낸다.  
기름이 터지고 속이 드러난다.  
누군가는 말한다. 
끓어야 산다고

하지만 나는 묻는다.  
끓는 것만이 삶이라면,  
식는 순간의 가라앉음은 무엇인가?

무릎과 척추가 진국으로 스며드는 동안  
사람들은 얼굴을 벗긴다.  
욕망도, 탐심도, 허위도 끓는다.  
세상은 탕,  
끓을수록 진국이라 부른다.  
그 탕 속에서 인간은 식재료다.  

하지만 맛이란 식은 뒤의 냄새일 뿐
뚝배기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투명해진다.  

거품이 터질 때마다 한 시대가 꺼진다.  
끓는 동안 우리는 다시 태어나고,  
식은 뒤에야 비로소  
우리가 누구였는지 알게 된다.

2024. 12. 9. 08:28.
북한산 淸勝齋에서
雲靜

2024년 2월 일본 홋카이도 여행 중 오따루(小樽)시 운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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